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아이들의 미래’ 이슈가 아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친환경’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40대인 기자가 코흘리개 꼬맹이던 시절에도 ‘자연보호’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도 아닌) 국민학생 시절에는 ‘벌거벗은 붉은 산엔 살 수 없어 갔다오’라고 합창하며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고 노래했다. 부모님은 어린 기자에게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된다고 가르치셨다.

기자로 일한지 20년이 넘었다. 신입기자 시절에도, 아직 경험이 충분하지 않던 시절에도 환경 문제는 늘 관심과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기자는 지난 2001년에도 환경 관련 취재를 했었고 2009년도 그랬다. 지금과 다를 바 없었다는 얘기다. 

그럴때마다 늘 듣던 구호가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은 지구의 정복자가 아니라 후세들에게 자연을 잠시 빌린 사람들’이라고 말하던 선배도 있었다. 그 배경에는 ‘지금에야 괜찮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나중에 큰일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정말 그럴까?

요즘 2050년이 화두다. 그 시점에 맞춰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는 목소리도 있고, 2050년이 되면 기후변화가 정말 심각해질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앞으로 29년 후니까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우리 아이들’이나 ‘다음 세대’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하지만 2050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1989년에 ‘2020 우주의 원더키디’를 본 세대라면 그걸 느낄터다. 만화 속에서나 상상하던 2020년이 벌써 현실이 됐다. 게다가 코로나로 얼룩진 2020년은 이미 과거로 흘러갔다. 2020이 TV에나 나오는 비현실적 미래라고 생각하던 국민학생은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리는 가장이 됐다. 그러면, 지금 세대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2050년은 어떻게, 무슨 모습으로 다가올까

청년에게 2050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20년 남짓 살아온 사람에게 30년은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반대로 30년이 지나도 그들은 아직 한창 일하고 활동할 나이여서다. 기자는 2050년이 되면 백발의 노인이 되겠지만 청년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2050년은 미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세대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실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청년기후수호대 ‘가오클’ 멤버들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기후라는 자연은 나 혼자의 힘으로 바뀌지 않아서 조금 무력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김공룡과 친구들’ 멤버들은 2050년이라는 화두에 대해 “우리에겐 ‘고작’ 한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인 30년이 남았다”고 말하면서 “2050년이 절대적인 기준점이 아니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SDGs청년플랫폼 멤버들은 “20대에게 2050년은 언젠가 닥쳐올 먼 미래가 아니며. 지금 삶의 한 순간이 그 시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활 습관이나 어떤 활동을 할 때도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실천은 정말로 시급하고 중요한 화두다. 가오클은 “그래도 지금이 전 세계적인 경제상황과 정치상황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공룡과 친구들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 쌓이고 쌓여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조금씩 세상을 바꾼다”고 말했다.

환경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괜찮은데 언젠가 다가올 먼 미래를 위해 보험처럼 생각하는 가치가 아니다. 지금 세대의 문제다. 우리가 함께 겪을 이슈고 그래서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당장 4월부터 더워졌고 작년 여름만 해도 한 달 내내 비가 내리지 않았는가? 기후변화와 멸종위기는 북극곰과 펭귄의 문제가 아니고, 나중에 태어날 아이들의 문제도 아니며 당장 이글을 읽는 여러분의 문제라는 얘기다.

우리에게 뭐가 필요한지 여전히 궁금하다면 청년들의 말에 한 번 더 귀를 기울이자. 청년기후수호대 멤버들은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것은 '현재 성장동력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50년에도 경제·사회의 주역이 되어야 할 세대의 얘기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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