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알루미늄 대체할 종이 용기 기밀성 보완이 관건
세트포장·배송 패키지에서도 레스 플라스틱ㅡ

이니스프리가 펄프 몰드 소재를 적용한 친환경 패키지 ‘비자 트러블 스킨케어 세트’. (이니스프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니스프리가 펄프 몰드 소재를 적용한 친환경 패키지 ‘비자 트러블 스킨케어 세트’. (이니스프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지난 1월 말 화장품 업계가 탈 플라스틱을 선언했다. 업계가 모여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한 것인데 요지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그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화장품 업계는 그동안 재활용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 용기 문제로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분야로 지목돼 왔다. 화장품이 환경을 저해한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용기와 포장재에 보다 적극적인 친환경인 요소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제거하고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소시켜야 한다. 리필을 활성화하고 사용 후 판매됐던 용기를 회수해 리사이클링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화장품 업계가 올해 상반기 어떠한 방식으로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를 해결했는지 살펴봤다. 

◇ 플라스틱·알루미늄 대체할 종이 용기 기밀성 보완이 관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종이 용기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용기와 비교해 플라스틱 사용량은 약 70% 낮추고 최장 3년간 유통이 가능한 기술이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국내 기술로 완성한 친환경 종이 튜브는 대량생산 시스템까지 완비했으며 클린 뷰티 브랜드 프리메라 제품의 플라스틱 튜브부터 대체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그 동안 뷰티 업계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은 늘 있어왔지만 기존에 쓰인 종이 튜브는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용기보다 공기 등 기체가 통하지 않는 성질인 기밀성이 떨어져 유통기한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에 나노박막차단 기술을 접목,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을 대체하면서도 장기간 유통할 수 있는 종이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 사용을 피하기 어려운 뚜껑 부위를 제외하고 몸체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용기 대비 70%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보관에 주의가 필요한 기능성 성분 제품에도 해당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박영호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은 “기존의 종이 용기가 지닌 한계점을 극복하고 장기간 사용에도 화장품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유통기한을 보장하면서도 100% 퇴비화가 가능한 종이 용기도 개발하고 있다”고 전하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친환경 포장재를 선보일 계획임을 밝혔다. 

한편 클린 스키케어 브랜드 파머시는 시그니처 제품인 ‘그린 클린’에서 실버캡을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PP 소재로 바꿨다. 이와 함께 패키지 전체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친환경 재활용 수지인 PCR 플라스틱 소재로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세트포장·배송 패키지에서도 레스 플라스틱

화장품 업계는 내용물을 담는 용기 외에 세트포장이나 배송을 위해 사용되는 포장재에서도 플라스틱을 줄이고 있다.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는 지난 3월 100% 종이 포장재로 일괄 분리 배출이 가능한 ‘제로 플라스틱 친환경 배송 패키지’를 도입했다. 해당 패키지에는 비닐 완충재나 비닐 테이프가 사용되지 않고 대신 펄프 종이 완충재와 종이 크라프트 테이프가 사용된다. 배송 중 제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고정하는 몰드 역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스티로폼이나 비닐 에어캡 등 플라스틱 소재가 아닌 제품 사이즈에 맞춰 특수 제작한 재생지 펄프 몰드를 활용했다. 닥터 브로너스에 따르면 박스를 포함한 모든 완충재는 친환경 무표백 종이 소재로 일괄 재활용 분리 배출이 가능하다. 

파머시도 기존 배송상자를 종이상자로 바꿨다. 제품 설명서도 없애고 종이 박스에 제품 설명을 대신 넣었다. 불필요한 종이 낭비를 최소화하고 제품 생산의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로 알려진다. 

이니스프리는 기존 세트 상품에 제품 고정 목적으로 사용하던 플라스틱 선대를 제거하고 대신 재활용이 쉬운 펄프 몰드 소재를 적용한 친환경 패키지 세트 ‘비자 트러블 스킨케어 세트’를 선보였다. 불필요한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인 포장재로 펄프 몰드는 천연펄프, 폐지 등 각종 펄프 원료를 물과 섞어 흡착·건조해 만들어 재활용과 생분해가 용이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설 명절 선물세트에 생분해가 가능한 사탕수수 원료와 FSC 인증을 받은 종이로 만든 포장재를 적용했다.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담은 이 선물세트는 ‘지구를 부탁해’로 불렸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무색 페트 용기를 사용하고 접착제 라벨 대신 종이 슬리브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선물세트에는 재활용 페트로 만든 ‘리사이클 페트 에코백’도 동봉됐다. 

한 번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500년 이상 썩지 않고 지구에 잔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동안 화장품 업계는 안전성과 럭셔리 이미지를 이유로 용기부터 단상자까지 플라스틱을 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업계 내부적으로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대체 소재 개발과 재활용 노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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