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과대포장 유발하는 플라스틱 트레이
트레이 문제 인지...친환경 소재·포장기술 개발 중
플라스틱 다이어트 잘 하려면 기업·정부 문제 재접근 필요

플라스틱 용기 없앤 동원F&B ‘양반김 에코패키지’. (동원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면 정말 제품의 품질이 떨어질까. 기업들은 트레이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대체할 친환경 소재를 비롯해 포장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진은 플라스틱 용기 없앤 동원F&B ‘양반김 에코패키지’. (동원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과자나 식품 속 플라스틱 트레이는 제품 형태를 보존한 안전한 유통을 위해 사용돼 왔다. 기업들은 포장 속 지지대가 없으면 제품이 파손되거나 품질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혹은 공정상의 이유로 트레이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런데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면 정말 제품 품질이 떨어질까?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한국일보가 지난 2월 3일 ‘‘홈런볼’ 낙하실험, 플라스틱 트레이 없으면 부서질까’제목의 기사를 통해 플라스틱 트레이 제거 후 제품 파손 여부 확인 실험 결과를 보도했다. 당시 한국일보가 박수일 연세대 패키징학과 교수 연구실과 함께 해태제과 ‘홈런볼’, 롯데제과 ‘카스타드’·‘엄마손파이’, 농심 ‘생생우동’, 동원F&B ‘양반 들기름김’ 등 제품에서 트레이를 제거하고 파손 정도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실험은 자유낙하 충격시험기를 이용해 150cm 높이에서 제품을 여러차례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한국일보 보도 내용에 따르면 카스타드와 생생우동, 양반 들기름김은 12회 낙하에도 제품 파손이 없었다. 홈런볼은 8회 낙하까지는 파손이 없었으나 12회 낙하 시 알갱이가 약 8개 파손됐다. 트레이가 있는 경우는 파손되지 않았다. 엄마손파이는 트레이 유무와 관계 없이 대부분이 파손됐다. 당시 한국일보는 기사를 통해 “실험 결과 카스타드, 조미김, 생생우동에서는 플라스틱 트레이가 불필요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실험에서는 의도적으로 몇 차례씩 제품을 떨어뜨렸지만 실생활에서는 강한 충격으로 제품을 여러 차례 떨어뜨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생산, 유통, 판매라는 정해진 시스템 공정 안에서는 제품 파손의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 트레이 문제 인지...친환경 소재·포장기술 개발 중

플라스틱 트레이의 불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식품·제과업체에서는 트레이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레이 존재 여부에 따른 안전성과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에 대한 테스트다. 

홈런볼 트레이에 대한 강한 비판을 받아온 해태제과는 내부적으로 제품 안전성을 기준으로 트레이가 없는 상태에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실험 결과 트레이가 없으면 내용물이 일부 파손돼 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닌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를 개발 중이다. 다만 실험 기준과 결과와 관련한 자세한 수치는 내부자료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본지에 “제품에 따라 형태의 부서짐이 크게 상관 없는 제품도 있겠지만 홈런볼은 안에 초콜릿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과자들보다 안전성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기업은 본질이 훼손되지 않은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에 트레이를 빼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 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내년 9월부터 ‘홈런볼’ 생산라인을 바꾸면서 트레이도 친환경 소재로 바꾸기로 했다. 

‘카스타드’, ‘엄마손파이’ 등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사용하고 있는 롯데제과도 올해 4월부터 트레이와 관련한 본격적인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트레이를 아예 빼는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실험 방향은 플라스틱 트레이 대신 다른 대체재를 넣는 것”이라며 “대체재는 종이가 될 예정으로 설비 도입과 연구개발 등 일정에 따라 오는 9월까지 카스타드 트레이에 종이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초코칩쿠키’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적용하고 있는 오리온은 재질을 바꾸기보다 플라스틱 용량을 줄이기로 결정하고 지난 5월부터 기존 제품보다 5mm 줄인 트레이 적용을 완료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본지에 “국내에서 트레이를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며 “트레이 없이도 제품 깨짐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포장 기술을 적극 검토하는 등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할 방법에 대해 폭넓은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플라스틱 다이어트 잘 하려면 기업·정부 문제 재접근 필요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에서 기업에 플라스틱 트레이 개선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환경오염과 과대포장 문제가 있다. 특히 트레이 소재가 문제로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트레이는 실질 재활용률이 낮은 폴리스티렌(PS) 재질로 제작돼 분리배출되더라도 매립이나 소각될 확률이 높다. 

이 같은 문제를 기업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지난 4월 제과 3사 플라스틱 받침접시 사용중단 계획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환경부의 제과류 포장 기준 허점을 지적한 바 있다. 환경부 제품 포장규칙에 따르면 제과류 포장횟수는 2차 이내로 제한되지만 부스러짐 방지 및 자동화를 위해 받침접시를 사용하는 경우는 포장횟수 적용 제외사항에 해당, 과대포장 및 폐플라스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생산 단계에서부터 이를 고려한 제품 기획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플라스틱 트레이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 이를 대체할 다양한 소재와 포장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행인 것은 언론과 환경·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이 제품 속 플라스틱 트레이의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표현하며 실험과 조사를 진행하자 기업도 이를 의식하며 개선 움직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제과의 경우 시민단체 발표가 이슈가 된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트레이 제거 실험을 본격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플라스틱 시대 속에서 재활용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잘 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재활용이 잘되는 소재로 제품을 만들고 정부는 관련 규정을 더욱 꼼꼼하게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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