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보다 환경적이려면 ‘리바운드 효과’ 고려해야
환경적인 제품으로 인한 비환경적인 결과?
NYT “에코백 131번 사용해야 비닐봉투보다 환경적”
옷장 속 에코백, 취지에 맞게 사용하고 있나요?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열 여덟번째는 대표적인 환경 관련 아이템으로 인정 받는 ‘에코백’입니다. 이 가방은 이름부터가 환경이나 생태 등과 관련되었다는 걸 나타내는 ‘eco’입니다. 이 가방을 정말 환경적으로 사용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편집자 주]

쌓여있는 에코백들.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 관련 아이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에코백이다. ‘eco’를 사용한 이름 자체고 환경적이고 기업들이 진행하는 친환경 이벤트 등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제품이어서 소비자에게도 익숙하다.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다회용 에코백을 장바구니로 사용하는 건 ‘환경 소비’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런데, 에코백은 무조건 환경적일까? 전문가들은 에코백이 정말로 지구에 좋은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131번은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독자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과 브랜드 등은 기사 특정내용과 관계 없음. (독자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환경 관련 아이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에코백이다. ‘eco’를 사용한 이름 자체고 환경적이고 기업들이 진행하는 친환경 이벤트 등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제품이어서 소비자에게도 익숙하다.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다회용 에코백을 장바구니로 사용하는 건 ‘환경 소비’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런데, 에코백은 무조건 환경적일까? 전문가들은 에코백이 정말로 지구에 좋은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131번은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슨 까닭일까.

이번 기사에서 에코백을 통해 얘기하려는 건 ‘리바운드 효과’다. 환경적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우선 이 개념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자. 리바운드는 공 등이 어떤 것을 치고 다시 튀어나오거나 튀어오르는 것을 뜻한다. 농구에서 노골된 공을 잡는 것을 부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환경에서 말하는 ‘리바운드 효과’는 친환경을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게 오히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칠 때를 말한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공식 블로그 ‘환경부와 친해지구’를 통해 리바운드 효과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블로그 게시물에서 “환경을 위한 행위가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다회용품을 오래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쓰지 않고 보관만 할 경우에 일회용품보다 몇 배 혹은 몇백 배의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환경적인 제품으로 인한 비환경적인 결과?

환경적인 아이템을 사용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는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보자.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전제품 숫자가 늘어나서 실제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차보다 연비가 더 좋은 친환경차를 구매했는데 운전해보니 연료비가 예전보다 싸서 차를 더 많이 타고 다녀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리바운드 효과의 사례로 흔히 인용되는 또 다른 제품이 바로 에코백과 텀블러다. 두 제품의 공통점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에코백과 텀블러가 환경적이려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여러번 사용하기’다.

우선 텀블러 사례를 보자. 기본적으로 텀블러를 1개 생산하거나 없애는 과정에서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 1개보다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스테인리스 등으로 만든 텀블러가 1회용 컵보다 훨씬 더 만들기 복잡하고 튼튼한 제품이어서다.

버려진 종이컵 1개와 버려진 텀블러 1개를 1:1로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재활용 여부와는 별개로 종이컵 1개가 더 처리하기 쉽다. 그러므로 제품 생애주기 전제를 두고 텀블러와 일회용컵을 1:1로 비교했을 때 텀블러의 탄소 배출량이 더 적어지려면 그만큼 오랫동안 사용해야 한다. 일회용컵을 많이 사용했을 기간동안 텀블러 하나를 사용해야 ‘환경의 손익분기점’이 맞는다는 얘기다.

KBS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연구한 바에 따르면, 300ml 용량 텀블러를 매일 1번씩 사용하면 2주 만에 플라스틱컵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한다. 한 달이 지나면 종이컵 온실가스배출량보다 적어진다. 6개월 후에는 플라스틱 컵 온실가스 배출량이 텀블러의 약 12배가 된다. 물론 플라스틱컵 또는 종이컵 역시 매일 1번씩 사용한다고 가정했을때다. 하지만 텀블러를 사놓고 쓰지 않으면, 그리고 텀블러를 (수집 목적으로) 여러개 사서 가지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이와 비슷한 문제 의식은 예전에도 있었다. 영국에서 천 기저귀와 일회용 기저귀의 온실가스 배출을 분석한 적이 있다. 당시 조사 결과 천기저귀를 세탁할 때 들어가는 물과 에너지 그리고 세제 등을 따져보면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일회용품과 다회용품 중 다회용품의 환경 영향이 더 적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번 충분히’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에코백도 이 시선으로 볼 수 있다.

◇ NYT “에코백, 131번 사용해야 비닐봉투보다 환경적”

포털사이트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에코백은 ‘일회용 봉투의 사용을 줄이자는 환경 보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가방’을 뜻한다.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에코백이라면 흔히 들고 다니는 넓은 천가방 등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펴낸 단행본 <녹색상담소>에 따르면 에코백은 영국의 유명한 디자이너가 천연 소재 면 가방에 ‘나는 플라스틱 가방이 아닙니다’라는 글자를 새겨 패션쇼에 참석한 모델과 배우들에게 나눠준 후 유행이 됐다. 에코백의 애초 취지는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다회용 장바구니라는 얘기다.

텀블러와 일회용 컵의 비교 논리를 에코백에도 도입해보자. 2011년 영국 환경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이봉투가 일회용 폴리에틸렌 비닐봉지보다 더 적은 환경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3번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천 등으로 만든 에코백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2019년, “면화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비료와 살충제 등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질오염을 일으킨다”고 지적하면서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 영향을 적게 미치려면 에코백을 131회 정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역시 앞서 언급한 블로그에서 영국 환경청 포장 가방의 수명주기 평가를 인용해 관련 내용을 밝혔다. 환경부는 해당 게시물에서 “제품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고려할 때, 종이봉투는 비닐봉지 보다 3번 이상 재사용해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고, 면 재질 에코백은 131번 정도 재사용해야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닐의 문제는 소재 자체보다도 ‘한 번 쓰고 습관적으로 버려진다’는데 있다. 바꿔 말하면,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마련해놓고 충분히 사용하지 않으면 또 다른 환경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비닐봉투를 줄이려고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은 좋지만, 극단적인 예로, 평소 장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 디자인 등에 혹해 가방만 많이 구매하면 그것은 환경적인 소비라고 볼 수 없다.

사진 속 가방은 기자가 지난 2017년 해외여행 당시 쇼핑한 에코백이고, 비닐 봉투는 지난해 5월 집 근처 편의점에서 구매한 것이다. 사진은 6월 14일 촬영했다. 귀여운 디자인에 튼튼한 에코백과 낡은 비닐봉투 중에서 뭐가 더 환경적일까? 그걸 판단하려면 얼마나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이한 기자 2021.6.14)/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 속 가방은 기자가 지난 2017년 해외여행 당시 쇼핑한 에코백이고, 비닐봉투는 지난해 5월 집 근처 편의점에서 구매한 것이다. 사진은 6월 14일 촬영했다. 귀여운 디자인의 튼튼한 에코백과 낡은 비닐봉투 중에서 뭐가 더 환경적일까? 그걸 판단하려면 얼마나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이한 기자 2021.6.14)/그린포스트코리아

◇ 옷장 속 에코백, 취지에 맞게 사용하고 있나요?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진 속 가방은 기자가 지난 2017년 해외여행 당시 쇼핑한 에코백이고, 비닐 봉투는 지난해 5월 집 근처 편의점에서 구매한 것이다. 사진은 6월 14일 촬영했다. 귀여운 디자인의 튼튼한 에코백과 낡은 비닐봉투 중에서 뭐가 더 환경적일까?

사진 속 에코백은 당시 한 쇼핑몰에서 옷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줬다. 옷이 꼭 필요하지는 않았으나 공룡 모양 디자인이 귀여워 무리해서 옷을 샀다. 에코백을 받아들고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지만 지금까지 거의 사용하지는 않았다. 40대 남성인 기자가 평소 사무실에 들고 다니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느껴서다. 주말이나 휴일, 또는 장보기 등에 사용할 수도 있지만 고백하자면 기자는 과거에 구매한 장바구니나 가방이 충분히 많다. 결국 저 에코백은 몇 번 사용하지도 않은 채 옷장에 계속 보관 중이다.

비닐봉투는 지난해 5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장을 본 후 생겼다. 그 이후 1년 동안 저 봉투는 계속 기자의 가방에 들어있다. 동네에서 간단하게 장을 볼 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어제도 집 근처 마트에서 음료수를 구매할 때 저 비닐 봉투를 사용했다. 매우 낡고 구석이 조금 닳았으나 지금도 튼튼하고 질기다. 게다가 가볍고 얇아서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다.

다회용 장바구니를 사용하라는 이유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봉투 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앞서 소개한 기자의 사례에 국한하면 편의점 비닐 봉투가 사은품 에코백보다 오히려 더 환경적이다. 물론, 사은품으로 받은 에코백을 지금까지 충분히 사용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말이다.

앞서 지난해 본지가 리바운드 효과에 대해 취재한 바 있다. 당시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기자에게 “평소 사용하고 남은 비닐봉지를 3~4장씩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버려지는 숫자를 고려하면 비닐봉지가 환경에 가장 나쁘겠지만, 깨끗하게 관리하며 재사용하면 에코백을 여러 개 구매하는 것 보다 환경적으로 더 나을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소재가 무엇이냐도 중요하지만,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습관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들렸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한 소비자도 “부직포 장바구니나 커다란 천 가방을 들고 다니는게 무거워서 일회용 비닝봉투를 가지고 다니며 재사용한다”고 말했다. 비닐봉투를 많이 사용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버려지는 것을 줄이자는 의미고, 다회용 장바구니나 가방을 사용한다면 그 목적 역시 거기에 맞추자는 의미다. 내가 가진 에코백이 정말 환경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돌아보자.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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