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최근 국내 대형마트에 샴푸·바디워시 리필 스테이션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서 마트 내에 매장형으로 런칭한 리필 스테이션이다. 두 매장은 취급 제품은 다르지만 전용 용기를 판매하고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가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지난해 문을 연 알맹상점과 아모레스토어 광교 리필 스테이션도 마찬가지다. 

매장에 상주하고 있는 화장품 조제관리사는 용기를 소독하고 샴푸나 바디워시 등을 소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세탁세제나 섬유유연제 등을 소분해 판매하는 리필 스테이션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샴푸나 바디워시 등은 현행법상 화장품으로 분류되고 관련 법에 따라서 소분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같은 리필이라도 주방세제나 섬유유연제 등은 환경부에서 관리하는 화학제품으로, 샴푸나 바디워시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하는 화장품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얘기다. 

법적으로 화장품을 소분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매장에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가 상주해야 한다. 식약처는 지난해 화장품 소분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화장품의 품질관리와 관련한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증을 신설했다. 이 자격증을 갖춘 조제관리사가 없으면 샴푸나 바디용품을 소분해 판매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상주 조건이 리필 스테이션의 품목 다양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화장품을 단순 소분하는 업무는 소비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인데 별도의 자격증까지 두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실제로 일부 제로 웨이스트 가게에서는 세제 외에 샴푸나 바디워시 등 화장품 군을 추가하고 싶어도 법적으로 화장품 조제관리사를 둬야 하는 부담이 있어 품목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속적으로 관련 리필 스테이션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대형마트나 대형 화장품 제조·유통사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은 지난 2월 성명을 통해 “일반적으로 해외의 제로 웨이스트 가게는 세제와 화장품 제품을 별도의 자격증 없이 소분해 판매한다”면서 “까다로운 국가 자격증보다 화장품에 대한 기초지식, 위생관리 등을 교육하고 관리감독하는 방향을 제안한다”고 리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같은 업계의 목소리에 식약처 화장품정책과 담당자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는 화장품의 혼합 소분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서 제품의 품질 안전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리필 매장과 관련해 업계의 제도 개선 요구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업계 등과 협의체를 통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리필 문화 확대를 위한 제도 완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샴푸나 바디워시 용기는 분리배출 하더라도 혼합재질에 인쇄 문제 등으로 제대로 재활용 되기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내용물을 리필하는 문화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시중 제품의 두꺼운 플라스틱 용기와 비교했을 때 리필 스테이션에서 판매하고 있는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전용 용기는 제작 과정이 친환경적이고 지속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플라스틱 저감 효과도 크다고 말한다.  

리필 스테이션은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환경보호에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연스럽게 샴푸나 바디워시를 소분 판매하는 곳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화장품 리필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인 문턱이 낮춰질지 주목된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