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환경적 의미에 질문을 던질 것
상상력을 확대해 리사이클링할 것
윤리적이면서 지속가능할 것

버려지는 트럭 방수천을 원재료로 가방과 지갑을 만드는 리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은 오는 7월 14일까지 자전거 메신저 힙백 무료 대여 캠페인을 진행한다. (프라이탁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지는 트럭 방수천으로 가방과 지갑을 만드는 리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이 자전거 메신저 힙백 무료 대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프라이탁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환경을 보호하는 건 불편하고 번거로울까? 소비욕을 억누르고 지갑을 닫아야만 환경적인 소비자가 되는걸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제품 자체에 환경적인 의미를 담고, 쓰임새와 쓸모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서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면 친환경은 '불편한 인내'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키워드'가 된다. 

환경보호를 실천하기 위해서 꼭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들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를 통해서 환경의식을 드러내고 실질적인 환경보호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MZ세대는 그렇기 때문에 환경도 취향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환경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은 코 앞에 닥친 환경문제가 심각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주요 타깃층이 환경에 중심을 둔 소비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한 키워드는 힙한 소비 범주에 들어가 있다. 9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제로웨이스트’를 해시태그로 한 게시물만 20.6만개에 이른다. 그 아래로 ‘제로웨이스트샵’, ‘제로웨이스트라이프’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만 각각 1만개 이상씩 연관돼 뜬다. 또 다른 힙한 친환경 키워드인 ‘비건’ 역시 게시물이 58.3만개에 이른다.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진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도 늘고 있다. 일시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처음부터 환경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에코 브랜드들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친환경 전략 세 가지를 살펴봤다.

◇ 패션의 환경적 의미에 질문을 던질 것

에코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다. 연중 최대 쇼핑이 이뤄지는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뉴욕 타임스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를 내보낸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파타고니아는 이 광고 이후 오히려 매출이 40% 상승했다.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 환경보호를 위하고자 하는 기업의 정체성과 맞아 떨어지는 광고로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가 판매 거부를 한 배경에는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폐기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자원 낭비 문제가 있다. 아무리 옷을 친환경적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것과 새로 사는 것보다 있는 옷을 반복해 입는 것이 더욱 환경적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파타고니아는 옷의 절반을 버려진 페트병 등 재생 소재를 활용해 만들고 있다. 튼튼한 내구성과 베이직한 디자인의 옷으로 아웃도어 브랜드임에도 일상에서 더 많이 입고 있다. 여름에는 리사이클 코튼으로 만들어진 P-6 로고 티셔츠가, 겨울에는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플리스 자켓이 인기다. 파타고니아 옷을 사면 플라스틱 물병을 줍고 자투리 원단과 물을 재활용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의식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파타고니아는 오는 2025년까지 재생 소재 비중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파타고니아 제품은 가격대는 높은 편이지만 튼튼하게 만들어진 덕분에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에서도 인기 거래템으로 불린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5월 한 달 간 파타고니아 거래만 1000건을 웃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검색량은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주로 남성 이용자의 비중이 70%를 차지해왔다면 올해 들어 여성 이용자의 거래량과 검색량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도 눈에 띈다. 

◇ 상상력을 확대해 리사이클링할 것

버려진 것을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킨 또 다른 대표 브랜드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이 있다. 프라이탁은 버려진 트럭 방수천과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폐타이어 등을 활용해 가방과 지갑을 만들고 있는 리사이클링 브랜드다. 1993년 비에 젖지 않고 튼튼한 방수 기능을 갖춘 가방을 만들기 위해 트럭 방수천을 활용한 것이 시초였다. 

가격이 수십만원대로 처음에는 버려지는 폐품을 활용해 만든 가방치고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제각기 다른 패턴의 방수천을 수작업으로 업사이클링한다는 점, 모든 제품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즐겨 찾고 있다. 폐방수천을 활용하다 보니 패턴이 모두 달라서 생긴 강점에 ‘하늘 아래 똑같은 프라이탁 가방은 없다’는 말까지 생겼다. 

프라이탁은 오는 7월 14일까지 공식 매장에서 순환 사이클을 위한 공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자전거 메신저 힙백을 2주간 무료 대여하는 캠페인으로 소유보다는 대여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자원 순환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프라이탁이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데에는 브랜드가 가진 창의성과 상상력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의 용도와 다르게 소재를 바라봤다는 점, 버려지는 것을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의미를 가진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이 핵심이다. 

◇ 윤리적이면서 지속가능할 것

최근 들어 국내에서 주목 받고 있는 친환경 브랜드는 프랑스 스니커즈 브랜드 베자다. 베자는 아마존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고무와 유기농 목화, 코코넛 섬유와 페트병, 크롬프리 가죽 등 친환경적인 소재를 이용해 스니커즈를 만들고 있다. 

게다가 원재료는 공정무역으로만 수급하고 있다.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광고비의 비중을 적게 책정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친환경, 오가닉, 공정거래를 키워드로 하는 베자의 환경적 가치에 대해서 패션 업계 종사자들도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베자는 환경적·윤리적 브랜드 정체성은 MZ세대의 입소문을 타고 가치소비에 잘 부합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착화감과 전체 디자인 면에서도 트렌디해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힙한 브랜드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베자 스니커스 구입 후기를 살펴보면 신발의 장점뿐만 아니라 신발을 포장한 박스가 코팅처리가 되지 않은 종이 소재라는 점, 신발끈의 캔버스가 공정거래된 100% 오가닉 코튼으로 제작됐다는 점,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가죽 처리 과정에서 물과 소금 사용량을 각각 40%, 80% 줄였다는 점 등 소비자들이 먼저 베자의 환경적인 장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MZ세대는 구매를 할 때 사회적으로 더 의미있는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한다. 친환경, 리사이클링, 동물권, 공정무역 등이 그들에게는 힙한 키워드다. 친환경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들은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서 갖고 다니는 것만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물건이 남다른 개성과 환경 의식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친환경 소비 자체가 멋있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소비 경향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지속적인 트렌드로 자리잡히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을 키 전략으로 잡는 브랜드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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