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환경에 대한 고려...고칠까 아니면 새로 살까?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42회차는 13년된 승용차와 새차 사이에서의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소비가 무엇인지 고민했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오래된 차를 고쳐가며 타는 것과 친환경차를 새로 사는 것. 둘 중에 어느게 더 환경적일까? 일괄적인 정답은 없겠지만 기자는 전자를 골랐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오래된 차를 고쳐가며 타는 것과 친환경차를 새로 사는 것. 둘 중에 어느게 더 환경적일까? 일괄적인 정답은 없겠지만 기자는 전자를 골랐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최근 한 가지 고민에 시달렸다. 13년 된 내연기관 승용차를 계속 타고 다닐지, 아니면 연비 좋은 새 차를 구매해야 하는지다. 기자는 2008년에 처음 차를 샀는데 그걸 계속 타고 다닌다.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잘 탔다.

차를 13년 탔으면 길게 탄 걸까 아니면 짧은걸까. 확률상 길게 탔다고 봐야 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과거 기자에게 “국내 자동차 평균 수명이 9.5년이고 유럽은 3년 전 기준 10.4년”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건 자동차의 기능이 아니라 운전자들이 차를 타는 기간에 대한 얘기다. ‘자동차 10년타기 운동본부’같은 단체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13년이면 비교적 평균 이상으로 길게 탔다고 봐도 좋다.

차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건 작년부터였다. 10년차를 넘기면서 여기저기 갈아 끼워야 할 부품이 많아지고 잔고장이 생기기 시작해서다. 재작년에는 배터리와 점화플러그를 교체했고 작년에는 타이밍벨트를 교체하느라 적잖은 지출을 감수했다. 올해는 타이어 펑크로 긴급출동 서비스를 받았고 그 후 핸들 쏠림 현상이 생겨 정비소를 찾았더니 타이어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연비 좋은 새차’에 본격적으로 건 그때부터다. 새 차는 잔고장이 덜 할테니 신경 쓸 일이 없고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차를 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마음에 드는 모델을 알아보고 자금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다가 최근 마음을 다시 고쳐 먹었다. 어찌 되었든 가지고 있는 차를 처분하고 새 차를 다시 사는 건 경제적으로도, 또 환경적으로도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다.

고쳐 타기로 했다. 타이어 4족을 모두 교체했다. 타이어를 전부 바꿨다는 건 이 차를 앞으로 몇 년 더 타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타이어를 달자 정비소의 조언대로 핸들 쏠림 현상이 해결됐다. 트렁크에 쌓여있던 묵은 짐을 빼고 내부와 하부를 깨끗이 세차하고 엔진오일과 에어컨필터를 교체했다. 부러진 스마트폰 거치대도 새로 마련했다.  

차를 살 것이냐 말 것이냐는 사실 환경적인 고려보다 ‘경제적’인 고려가 더 컸다. 마음 같아서는 ‘자꾸 들어가는 수리비가 신차 가격보다 비싸다’ 싶었지만 사실은 신차가 더 비싸다. 매달 굵직한 수리비가 들어간다고 고려해도 새 차를 할부로 사면 그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 매월 빠져나갈 터였다.

환경적인 문제를 고려해도 신차를 고집하기는 어려웠다. 친환경차를 구매하거나 연료소모나 탄소배출 줄이는 더 확실한 방법은 승용차 이용을 줄이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몇 년 후 새 차를 사야할 때가 오면 친환경차나 연비가 좋은 차를 고려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운행을 줄이는 것으로 환경적인 영향을 줄여보기로 했다. 환경적인 제품을 소비하는 것 보다는 그 소비를 줄이는 게 더 환경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환경 관련 업계에서는 '고쳐 쓰는' 문화를 재조명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버려지는 것을 줄이고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모든 제품과 여러 상황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자의 자동차도 그 관점을 당분간 따라보기로 했다. 우선 15년차를 채워볼 계획이다. 연비 좋은 새차는 그 이후에 고려해봐야겠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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