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한 생활] 책 버리지 마세요...'정크아티스트' 안선화의 북 업사이클링
[환경한 생활] 책 버리지 마세요...'정크아티스트' 안선화의 북 업사이클링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1.06.03 13: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들이 버린 그림책으로 노는 사람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 안 돼 소각...출판사 재고 문제 심각
그림책 오래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하는 팝업 작업

환경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구의 모든 요소입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자연적인 조건을 말합니다. 그래프의 축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물, 토양, 대기, 동식물로 나눌 수도 있고 다양한 산업군이 안고 있는 환경문제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인류는 그 동안 지구에 수많은 영향을 끼치며 달려왔고 그만큼 문제도 쌓여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이는 땅 속 플라스틱을, 어떤 이는 바닷속 쓰레기를, 어떤 이는 녹고 있는 빙하를, 어떤 이는 동물을, 어떤 이는 탄소 문제를 걱정합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심각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챙기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은 놓치는 것이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환경한 생활>은 바쁜 일상에서도 잊지 않고 환경을 이야기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목소리로 몸짓으로 환경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옷을 입다가도 그 행동에 의문을 갖습니다. 그 의문이 무엇인지 공유하고 어떻게 답을 찾아가는지 들었습니다. [편집자주] 

안선화 정크아티스트가 북촌갤러리 '업사이클링 팝업북' 전시에서 작업한 팝업북을 들고 있다. 그는 버려지는 그림책을 팝업북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안선화 정크아티스트가 북촌갤러리 '업사이클링 팝업북' 전시에서 작업한 팝업북을 들고 있다. 그는 버려지는 그림책을 팝업북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버려지는 책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어느 물건이나 그렇겠지만 책은 버리기 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도 소용이 남아있는 것 같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쓸모가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버리게 되는 책이 있다. 가령 어린 시절 읽던 동화책이나 그림책이 그렇다. 지금 읽기도 애매하고 어딘가 찢어지거나 낡고 더러워져 기부하기도 어려워 책을 버린다. 안선화 정크아티스트는 이런 책들을 주워 와서 팝업북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한다. 

안선화 정크아티스트는 지난 5월 말까지 북촌갤러리에서 ‘업사이클링 팝업북’ 전시를 열었다. 우연히 들른 작은 공간 안에는 그림책과 아트북을 비롯해 다양한 팝업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한쪽 벽에는 그림속 캐릭터들을 오려 붙여서 만든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작품을 보고 있자 뒤에서 “팝업북을 만들고 남은 짜투리로 만든 거예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을 시작으로 그의 작업에 대한 얘기가 시작됐다. 버려지는 그림책 이야기, 코팅된 책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버려진 그림책을 주워다 어떻게 팝업북으로 만들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더 자세히 듣기 위해 며칠 뒤 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자신을 정크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 이름 그대로 이해하면 쓰레기로 아트를 하는 사람을 뜻했다. 그에게 왜 팝업아티스트나 북아티스트가 아닌 정크아티스트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는지부터 물었다. 

 

사람들이 버린 그림책으로 노는 사람

안선화 정크아티스트는 그림책 뿐만 아니라 미술관 팸플릿, 공연 포스터, 뮤지컬 티켓, 컵홀더, 선물 받은 박스 등을 활용해 팝업 작업을 하고 있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안선화 정크아티스트는 그림책 뿐만 아니라 미술관 팸플릿, 공연 포스터, 뮤지컬 티켓, 컵홀더, 선물 받은 박스 등을 활용해 팝업 작업을 하고 있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명함에 정크아티스트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업을 보면 북아트 쪽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왜 정크아티스트라고 소개하고 있나요?

보통 팝업북을 만들면 북아트 작가라고 소개하는데 저는 버려지는 것을 갖고 놀기 때문에 정크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팝업북을 만들기 전부터 버려지는 것들에 관심이 많아서 종이박스, 컵홀더, 잡지 과월호를 주워와 가위로 오리고 찢고는 했어요. 시작은 2000년 초 모니터를 분해하고 발견한 회로기판이었어요. 제가 그 회로기판에서 웃는 얼굴을 발견하고 ‘내가 꺼내줘서 웃고있나봐’라고 말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제가 신나 보인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버려지는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저는 도안과를 나왔고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림을 잘 못 그려요. 그런데 업사이클링 작업은 석고 데생을 못 그려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줬어요. 쓰레기만 잘 가지고 놀아도 예술이 돼요. 그림책으로 발전하게 된 건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그림책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지금도 팝업 전시를 하고 있지만 팝업보다 그림책을 봐달라고 하고 있어요. 

팝업 작업이 들어간 그림책을 팝업이 아닌 그림책으로 봐달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버려지는 그림책에는 예쁜 그림도 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래서 팝업 작업을 하면서도 스토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만든 팝업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요. 사람들이 그림책을 오래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제가 그림책 팝업북으로 강의할 때 강조하는 건 팝업 기법보다 그림책의 언어예요. 오랫동안 그림책을 보다 보면 그림책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보통 그림책은 아이들의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른들도 그림책의 언어를 배우면 좋아요. 

그림책의 언어란 무엇인가요?

제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에게 ‘엉덩이가 집을 나갔어요’라는 책을 읽어줬어요. 말을 안 들을 때마다 두 대씩 맞던 엉덩이의 이야기에요. 엉덩이가 말해요. 말 좀 잘 들으면 안돼? 너 때문에 나만 매일 아프잖아. 어느 날 복숭아 같은 엉덩이가 가방을 싸서 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주 재미있어요. 그 책을 함께 읽고 난 뒤 말을 잘 안 들으면 “너 그러다가 엉덩이가 집을 나가면 어떡해?”라고 말해요. 손가락이 집을 나가면 어떡해, 계속 코를 파다가 코가 집을 나가면 어떡해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멈칫하죠. 그림책의 언어로 아이들과 대화하는 거예요. 그래서 수업 가기 전에는 수업을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어떤 책을 읽어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작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2014년부터 2년간 와우북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됐어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물었어요. 아무리 버려진 책이라도 작가가 자기 책을 훼손해도 괜찮다고 했나, 출판사는 괜찮은가 물었어요. 대답을 할 수 없었어요. 작업 하는 게 좋았지 작가가 싫어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못 했거든요. 그래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2016년 국제도서전에 참가하게 됐어요. 국내외 출판사와 작가가 많이 오니까 부스를 운영하면서 반응을 볼 수 있었어요. 감사하게도 그 5일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당시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뜰 때였는데 우스갯소리로 내가 5일 동안 더 떴다고 말할 정도로요. 저작권협회나 작가들, 출판사 관계자들이 오히려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여줬어요. 같은 해 친환경대전에서 연락이 와서 부스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때 신뢰를 얻고 3년간 매년 참가했어요. 요즘은 작가들이 직접 책이나 소품을 작업해달라고 의뢰를 하기도 해요. 작업을 시작한 건 2004년부터인데 2014년 와우북 행사에 참가하면서 사람들이 이 작업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고 2016년도에 국제도서전 참가 이후 주목받게 된 것 같아요. 그때부터 강의도 시작했고요.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 안 돼...출판사 재고 문제도 심각

(사진) 안선화 작가가 작업한 팝업북. 그림책부터 아트북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업을 한다. 작업을 할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은 짧은 팝업 안에도 스토리를 넣는 것이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안선화 작가가 작업한 팝업북. 그림책부터 아트북까지 책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작업을 할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은 짧은 팝업 안에도 스토리를 넣는 것이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왜 하필 책을 업사이클링 하기로 한 건가요?

버려지는 재료라는 게 재미있어요. 이게 정말 버려졌다고? 다시 보게 되는 재료가 참 많거든요.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다면, 곁에 오래 둘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집에 있는 오래된 책들로 작업을 했고 아파트 단지 등을 돌아다니면서 버려진 책을 주워오기도 했어요. 책은 저한테는 신의 한 수였어요. 책을 버릴 때는 누구나 아깝다고 생각해요. 버려야지 하다가도 몇 번을 망설이죠. 소중하게 버린다고 해야 할까요. 교과서나 문제집은 그냥 버리지만 소설책이나 본인이 읽었던 책은 다른 물건들과 달리 소중하게 버려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 가져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종이백에 넣거나 끈으로 묶어서 내놔요. 단순히 버리기 편하자고 묶어서 내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래되고 낡은 책들을 가져와서 어떻게 작업 하나요?

버려지는 그림책은 한 때 소중한 책이었어요. 이물질이 묻고 더러워지긴 했지만 그림 하나는 오릴 수 있죠. 오려서 팝업 형태로 만들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예요. 버려진 것을 가지고 노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저는 쉬운 팝업, 화려하지 않은 팝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요.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난 뒤 멋지다라는 감상도 좋지만 나도 해볼까라는 마음이 드는 것도 감동일 것 같아요. 제 작업을 보면서 그런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을 많이 봐요. 어떻게 보면 모방을 찾아다니는 거죠. 그래서 제 전시를 기획할 때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고 사진을 마음껏 찍어도 되는 전시를 생각해요. 다만 작업한 책들을 판매하고 있지는 않아요. 

버려진 책으로 하는 작업이라 편한 부분도 있지만 더 신경 쓰이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업할 때 어디에 중심을 두나요?

‘업사이클링 작업은 또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지.’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에 수업을 하러 가면 딱 한 가지 질문을 던져요. 오늘 하루만 정크 아티스트가 된다면 무슨 쓰레기를 갖고 놀고 싶니라는 질문이에요. 모두 돌아가면서 이야기해요. 앞 사람이 말한 건 말할 수 없다는 조건이 있어서 30명이 30개 쓰레기를 얘기해요. 종이, 박스, 우유곽처럼 평범한 소재부터 와이퍼까지 다양한 소재가 나와요. 그 중 한 명만이라도 정크아트와 환경운동에 대한 기억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이 안 된다는 사실을 말로 전하는 것보다 만들면서 느껴보는 거예요. 이래서 재활용이 안 되는구나, 그러면 내가 예쁘게 만들어서 더 오래 봐야지. 그렇게 순화해서 가는 것 같아요. 말하지 않아도 그런 메시지가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책은 종이니까 무조건 재활용이 된다고 생각해요. 종이는 친환경적이라고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거군요. 실제로 출판사에서 버려지는 책도 많다고 들었어요. 작업을 하면서 출판계 문제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 것 같습니다.

저도 작업을 하면서 출판사에서 버려지는 책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림책에는 코팅이 돼 있어요.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이 되지 않아 불태워지죠. 소각 과정에서 유해가스와 탄소가 나오고 환경에도 영향을 끼쳐요. 일반인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죠. 책은 당연히 재활용이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도서정가제가 되면서 리퍼도서가 사라졌어요. 상처난 책을 더 싸게 사거나 팔 수 없게 됐죠. 정가제가 되는 게 맞긴 하지만 리퍼도서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소각해서 폐기하는 양도 늘어났다고 해요. 제 작업이 알려지면서 출판사에서 버려지는 책을 보내주기도 해요. 한 권의 책이 500권에서 2000권까지 올 때가 있어요. 코팅이 돼 있으니 팝업북 만들기엔 좋았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은 그러면 코팅을 하지 말아야지, 책을 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해요. 그런데 이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책의 코팅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것 같은데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책에 코팅을 누가 하게 했을까요. 아이들이 보는 책인 만큼 소비자들이 오염에 강한 책을 원한 건 아닐까요. 속지가 코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표지가 코팅돼 있다면 재활용이 안 되고 똑같이 태워진다고 들었어요. 선별장에 비닐과 종이를 따로 분리하는 인력이 없는 데다 종이죽을 만들 때 코팅 종이가 기계에 끼이면 수리비가 더 나오기 때문이래요. 저는 책이 하드 커버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종이컵이 재활용 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진 게 아니잖아요. 같이 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더 오래 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 같아요. 팝업북을 만드는 건 제가 책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의예요. 그렇다고 해서 저는 환경운동가는 아닙니다. 환경 문제 안에 들어와 있긴 하지만 모든 작업 과정이 환경적이기만 한 건 아니에요.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려면 더러운 책을 물티슈로 닦아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야 하죠. 환경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물티슈도 필요해요. 

 

그림책 오래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하는 팝업 작업

안선화 정크아티스트는 나무를 좋아한다. 작년 북촌갤러리 전시에서는 파지로 기둥을 만든 딱지 나무를 선보였고 올해 전시에서는 짜투리 종이로 이야기 나무를 만들었다. 사진은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던 지난해부터 ‘물고기자리’를 테마로 작업한 나무 팝업 작품.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는 나무라는 주제를 좋아한다. 작년 북촌갤러리 전시에서는 파지로 기둥을 만든 딱지 나무를 선보였고 올해 전시에서는 짜투리 종이로 이야기 나무를 만들었다. 사진은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던 지난해부터 ‘물고기자리’를 테마로 작업한 나무 팝업 작품.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안선화 작가는 북촌갤러리에서만 세 번째 전시를 하고 있었다. 2019년부터 매년 다른 콘셉트로 작업을 해왔다. 첫 전시 때는 팝업북 전시를, 이듬해에는 스토리 전시를, 올해는 스토리 작업을 하고 남은 짜투리 종이 속 캐릭터를 활용한 전시를 했다. 

작업한 책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과 만나는 건 전시나 수업을 통해서가 되겠네요. 이곳에서만 세 번째 전시라고요. 

저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에요. 팝업 스킬을 소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작년에는 스토리 전시를 하면서 책을 읽어드렸어요. 많은 분들이 그냥 팝업을 보는 것과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많이 다르다고 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팝업 작업을 하고 남는 짜투리 종이와 그 속의 캐릭터들을 모았어요. 저는 짜투리도 안 버리고 작업실에 다 쌓아두는데요. 수업을 하러 가서 사람들이 작업 후 남긴 짜투리와 인쇄소에서 주는 종이도 다 모아둬요. 이번 전시에 비치해둔 방명록도 모아둔 속지를 엮은 거예요.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인 이야기 나무도 모두 그 짜투리 캐릭터를 활용한 거예요. 미술관 팸플릿, 공연 포스터, 티켓, 컵홀더 등도 좋은 재료예요. 앞으로 소설책 작업과 짜투리 종이를 접목해 책 액자를 만드는 일도 더 많이 하려고 해요. 전시는 기회가 되면 계속할 예정입니다. 북촌 교육박물관에서 오는 8월 여성 독립운동가 전시에도 팝업으로 협업하기로 했어요.

팝업을 통한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처음에 어떻게 개념을 알고 기본기를 배울 수 있을까요?

팝업은 공식이에요. 어떤 각도로 붙이면 어떻게 튀어나온다는 식으로 아주 기본적인 기법이 있어요. 사실 저는 큰 매뉴얼 없이 그림을 보고 느낌대로 작업해요. 저는 처음에 폴 존슨의 메이킹북이라는 책을 봤어요. 2000년대 초에 그림책을 보러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보고 독학을 했어요. 만들다 보니 너무 재밌었어요. 그 분의 북아트는 메머드지를 접어서 하는 방식이었는데 저는 그림책을 오려서 팝업을 만들었어요. 종이를 접고 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거죠. 

아이들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책과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면에서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어떠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나요?

같은 책을 바라보는 다른 마음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해요. 같은 이야기를 들려줘도 100명의 아이들은 다 다른 장면을 만들어내요. 제가 하는 팝업북 수업은 정크 작업을 안내한다기보다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다가 쉬는 시간에 자기 힐링을 위해 그림책 팝업북을 만들었어요. 가위로 오리고 있으면 그 시간에 마냥 빠져들게 돼요. 스스로 가위질을 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자기위로를 받죠. 작업을 할 때는 버려지고 오래된 책만 대상으로 하라고 해요. 35년 이상 된 나무들로만 종이를 만든다는 사실,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버려진 책을 찢는 이유는 버리지 않고 새롭게 변신시켜주기 위해서라는 점, 조금 더 오래 보기 위해서 꾸며주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줘요.  

개인의 즐거움으로 시작한 시점부터 따져보면 17년째 그림책 팝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작업들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나요?

저는 스스로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만들기 과정을 안내하고 있지만 결국은 그림책을 오래 보고 생각하고 힐링했으면 좋겠다는 게 희망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 버려지는 책은 자연히 줄어들게 돼요. 예전에는 저만 버려진 책을 줍고 다녔는데 이제는 제 수업을 듣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버려진 책을 주워 오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이 작업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니 혼자서 가위질을 할 줄 아는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버려지는 책을 활용하는 활동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ey@greenpost.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