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관리 위해 일주일치 식단을 짜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서른 아홉 번 째는 음식물 쓰레기와 버려지는 식재료를 줄이기 위한 레시피들입니다. [편집자 주]

냉장고를 줄이자는 권고는 '사이즈'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취향과 상황이 다른데 무조건 작은 제품을 사라고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냉장고 속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버려지는 음식을 줄여야 한다. 그 지점에서 냉장고가 감당해야 할 환경적인 역할이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에 따르면,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먹고 남은 음식물은 30% 내외다. 그것보다 더 많은 음식이나 식재료가 유통·조리과정(57%)에서 버려진다. 보관만 하다가 결국 폐기되거나(9%), 하나도 먹지 않은 상태(4%)로 버려진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수개월여 전부터 배달음식 줄이고 집밥을 늘렸다. 돈을 아끼고 살을 빼고 건강해지자는 목표였지만, 한편에는 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목표도 있었다. 배달음 식 위주로 식단을 짜면 일회용 용기가 처치곤란으로 남고 소스나 반찬 등이 많이 남는 문제가 있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중에 먹으면 되지만 사실 한번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은 다시 나오기가 힘들다.

하지만 ‘초보 집밥러’에게도 쓰레기 문제가 있다. 양조절에 실패한 음식이나 식재료가 많을 경우다. ‘두고두고 먹으면 되겠지’ 싶어서 잔뜩 구매한 채소는 금새 시들고 과일은 냉장고에서 며칠씩 방치되다 갈변하며 냉동실에는 온갖 고기가 꽉 들어차기 쉬워서다.

집밥에 도전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처음 시도한 건 ‘냉장고 파먹기’다. 지난 3월 14일 그 주제를 가지고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기사를 쓰기도 했다. 집에 있는 식재료를 가지고 최대한 요리를 해먹고, 남은 재료는 밥이랑 같이 볶아 소분해서 냉동해놓고 필요할 때 꺼내먹었다. 채소나 고기가 남으면 다져서 뭉쳐둔 다음 완자를 만들어 먹거나 팬에 부쳐 냉동실에 넣어뒀다.

괜찮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재료가 남을때마다 매번 볶음밥을 만들 수는 없었다. 어제 먹은 똑같은 재료를 다음날 또 먹는 게 싫은 날도 있었고 볶음밥 여러개를 냉동하느라 플라스틱 그릇을 더 사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좀 더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음식을 먹을 만큼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다 식단을 짜기로 했다. 기자는 취재가 끝나면 기사를 쓰기 전에 ‘콘티’부터 짠다.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 제목과 내용을 정하고 무슨 내용으로 시작해 어떤 내용을 다루고 결론을 어떻게 지을지 미리 정한다. 거기에 따라 필요한 문장과 불필요한 문장을 구분해 나눈다. 음식도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집에 있는 식재료를 조사했다. 그 다음 일주일치 식단을 짰다. 메뉴만 정한 게 아니라 그걸 만드는데 필요한 식재료를 모두 적고 냉장고에 있는 것과 새로 사야하는 것으로 구분했다. 예전의 기자는 ‘부족한 것보다는 좀 넉넉한게 좋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었으나 ‘부족하면 다른거 먹지’하는 마음으로 타이트하게 짰다.

식재료를 살 때도 싸거나 맛있어 보이는걸 구매하지 않고 식단대로 조리하기 위해 ‘필요한’것들을 샀다. 이것저것 재료들을 먼저 사놓고 그걸 가지고 메뉴를 구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메뉴를 먼저 짜고 부족한 식재료를 채워 넣는 방식이다.

뜻밖의 분야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식재료 구입비가 줄었다. 냉장고가 (눈으로 보기에는) 조금 비어 보였지만 계획된대로 조리하니 먹거리가 부족하지도 않았다. 맛있을 것 같아서 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없어져 냉장고 한 구석에 자리만 차지하던 음식들도 사라졌다. 버리는 식재료나 음식도 줄었다.

환경부가 지난해 3월 블로그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먹고 남은 음식물은 30% 내외다. 그것보다 더 많은 음식이나 식재료가 유통·조리과정(57%)에서 버려진다. 보관만 하다가 결국 폐기되거나(9%), 하나도 먹지 않은 상태(4%)로 버려진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계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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