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머무는 캠핑, 환경적인 놀이 문화일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아웃도어에 필요한 매너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서른 두번째 주제는 캠핑과 차박입니다. 텐트를 치는 캠핑이든 자동차를 이용한 차박이든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자연을 즐기려다 결과적으로 그 자연을 훼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고’ 캠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편집자 주]

 
요즘 차박과 캠핑이 인기다. 아웃도어에 대한 관심이야 예전부터 꾸준했지만, 코로나19로 여행 문화가 달라지고 자동차를 가지고 캠핑하는 모습이 TV 예능 등에 자주 방영되면서 최근 그 수요가 늘었다. 이런 가운데 자연에 머물다 오면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아웃도어 매너’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캠핑도 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시선이다.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요즘 차박과 캠핑이 인기다. 아웃도어에 대한 관심이야 예전부터 꾸준했지만, 코로나19로 여행 문화가 달라지고 자동차를 가지고 캠핑하는 모습이 TV 예능 등에 자주 방영되면서 최근 그 수요가 늘었다. 이런 가운데 자연에 머물다 오면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아웃도어 매너’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캠핑도 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시선이다.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차박과 캠핑이 인기다. 아웃도어에 대한 관심이야 예전부터 꾸준했지만, 코로나19로 여행 문화가 달라지고 자동차를 가지고 캠핑하는 모습이 TV 예능 등에 자주 방영되면서 최근 그 수요가 늘었다. 이런 가운데 자연에 머물다 오면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아웃도어 매너’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캠핑도 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시선이다.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할까?

야외에서 텐트 치고 하루를 보내는 건 원래 ‘야영’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아웃도어 산업이 급성장하며 캠핑이 한동안 트렌디한 단어가 됐다. 요즘은 자동차를 텐트 삼아 아웃도어를 즐기는 ‘차박’이나 차크닉이 이슈다. 차박은 자동차에서 숙박한다는 의미고, 차크닉은 자동차와 피크닉을 더한 합성어다. TV 예능프로그램 등에서도 자신의 차를 가지고 캠핑 기분을 내는 유명인들 사례가 자주 등장했다. <나혼자산다>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차박이나 차크닉을 즐기는 장면이 방영되면 해당 차종에 대한 관심이 순간적으로 높아지기도 했다.

돌아보면, 캠핑은 (단어만 달라졌을 뿐) 늘 트렌디했다. 가족끼리 계곡이나 바다에 텐트치고 피서를 즐기는 게 과거의 여름휴가 문화였고 2000년대 이후 한동안 커다란 텐트에서 3~4인 가족이 캠핑을 즐기거나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캠핑카 등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게 트렌디한 휴가법이 됐다. 당시 여행 관련 매체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등에서도 캠핑 관련 소재를 자주 다뤘다.

코로나19로 여행에 제약이 생기면서는 ‘차박’ 유행이 두드러졌다. 1인가구가 늘어났다는 점, 텐트를 포함한 침구류 등을 풀세트로 구매하지 않아도 캠핑과 비슷한 ‘기분’ 또는 ‘낭만’을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해외가 아닌 국내 가까운 곳에서 거리두기를 적당히 유지하며 여행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차박의 장점으로 꼽힌다. 자신의 차를 할용한다는 점에서는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제주도나 강원도 등 주요 여행지는 전망 좋고 화장실이 가까운 공영지나 주차장 등에 차박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 자연에 머무는 캠핑, 환경적인 놀이 문화일까?

사람들은 왜 캠핑을 좋아할까. 호텔이나 펜션 대신 ‘캠핑’을 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 하나는 자연과 가까워서다. 푹신한 침대와 널직한 욕조 대신 텐트나 차를 선택하는 건 (산이든 바다든 아니면 숲이든)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그 자연을 온전히 느끼며 머물고 싶은 마음에서다. 텐트나 차라는 색다른 공간이 주는 재미, 바비큐 등 소위 ‘캠핑요리’가 주는 평소와 다른 멋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캠핑은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색다른 풍경과 기분을 즐기는 게 중요한 재미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캠핑은 환경적인 놀이 문화일까? 비행기 타고 먼 나라 호텔에 가서, 일회용으로 제공되는 용품을 잔뜩 사용하고, 택시 타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풍경과 비교해보자. 그런 모습과 비교하면 내 차를 가지고 가서 거기 머물며 자급자족(?)하는 캠핑은 상대적으로 환경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인간이 자연에 머물다 오면서 그 자연을 훼손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물론 모든 캠퍼가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사례도 일부 있다는 의미다. 쉽게 생각하면, 캠핑 느낌만 즐기고 쓰레기는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또는 머문 장소를 훼손하거나 지정된 탐방로 또는 야영장이 아닌 구역에 함부로 접근해 뜻하지 않게 그곳을 더럽힌다면 그 캠핑은 환경적이라고 볼 수 없다.

기자도 캠핑 경험이 있다. 여행이 아니라 취재였다. 기자와 사진기자가 캠핑카를 렌트하고, 캠핑 경력이 오래된 여행자 가족과 함께 겨울캠핑을 체험하는 내용이었다. 환경적이었는지를 따져보면 그랬던 것 같다. 당시는 설거지가 불편한 겨울이어서 최소한 적은 그릇으로, 기름기 없는 음식을 간단히 준비해 먹었다.

그 시절에는 환경 기자가 아니었고 자원순환이나 분리배출에 대한 기자의 감수성도 지금보다는 적었다. 다만 그릇을 많이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요리를 최소화했다. 김치 양념과 함께 볶은 고기를 밥에 비벼먹고 어묵을 끓여 먹었다. 난로 위에 불판 얹어 새우와 고구마를 먹고 와인을 간단하게 마신 기억이 난다. 당시 기자 일행은 쓰레기를 모두 담아 집으로 가지고 왔다. 하지만 캠핑장의 모든 캠퍼가 전부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고 돌아가지는 않았다. 일부에 불과했지만 남은 음식이나 식재료 포장재, 술병, 일회용 식기 등이 함부로 버려진 사례도 있었다.

요즘&nbsp;30대 연령층 가족단위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야외활동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nbsp;‘차박’&nbsp;캠핑이 유행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아웃도어 활동을 환경적으로 즐기려면 자연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좋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아웃도어에 필요한 매너

캠핑을 환경적으로 즐기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과거 해외에서 이미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 LNT문화다. LNT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Leave No Trace)는 의미의 영문 약자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은 LNT에 대해 “미국 국립공원 환경단체의 주도로 시작된 환경 운동으로, 장소나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야외 활동에서 사람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지침을 제시한다”라고 설명한다.

야외 활동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이 제시하는 일곱가지 원칙이 있다.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할 것, 산행이나 야영은 지정 구역에서 하고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 배설물이나 쓰레기는 정해진 방법으로 처리하기, 모닥불을 최소화하기, 야생 동식물을 존중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인을 배려하기다. 이 내용 역시 시사상식사전에 나와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꼭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지정된 장소에서 자연을 즐기며 그 자연을 훼손하지 말자는 의미다. 사실 캠핑에만 국한되는 가치는 아니고 아웃도어 관련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해당할 수 있는 얘기다. 등산이든 낚시든 자연에서 즐기는 레포츠는 모두 쓰레기 관리 등에 철저해야 해서다.

7가지 원칙을 캠퍼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것들도 있다. ‘아웃도어뉴스’는 지난 2018년 3월 <LNT 7원칙으로 클린캠핑 실천하기> 제목의 기사에서 ‘튼튼하고 안정된 바닥에서 캠핑한다’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불 사용을 최소화한다’ 등의 원칙을 소개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6월 20일자 캠핑 관련 기사에서 LNT개념을 소개하며 “야생에서 나무나 돌 등의 자연에 인위적인 흔적 남기지 않기, 수질보호를 위해 호수나 계곡의 60m 이내에서는 야영하지 않기” 등의 원칙을 소개했다.

LNT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낯설 수는 있으나, 캠핑을 가급적 ‘미니멀’하게 즐기려는 시도는 최근 늘어나고 있다. 전문 장비를 갖추지 않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특히 그렇다. 작년부터 차박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는 소비자 이모씨(34)는 “텐트에서 1박하고 고기 구워먹는게 목적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난 힐링이 목적이므로 음식은 그냥 간단하게 먹고 차에 누워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본다”면서 “간단한 준비물만 가지고 가서 큰 쓰레기 없이 즐기다 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차박 경험이 2차례 있다고 밝힌 또 다른 소비자 이모씨(41)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차박을 접하고 SUV차를 이용해 2번 해봤는데, 혼자서 조용히 있는 시간을 즐기고 싶어 컵라면이랑 간편조시릭 일부로 식사를 대신하고 경치를 구경하거나 누워서 쉬다 왔다”고 했다. 이씨는 “쓰레기가 딱히 나올 게 없었지만 모두 집에 가져와서 버렸다”고 했다.

캠퍼 한명이 자연 환경을 크게 훼손하는 경우는 드물다. 캠핑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장소에서 규정대로 레저활동을 즐기는 것도 맞다. 하지만 내가 머문 곳에 나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모든 캠퍼들이 LNT라는 생소한 단어를 암기해야 할 필요는 없으나, 그 단어의 취지는 한번쯤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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