2011년 9·15 순환정전 같은 전력 대란 재연 우려
정부, 8.8GW 예비자원 확보하는 등 대비 나서
산업부, "예비율 탈원전 정책과 무관"
"앞으로 60년간 전력 공급원 역할 지속될 것"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18년의 열돔 현상으로 낮 기온이 최고 40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온열 질환과 함께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18년의 열돔 현상으로 낮 기온이 최고 40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온열 질환과 함께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폭염과 열대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 수요가 높아질 7월 말 8월초 사이의 원활한 전력 수급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이 전력 수급 변수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산업부에서는 관련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1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짧은 장마 이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지난주 전력공급 예비력은 통상적인 안정 수준인 10GW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력은 총 공급능력(·고장 발전기 제외)에서 현재 사용 중인 전력을 제외한 것으로, 올해 이른 무더위로 인해 냉방기 가동이 늘고 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산업용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서 10GW를 밑돌기 시작한 시점이 지난해보다 한달 이상 빨랐다. 

지난주에도 전력 예비율은 10.1∼11.8%에 그쳤다. 전력 예비율은 예비력을 수요로 나눈 백분율로, 보통 10% 이상이어야 발전기 고장 등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준으로 여겨진다. 이번주는 '열돔 현상'으로 인한 폭염이 예고되면서 올여름 전력수급의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 20일부터 40도 이상 폭염...2018년 불볕더위 재연되나

기상청은 오는 20일부터는 지난주보다 한 단계 더 강한 폭염과 열대야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했다. 지난 2018년도의 불볕 더위의 원인이었던 열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열돔 현상은 뜨거운 공기를 품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만나 지표면 열이 방출되지 못해 기온이 오르는 것이다.

이에 냉방기 가동 등으로 이번 주 예비력이 상한 전망과 같이 5.5GW 밑으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8년 만에 발령된다. 비상단계는 예비력에 따라 1단계 준비(5.5GW 미만), 2단계 관심(4.5GW 미만), 3단계 주의(3.5GW 미만), 4단계 경계(2.5GW 미만), 5단계 심각(1.5GW 미만) 순으로 구분된다.

이상고온과 발전기 고장 등 돌발사태로 인해 예비력이 더 떨어지면, 2011년 9·15 순환정전 같은 전력 대란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1년에는 8월 하순 예비율이 7%대로 하락했다가 9월 중순 늦더위가 닥치자 5%대로 급락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올여름은 전력수급 비상단계 1, 2단계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단계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는 8.8GW의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전국에서 일시에 전기가 끊기는 대정전(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원전 1기를 추가 가동하고, 주요 기업들에는 자체 발전 설비를 가동하도록 요청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 탈원전으로 전력 수급 비상 걸렸나?

산업부는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느라 멀쩡한 원전을 멈춰 세우고 예정됐던 원전 건설이 중단돼 원활한 전력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 여름철 낮은 수준의 예비율은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며 "전력공급 능력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산업생산 증가 및 기상영향 등으로 전력수요 전망치는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고장·정지중인 발전소의 정비가 예정대로 완료되면 전력공급능력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예비율 하락에 대비한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해 안정적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설비용량은 줄지 않았고 이미 계획된 원전건설은 진행하고 있으므로 원전 설비용량은 지난 2017년 2만2529MW에서 올해 2만3250MW으로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원전은 '신규 원전 건설 중지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의 원칙에 따라 향후 60년 이상에 걸쳐 점차 감축할 계획이다. 원전은 앞으로도 일정 기간동안 전력 공급원으로서 역할은 지속할 전망이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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