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구로 인한 어업 피해액 연간 3,800억"
생분해 소재로 어구 만들면...효율적일까?
바다 속 분해 어렵다 VS 해수에서도 분해 된다

대규모로 이뤄지는 상업적 어업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바다에 떠다니는 폐어구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생분해 기술 등이 다양하게 시도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규모로 이뤄지는 상업적 어업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바다에 떠다니는 폐어구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생분해 기술 등이 다양하게 시도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오현경 기자] 대규모로 이뤄지는 상업적 어업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시선에서 제기되는 문제의식 중 하나가 바다에 버려지거나 유실되는 플라스틱 어구다. 바다에 떠다니는 폐어구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생분해 기술 등이 다양하게 시도된다. 생분해 그물은 바다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지난 4월 해양경찰청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그물과 로프 등 폐어구로 인한 선박 부유물 감김 사고가 전체 해상사고의 13%에 달한다. 해경은 “매년 유실된 폐어구로 인한 유령어업의 피해는 연간 어획량의 10%인 약 3,80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선 어구 관리를 위한 체계 및 어구실명제 도입을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바다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해안수산부에서도 생분해성 그물이나 친환경 부표 등 ‘친환경’ 어구를 폐어구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바다에 버려지거나 유실돼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고안된 제품들이다. 
 
바다에서 어떻게 생분해될까? 어구 등에 사용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화석연료 원료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대체재로 주목 받고 있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의 식물 유래 천연물계 생분해 플라스틱(PLA, PHA 등)과 석유 유래 원료를 중합한 석유계 생분해 플라스틱(PBS, PBAT 등)으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분해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방출하지 않고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특징이 있다”고 밝힌다.
 
해수부가 지난 2007년부터 친환경 어구 보급에 지원하는 제품도 ‘생분해성’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5년 PBS(폴리부틸렌석시네이트) 원료 그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후 기존 생분해 그물을 보완한 PBEAS(폴리부틸렌석시네이트 코 부틸렌아디페이트 코 에틸렌석시네이트 코 에틸렌아디페이트) 원료의 고품질 생분해성 그물도 작년에 완성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생분해성 그물은 기존 나일론 그물 어획 성능과 비교연구를 통해 개발했다. 과학원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닷 속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수산자원피해 감소와 해양오염 방지 차원에서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 생분해 그물, 정말로 많이 사용하고 있을까?

그러면 실제 생분해 그물은 어민들이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보급률 자체가 높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생분해 그물의 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반대로 생분해 그물을 다른 분야 대비 많이 사용하는 곳도 있다. 대게잡이가 그렇다. 대게의 특성 때문이다. 잡힌 대게는 그물에서 떼어낼 때 몸통에 붙은 다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상품가치 때문이다. 보통의 물고기들은 그물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떼어낼 수 있는데, 대게는 원형이 잘 유지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대게의 경우) 생분해성 어구가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상품가치도 높여 어민들이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은화 해양수산부 주무관은 “생분해성 그물이 기존 나일론에 비해 대게의 상품가치를 높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분해성 그물에서 대게 다리가 더 잘 떨어진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급 지원도 대게업이 활발한 경북, 충남, 강원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이 많이 투입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게어업이 활발한 지역은 오래전부터 생분해성 그물을 보급했다. 울진군 해양수산과 수산정책부 관계자는 “올해 생분해성 그물 신청건수는 총 81척이고, 약 4만 9천 폭(그물 단위)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울진군에서는 대게업이 활발해 신청량이 많은 편이다. 바다 환경오염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2007년부터 매년 신청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특정 지역 대비 전체적인 보급률은 낮다는 지적도 있다. 2020년 발표된 ‘생분해성 어구 사용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실제 생분해성 어구를 사용중인 자망어업 및 통발어업의 평균 보급률은 약 16.5%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내용을 설명한 바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5년에 개발한 PBS 원료 그물은 대게 자망어업에는 적합하지만 나일론 그물에 비해 유연도가 낮아 다른 어종에서는 어획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강도도 나일론 그물에 비해 약 90%에 그쳐 조업 중 그물이 찢어지는 현상도 발생해 현장보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생분해 그물의 대량생산이 아직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은화 주무관은 “보급률이 낮은 또 다른 원인은 대량생산에 어려움이다”며 “생산업체가 영세기업이고 5개 밖에 없다. 그들이 기술유출 우려 때문에 100% 국내에서 생산하다보니 인건비도 많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조업시기에 따라 생산이 몰리는 경우,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그물이 1년쯤 부터 녹아서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미리 생산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 바다에서 잘 분해되느냐고 물어봤더니...

보급문제를 해결하면, 생분해성 그물이 널리 보급될까? 이 부분에서 고려해볼 지적이 있다. 바닷속에서 생분해 그물이 효율적으로 분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생분해는 매립을 기준으로 한다”며 “현재 땅에서도 생분해가 발생할 조건이 없다. 더구나 바다는 생분해 환경조건을 맞추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어구를 수거해서 처리해야하는데 현재 생분해 조건에 적합한 매립지가 없다”며 “생분해성 그물을 나일론 그물과 똑같이 태워 처리한다면 ‘생분해성’의 의미가 없다. 단지 생산할 때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친환경적인 시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생분해성 그물이 바다 속에서 잘 분해된다는 반론도 있다. 박수봉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은 “생분해 어구 개발 초기부터 그물의 생분해 정도를 분석하기 위해 동‧서‧남해 등 우리나라 연안에서 분해성 실험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박수봉 연구원은 “생분해 어구를 사용하는 현장의 어민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그물의 강도가 약해져 쉽게 끊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확인하고 있다. 토양뿐만 아니라 해수에서도 분해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생분해 어구는 UV, 온도, 습도, 미생물 등 사용 및 보관 조건에 따라 분해 기간과 정도의 차이가 있다”며 “환경적 조건 외에 어구를 구성하는 그물실의 굵기 및 어구 규격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다만, 일반적으로 생분해 어구는 사용 2년 후부터 강도가 약해져 어구로서의 기능이 상실하기 때문에 분해가 일어난다고 보고있다”고 밝혔다. 

hko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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