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도 아니고 재활용품도 아닙니다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59번째 사진은 초등학교 앞에 버려진 의자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옆 이면도로에 버려진 의자. 부서진 의자를 버리는 방법도, 그리고 장소도 모두 잘못됐다. (이한 기자. 2021.6.9)/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옆 이면도로에 버려진 의자. 부서진 의자를 버리는 방법도, 그리고 장소도 모두 잘못됐다. (이한 기자. 2021.6.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쓰레기와 재활용품은 정해진 곳에,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버려야 한다. 이건 상식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규칙이기도 하다. 윤리나 도덕을 넘어 ‘법’적인 얘기도 된다는 의미다. 쓰레기는 종량제봉투에 담아야 하고, 재활용품은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곳에 모아야 한다. 대형폐기물이거나 폐가전 등 그 밖의 물건이라면 그때도 정해진 방법이 있다.

쓰레기가 내 눈에서만 벗어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버릴 수가 있을까. 의자를 재활용품으로 착각해 내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저곳은 재활용품 배출 장소가 아니라 초등학교 담장이자 아이들의 등하굣길이다.

기자는 저 사진을 찍은 곳과 가까운 곳에 산다. 저 길은 기자의 아침저녁 산책로다. 그래서 쓰레기가 제대로 버려진건지 아니면 무단 폐기물인지 알 수 있다. 제대로 버려졌고 신고가 이뤄졌으면 하루이틀내로 수거해가고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오랜시간 방치된다. 저 의자도 몇날 며칠을 저렇게 아이들의 등하굣길 옆에 방치돼 있었다. 망가진 의자를 보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저렇게 버린 양심없는 사람은 어떤 마음의 소유자일까? 불쾌한 장면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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