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개 철강사와 정부, 학계가 함께하는 '그린철강위원회'
굴뚝 산업 '철강', 2050 탄소제로로 전환이 목표
민관학의 협업으로 친환경화 및 새로운 먹거리 도모


기업 경영 방침이나 목표가 이윤 창출에만 집중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매출을 위해서라면 환경·사회 문제를 등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기업들은 이익에만 몰두하던 기억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고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활동으로 경영 목표를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은 최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는 ‘ESG 경영’입니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nance)를 강조하는 ESG 경영은 세 가지 항목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ESG가 국제사회에서 강조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ESG 혁신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업 내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업 내부 계열사 간의 혁신은 물론 관련 기업이나 경쟁사간의 협업까지 도모하며 ESG 경영을 시도합니다.

ESG 경영 혁신을 위해 치열한 경쟁보다 따듯한 협력을 선택한 기업을 소개합니다. ESG를 위해 힘을 모으는 기업들은 누구고 그들이 어떤 시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여섯 번째 순서는 많은 온실가스 배출로 '굴뚝 산업'이라 불리는 철강 산업을 탄소중립 산업으로 전환시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바꾸고,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구성된 산·학·연·관 협의체 ‘그린철강위원회’입니다.


지난 2월 2일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KG동부제철·세아제강·심팩 등 6개 철강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및 학계 전문가들이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출범시킨 산·학·연·관 협의체 '그린철강위원회'(한국철강협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월 2일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KG동부제철·세아제강·심팩 등 6개 철강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및 학계 전문가들이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출범시킨 산·학·연·관 협의체 '그린철강위원회'(한국철강협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임호동 기자] 발전 산업 다음으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으로 지적받는 철강 산업을 개선하기 위해 국내 철강 기업들이 뭉쳤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KG동부제철·세아제강·심팩 등 6개 철강사는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학계 및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산·학·연·관 협의체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린철강위원회는 철강산업의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 탄소배출산업 꼬리표 떼기 위해 뭉치다

코크스를 연소시키는 고로 방식과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로 방식으로 이뤄지는 철강산업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 산업은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7~9%를 차지하며, 철강 1톤을 생산하는 데 평균 이산화탄소 1.83톤이 배출된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철강 산업은 국내 전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중 19.2%를 차지했다. 이는 발전 산업(37.3%)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ESG 경영과 탄소중립이 강화되고 있는 현재 철강 산업은 환경을 저해하는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철강업계들이 움직이고 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국내 철강산업 탄소배출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던 포스코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11일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특히 포스코는 2030년 20%, 2040년 50% 감축이라는 중단기 목표와 단계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로 에너지효율 향상과 경제적 저탄소 원료로 대체하고, 2단계에는 스크랩(철강 부산물) 활용 고도화와 CCUS 적용, 3단계에서는 기존 직접제강법(FINEX) 기반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수소 환원과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탄소중립 제철 공정을 구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혼자서 해낼 수는 없고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촉진될 수 있도록 산업계, 정부, 투자자 모두와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그리고 이 발언은 현실이 됐다. 포스코를 비롯한 현대제철·동국제강·KG동부제철·세아제강·심팩 등 6개 철강 기업과 산업부, 학계 및 전문가들은 지난 2월 2일 철강업계의 2050 탄소중립 논의를 위해 산·학·연·관 협의체인 ‘그린철강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최정우 회장과 연세대학교 민동준 부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그린철강위원회는 이날 출범식과 함께 제 1차회의와 2050 탄소중립선언을 통해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함께 할 것을 밝혔다.

그린철강위원회는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원료 대체, 철 스크랩 재활용 증대 등을 통한 순환 경제 구축과 공정 효율화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수소 저장 및 이송용 강재 개발 등 혁신기술 개발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철강업계는 향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업계의 노력과 공감대를 철강업계는 물론 수요기업‧협력사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확산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

이날 최정우 회장은 “앞으로 철강산업은 지속적인 투자와 수소환원제철 등 혁신기술 개발을 통해 그린산업으로 전환해 한국이 탄소중립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성윤모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저탄소사회로의 이행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향후 산업계가 과감한 기술혁신과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탄소중립 5대 핵심과제’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린철강위원회에 참여하는 6개 철강 기업이 공동서명한 '철강업계 2050 탄소중립선언'
그린철강위원회에 참여하는 6개 철강 기업이 공동서명한 '철강업계 2050 탄소중립선언'

◇ 탄소중립을 위한 지속적인 논의

2월에 출범한 그린철강위원회는 철강산업과 국가탄소중립을 위해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린철강위원회는 지난 6월 18일 제2차 그린철강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차회의 이후 업계·학계·정부가 함께 수립해 온 ‘철강 탄소중립을 위한 R&D 로드맵’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수립현황을 공유하고, 그 밖에 산업 친환경화를 위한 업계·전문가 건의와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서 산업연구원 정은미 본부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철강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 현황’을 발표했다. 이날 정은미 본부장의 발표에 따르면 철강은 수소환원제철에 기초한 전기로제강 확대를 통해 2050년까지 90% 이상 감축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은미 본부장은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제강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로·전로를 수소환원유동로와 전기로로 대체하는 설비교체와 수소기반 혁신제철기술 R&D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제철 장영식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순환자원으로서의 철스크랩(고철)의 중요성과 정책제언’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장영식 실장은 “고철 재생 자원으로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철스크랩을 미래 친환경 전략자원으로서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로 철강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철강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민동준 교수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굴뚝산업이었던 철강은 이제 우리 곁에 다가온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적응해 수소 기반의 新철기시대를 여는 혁신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초장기적 시야의 그린철강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정부와 사회 전체, 연관산업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철강산업의 수소·친환경 산업 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그린철강위원회와 그 하위분과인 정책위원회, R&D작업반을 통해 업계 의견을 지속 수렴하고, 철강산업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기술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와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효율개선, CCU 등의 단기 R&D가 차질 없이 추진돼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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