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어업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부수어획으로 죽는 바다생물 연간 25만 마리”
“바다 속 플라스틱, 문제는 빨대가 아니라 어업장비”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다섯번째 시리즈는 바다에서 이뤄지는 대규모의 상업적 어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 것처럼, 바다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어업도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는 견해와 그를 둘러싼 목소리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대규모로 이뤄지는 축산업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적잖은 탄소가 배출되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바다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공장식 어업’은 어떨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대규모로 이뤄지는 축산업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적잖은 탄소가 배출되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바다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공장식 어업’은 어떨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대규모로 이뤄지는 축산업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적잖은 탄소가 배출되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바다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공장식 어업’은 어떨까? 수많은 물고기를 바다 위로 잡아 올리는 것은 지구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대규모로 이뤄지는 어업의 환경 영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장의 핵심은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인류가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잡아올려 바다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지적이다. 상업적인 수요가 늘어나고 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생산과 유통이 이뤄지면 환경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다. 이건 어업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한 시선이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어업에 대한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계기가 하나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다.

이 영화는 대규모 어업으로 물고기가 사라지면서 바다가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큰 규모로 이뤄지는 상업적 어업 활동으로 개체수가 줄어들고 물고기와 함께 살던 해조류 등의 생태계도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다큐는 ‘이런 추세를 개선하지 않으면 해양생물이 멸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슨 까닭일까. 다큐멘터리에서 지적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그 주장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 대규모 어업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영화는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바다생물이 연간 1천 마리라면, 부수어획으로 죽는 바다생물은 연간 25만 마리라고 주장한다. 부수어획은 사람들이 먹기 위해 잡는 물고기 말고 그 물고기를 잡으려다 그물에 함께 따라와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경우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고등어를 잡으려고 쳐놓은 그물에 걸려 (결과적으로 생선으로 유통되지도 않고) 죽은 채 버려지는 물고기들이 많다는 얘기다. 영화는 위와 같은 구조를 지적한 뒤 환경단체 등이 이런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버리는 플라스틱 등만 문제 삼았다고 주장한다.

다큐는 여러 가지 주장과 함께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다. 비싸게 거래되는 참다랑어를 많이 잡기 위해 (참다랑어를 잡아먹는) 돌고래를 죽이거나, 샥스핀 재료를 얻기 위해 지느러미만 잘라낸 다음 다시 바다에 버려지는 상어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바다에 상어가 있을까봐 두려워해야 하는 게 아니라 상어가 바다에 없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소개한다.

상어의 개체수가 사라지는 게 왜 문제일까. 생태계 균형이 무너질 수 있어서다. 다큐는 “먹이사슬의 제일 위에 있는 1급 포식자가 사라지면 그 아래 2급 단계의 포식자 개체수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더 아래 단계의 먹이가 전멸하면 2급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다큐는 “상어가 1년에 인간 10명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인류가 평소 즐겨먹는 생선과 함께 잡히는 상어는 5천만마리”라고 주장한다.

물고기를 잡는 과정에서 다른 종이 딸려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다큐는 이 지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우연히 잡히는 게 아니라 계산된 것이며, 프랑스 대서양 연안에서만 부수어획으로 희생되는 돌고래가 연간 1만 마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돌고래를 좋아하지만 생선 먹는 일이 돌고래 개체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잘 모른다”고 주장한다. 다큐는 매년 30만 마리가 넘는 돌고래가 부수어획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주장하면서 참치 8마리를 잡기 위해 돌고래 45마리를 도살한 어선도 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는 바다 쓰레기의 가장 큰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이 아니라 어업장비라고 주장한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는 바다 쓰레기의 가장 큰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이 아니라 어업장비라고 주장한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바다 플라스틱, 문제는 빨대가 아니라 어업장비”

바다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알려진 미세플라스틱이나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큰 문제의식을 일으켰던 플라스틱 빨대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런데 씨스피라시가 이 부분에 대해 주장하는 요지는 이렇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어선에서 버려진 그물 등 어업관련 쓰레기고, 바다거북이 코에 꽂혀있는 모습 등을 통해 해양 쓰레기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인식됐던 플라스틱 빨대 등은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다는 것.

다큐는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떠다니는 이른바 ‘플라스틱 섬’의 46%가 그물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해안으로 밀려온 고래의 뱃속에서 어업 장비가 발견된 사례를 예로 들면서 “지구상 가장 외진 바다에도 어업장비가 넘쳐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플라스틱때문에 죽는 바다거북이 연간 1천마리지만, 미국에서 어선에 의해 포획되거나 죽는 바다거북 수는 연간 25만 마리”라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이 흔히 상상하는 ‘잘못 버려진 생활계 폐기물 속 미세플라스틱’보다는 대규모 어업으로 인한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큰 규모의 어업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씨스피라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건 전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오늘부터 바다로 단 1그램의 플라스틱도 유입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바다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가장 큰 문제가 상업적인 어업이니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큐는 큰 규모의 해상 기름유출 사고였던 딥워터호라이즌을 언급하면서 “멕시코만에서 하루에 어업으로 죽은 해양동물이 몇 달 동안 기름유출로 죽은 동물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과 화석연료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왜 어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물론 다큐가 지적한 내용이 모두 진실이라고 단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씨스피라시가 언급한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고 ‘영화의 내용은 사실이지만 일부 통계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 4월 해양생물학 전공 과학작가의 포브스 기고 컬럼을 인용해 ‘조업 장비가 해양 플라스틱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 비중은 10% 정도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줄여야 산다 2편에서는 환경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상업적인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보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소개한다. 씨스피라시에서 주장한 또 다른 내용과 이에 대한 환경단체 등의 반론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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