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옆 화단에 버려진 컵라면과 나무젓가락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62번째 사진은 화단에 버려진 컵라면입니다. [편집자 주]

버려진 쓰레기 사진을 찍으면서 놀라운 경험을 자주 한다. '이게 왜 여기 버려지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컵라면 용기가 왜 화단에서 나올까? (이한 기자. 2021.6.15)/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진 쓰레기 사진을 찍으면서 놀라운 경험을 자주 한다. '이게 왜 여기 버려지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컵라면 용기가 왜 화단에서 나올까? (이한 기자. 2021.6.1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이 사진은 지난 6월 15일 화요일 아침 6시 30분쯤 찍었다. 사진을 촬영한 곳은 서울의 한 주택가다. 이곳은 월요일 저녁에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그래서 화요일 아침에는 수거 과정에서 바람에 날렸거나 떨어진 쓰레기가 일부 도로위에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저곳은 도로 옆 화단으로 재활용품 수거함이 놓인 장소와는 거리가 있다. 컵라면 용기 옆에 나무젓가락, 그리고 담배꽁초가 함께 떨어진 것으로 미루어볼 때 재활용품을 모아둔 게 아니라 누군가 한꺼번에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기사는 1주일에 한번씩 연재한다.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자는 취지다. 그런데 아직 올리지 못한 사진이 수십장이다. 마음 먹고 동네 산책 한번만 해도, 출퇴근 길에 유심히 한번씩만 돌아봐도 곳곳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가 있어서다. 이 연재는 언제쯤 중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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