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일상을 유지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들이 있다. 장을 보거나 음식을 포장해 올 때는 장바구니나 용기를 사용해 일회용품 사용을 의식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평소 세제와 화장품으로 주기적으로 생기는 쓰레기는 어떻게 줄여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게다가 화장품 용기는 복합 플라스틱 소재에 구조가 복잡해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하니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더 커진다. 내용물을 다 썼다는 사실 이외에는 다른 흠결도 없다. 그나마 세탁세제나 주방세제는 리필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그마저 또 다른 포장재에 담겨있다. 형태가 달라지긴 하지만 여전히 쓰레기가 나온다는 얘기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부터 국내에도 진짜 내용물만 리필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6월 서울 망원동에 문을 연 알맹상점이 대표적이다. 이름 그대로 액상 주방세제와 세탁세제, 섬유유연제와 샴푸 등 ‘알맹이’만 판매하고 있는 곳으로 올해 1주년을 맞이했다. 

알맹상점뿐만 아니다. 국내 대표 뷰티 브랜드들도 리필 문화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리필 스테이션을 오픈한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국내 대형마트에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 역시 올해 대형마트 내에 샴푸와 바디워시를 리필 용기에 소분해 판매하는 리필 스테이션을 오픈했다. 클린&뷰티 브랜드 아로마티카는 제로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리필 문화 확산에 본격 나섰다. 

업계 내에서는 리필 스테이션이 하나 둘 늘어나는 분위기를 반기는 동시에 운영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리필 스테이션이 처음 문을 열었는데 실제로는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아서 고민이 있다고 들었다”라며 현장 사정을 전했다. 리필 스테이션이 취지대로 시장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는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리필 스테이션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면 리필 문화에 대한 소비자 생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몇몇 소비자들은 리필이 갖는 친환경적인 영향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리필 스테이션에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제품 구매 기준인 ‘품질’, ‘가격’, ‘용이성’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직장인 이 모씨(35)는 “보통 제품을 선택할 때 기준이 유기농 여부 등 품질인데 현재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리필 스테이션은 화학제품 라인이 많아 구매 의사가 생기지 않는다”라며 “대형기업에서 운영하는 리필 스테이션에서도 유기농 제품 라인이 다양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체에서 제공하는 화장품 리필 용기가 대용량이라 집까지 가져오기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리필 과정 자체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인데 “소분에 적합한 작은 용량의 용기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의견이다. 

리필 제품임에도 가격이 더 저렴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성북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김 모(36)씨는 “리필이라고 하면 환경적인 장점 이외에 가성비라는 면도 충족해야 하는데 기성품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일부 리필 스테이션에서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의견이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용기 구매까지 함께 진행하게 되면 가격적으로 큰 장점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환경적인 장점만 따져본다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전용 용기가 만들어진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리필 스테이션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물에서 비건이나 유기농 성분을 생각한 친환경적인 품목을 늘리는 등 소비자가 원하는 디테일을 챙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를 대중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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