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히어로] 박진영・신하나 ‘낫아워스’ 공동대표, 두 비건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패션
[현장의 히어로] 박진영・신하나 ‘낫아워스’ 공동대표, 두 비건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패션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1.05.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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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착취 없는 옷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출발점
PVC와 동물성 소재를 대체할 소재에 대한 고민
패션업계가 안고 있는 재고 문제에 대한 인식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예고된 미래 앞에서 같은 운명을 가진 공동체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늦출 순 있어도 막을 순 없다고 말합니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의 가속화 여부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모든 경제 활동은 환경 문제를 동반합니다. 내딛는 걸음마다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고 경제 논리의 한 가운데 있는 기업에 우리가 책임을 묻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기업도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그 속에는 의식있는 소비자못지 않게 환경 문제를 정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호와 외침을 넘어 자기 자리에서 환경을 위한 디테일을 하나씩 더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장의 히어로는 각자의 현장에서 환경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환경과 경제를 양 손에 올리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환경과 경제에 대한 새로운 환기점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왼쪽부터) 신하나・박진영 낫아워스 공동대표.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왼쪽부터) 신하나・박진영 낫아워스 공동대표.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두 사람의 비건이 마음을 모아 옷이나 가방을 만들면 어떤 가치가 담긴 제품이 탄생할까. 여기, '동물의 한 종인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차별하거나 착취하면 안 된다'는 시선을 가진 두 사람이 있다. 이들은 패션기업 공동대표다. 그들은 무슨 소재를 다루고 어떤 기준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까? 

환경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 중 하나가 ‘비건’이다. 사람들이 비건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바탕에는 환경문제와 동물착취 문제가 두껍게든 얇게든 깔려있다.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는 것. 동물을 착취의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갖고 있는 생명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이다. 

비건은 단순히 채식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이들을 부르는 말이다. 비거니즘은 동물을 착취하고 학대해서 생산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하는 일종의 삶의 태도다. 그래서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는 것부터 머무는 공간까지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낫아워스(NOT OURS)는 그런 면에서 눈이 머무는 브랜드다. 동물성 원료는 물론 PVC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 브랜드인 낫아워스는 이름 그대로 ‘우리의 것이 아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의 것이 아닌 동물의 털’이라는 뜻부터 ‘우리의 자원이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이라는 뜻까지 다양한 ‘우리의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낫아워스의 언어를 만들고 있는 건 박진영・신하나 공동대표다. 두 사람 모두 비건으로 단순히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서의 동물착취에 반대하며 ‘지속가능한 삶’에 물음표를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 비건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쪽은 아니다.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목소리를 내는 쪽이다. 

이들이 낫아워스를 통해 지향하는 바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좋은 비동물성 소재를 선택할 것,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할 것, 불필요한 재고는 최소화할 것. 이 삼박자가 맞아야 지속가능한 패션이 가능해진다. 패스트 패션과 재고 쓰레기 문제를 안고 있는 패션 업계에서는 단순히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친환경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인터뷰는 비동물성 소재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결국 패션 업계에서 풀어야 할 오래된 숙제인 재고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낫아워스는 비건 패션 브랜드입니다.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의미를 담고자 했나요?

박진영. 일단 저희 둘 다 비건이에요. 저는 먹는 것에서부터 비건을 실천하다가 패션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동물 착취 없는 옷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우리의 것이 아닌’이라는 뜻이에요. 패션에서는 동물이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소재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동물이 정말 우리가 쓸 수 있는 소재인가라는 의문에서 떠올린 이름이에요. 우리의 것이 아닌 동물의 털, 우리의 것이 아닌 동물의 가죽, 더 나아가 우리 세대가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우리는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들이고 결국 우리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우리의 것이 아니에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신하나. 처음에는 텀블벅 펀딩을 시작으로 가볍게 시작했어요. 마침 추석이라 겨울옷을 구매할 시기였는데 울코트나 오리털패딩 외에는 살 만한 게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입을 옷을 한 벌 만들어보자, 그래서 한번 팔아보자 하고 시작했어요. 한 벌로 시작해보고 괜찮으면 계속 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브랜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채식보다 동물성 소재의 옷을 사지 않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를 읽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럴까요?

박. 그 말은 신 대표의 말이었는데요. 뭐가 더 쉽다는 건 개인마다 다를 것 같아요. 제 경우 채식은 하고 있었지만 운동화나 벨트 등에서 가죽 소재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2009년부터 채식을 시작했는데 오랫동안 채식을 하면서도 동물성 소재를 배제한 옷을 사지 않기란 힘들었어요. 신 대표는 저보다 늦게 채식을 시작했는데 입는 일에서부터 실천하려고 했어요. 오히려 그게 더 쉽다는 입장이었죠. 저와는 완전 반대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데 그 발상이 신선했어요. 결심하고 실천하면 되는 걸 내가 미련을 못 놓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7년 텀블벅을 시작한 이후 입는 옷도 모두 비동물성만 구입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걸 추구하기보다 할 수 있는 걸 하나라도 하는 것이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신. 비거니즘이라는 게 채식주의랑은 다르잖아요. 동물학대를 모두 배제하는 삶의 실천이자 철학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동물카페나 동물원에 가지 않는 것도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그런 식으로 더 편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거죠.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비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요?

신. 처음에는 타깃을 비건으로 했어요. 수많은 브랜드 가운데 우리의 가치와 기준을 정해야 했으니까요. 초반에 비해 지금은 비건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패션을 좋아하는 분들도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 제품을 찾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박. 브랜드가 시작된 2017년을 기준으로 보면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친환경적인 신소재도 많이 나오고 포장할 때 고민이었던 비닐을 대체할 생분해 비닐도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됐거든요. 소비자 인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 전에는 비건이 뭔지부터 설명해야 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미리 다 이해하고 오히려 소재 등에 대해서 더 디테일한 질문을 던집니다.

 

PVC와 동물성 소재를 대체할 소재를 고민하다

낫아워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비건 지갑과 가방 제품. 폴리우레탄과 선인장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낫아워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비건 지갑과 가방 제품. 폴리우레탄과 선인장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낫아워스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동물성 소재와 PVC 소재를 배제하고 폴리우레탄과 식물성 소재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PVC는 패션업계에서 동물성 가죽 대신 가장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조가죽 소재다. 작업이 쉽고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인데 그 이면에는 큰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 

보통 인조가죽 소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PVC는 제조 과정부터 폐기까지 플라스틱과 똑같은 유해성을 갖고 있습니다. 낫아워스에서는 PVC 소재를 아예 배제하고 있죠?

박. 저도 PVC의 유해성에 대해서 잘 모르다가 환경운동가 애니 레너드가 쓴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서 그 소재가 왜 나쁜지 알게 되었어요. PVC는 생성 과정에서부터 독성물질과 다이옥신을 방출하는 등 환경잔류 물질이 남는데요. 차라리 사용 후 폐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그걸 재활용까지 하면 문제가 계속 이어져요. 애니 레너드는 PVC가 플라스틱 중에서도 최악이라고, 재활용도 답이 아니고 아예 사라져야 할 물건이라고 말해요. 그걸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우비, 식탁보는 물론 코팅 소재로 패션업계에서도 너무 쉽게 사용되는 소재이니까요. 인조가죽을 만드는 소재는 폴리우레탄과 PVC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PVC가 딱딱하고 모양을 잡기 쉬운데다 저렴해서 폴리우레탄보다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PVC의 문제점을 모르니까 비동물성 소재로 나온 PVC 제품을 사서 쓰고 있고요. 문제는 일반 소비자가 성분을 알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옷 라벨에는 성분 표시가 안 돼 있거든요. 보통 ‘인조가죽’이라고만 명시되지 그 성분이 구체적으로 PVC인지 폴리우레탄인지 소비자는 알 수가 없죠. 

신. 애니 레너드는 PVC와 알루미늄 캔이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물건이라고 강조해요. 여름에 자주 사용하는 투명가방도 PVC로 만들어졌는데 편리성에 비해서 문제점은 많이 안 알려진 것 같아요. 해외에서는 PVC를 금지시킨 나라도 있고 일부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PVC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어요. 애플도 충전기 단자 문제는 있지만 PVC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자부심이 있어요. 이밖에 플라스티졸이라고 해서 PVC가 액체화된 버전이 있는데 옷에 프린트돼 색을 구현해요. 저희는 옷에 프린트를 할 때 고무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플라스티졸에 비해서 선명도는 떨어지지만 그것대로 받아들이고 디자인을 타협해가고 있어요. 

결국 합성피혁이라고 부르는 것의 상당수가 PVC라는 얘기네요. 이를 대체할 소재로 주목하고 있는 소재가 있나요?

박&신. 버섯가죽이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에서도 올해 버섯으로 만든 인조가죽으로 가방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요. 선인장이나 사과가죽은 식물성 섬유라 그 자체만으로는 힘이 약해 다른 소재를 섞어서 압축하거나 뒷면에 다른 원단을 덧대서 쓰는 편인데 버섯가죽은 균사체라서 그런지 그 자체로 힘이 있어요. 진짜 가죽과 똑같이 생겼어요. 다만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요. 버섯가죽을 사용한 제품이 시범적으로 몇 차례 나온 적은 있지만 상용화되지는 않았어요. 상용화되면 여러 디자인을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패션 아이템에서 가죽을 비롯해 동물성 원료를 전부 배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소재와 부자재를 선택할 때 고민이 더욱 많을 것 같은데요. 소재나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곳이나 사람, 브랜드가 있나요?

박. 항상 조사를 해요. 우리가 쓸 수 있는 소재를 찾아 보는 거죠. 우리가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은 소재에 맞는 디자인을 한다는 거예요. 보통은 디자인을 먼저 하고 소재를 찾는데 우리는 소재를 먼저 생각학 거기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하는 순서예요. 당연히 작업 방식도 다르고요.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오래 사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신. 스텔라 매카트니요. 험난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브랜드로는 베자(VEJA)가 있어요. 공정무역으로 얻은 재료를 사용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원자재를 사용하는 브랜드예요. 윤리의식과 기준이 철저한 브랜드인데 자체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자기 브랜드의 디자인만 보고 선택하는 게 아쉽다고 말하더라고요. 결국 소비자는 예뻐서 샀는데 이미 그 가치를 갖고 있다는 얘기라서 멋진 것 같아요. 

최근 선인장 가죽으로 제작한 ‘만두백’의 텀블벅 펀딩을 진행하셨죠. 선인장 가죽을 적용한 카드지갑도 판매 중이고요. 직접 사용해봤는데 사용감이 가죽과 거의 다르지 않더군요. 선인장 가죽을 선택한 이유와 제작 및 폐기 시 일반 제품과 다른 특징은 무엇인가요?

박. 선인장 가죽은 유기농 선인장을 주원료로 합니다. 선인장을 수확해서 햇빛에 말린 후 가루로 만들어 압축해서 만들어집니다. 부분 생분해가 된다는 점이 다른 인조가죽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선인장 가죽뿐만 아니라 식물성 소재로 사과가죽과 와인가죽도 개발되고 있는데 선인장이 더 빨리 상용화 돼 H&M 등 SPA 브랜드에서도 관련 제품이 나오고 있어요. 대체 소재로는 괜찮은 소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 아무래도 동물성 소재를 모두 배제하다 보니까 소재 제한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시중에서 쉽게 소재를 구입할 수 없으니 신문을 들여다보고 친환경 소재가 나왔는지 검색하고 소재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메일을 보내요. 우리 같이 작은 브랜드도 소량으로 구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패션업계가 안고 있는 재고 문제에 대한 인식

낫아워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의류.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플라스틱졸 대신 고무로 프린트를 했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낫아워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의류.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플라스티졸 대신 고무로 프린트를 했다. 제품은 대부분 재고가 남지 않도록 관리되고 있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두 대표는 제품의 소재 선택못지 않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패션업계가 안고 있는 재고 문제로 넘어갔다. 두 사람 역시 친환경 소재 선택못지 않게 직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구조를 짜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고가 남으면 남을수록 지속가능성과는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패션에서의 지속가능성은 유행과 기능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얼마나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느냐가 관건일 듯 합니다. 직물 쓰레기를 줄이고 재고를 만들지 않기 위한 낫아워스만의 원칙이 있나요?

박. 패션업계에서의 재고 문제는 심각합니다. 패스트 패션이 흥하면서 한 철 입고 버리는 물건이 너무 많아졌어요. 저희는 애초에 재고를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제품을 주문 받은 만큼만 만들려고 하는데 선주문을 받으면 상품 판매량이 어느 정도 예상돼 재고 조절을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시작했어요. 식물성 소재로 만들어진 면 티셔츠는 생분해돼서 더 친환경적인 게 아니냐고 하는데 쓰레기가 많아져서 좋을 건 없어요. 

재생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패션 아이템이나 비건 제품의 가격대가 비싸게 형성돼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착한 물건인데 왜 가격은 착하지 않느냐라는 관점인데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 착한 가격은 외부화된 비용이 포함됐다는 면에서 나쁜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옷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거라 소재와 질, 공정한 임금 지급 등이 제품 가격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패스트 패션 때문에 가격선이 무너졌어요.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해외에 아웃소싱해서 저렴한 임금을 지급하고 옷을 만들고 있어요. 싼 가격은 잦은 소비를 야기하고 이는 너무 많은 생산을 부르는 고리가 됩니다. 일례로 과거에 비해서 의류 소비량은 늘었는데 지출량은 줄었다는 통계 기사를 봤어요. 이게 패스트 패션이 불러온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비건 브랜드를 비롯한 친환경 브랜드가 아직 다양하지 않아서 생긴 시선 같기도 합니다.

신. 만 원짜리 티셔츠를 한 장 사서 한 철 입고 버리는 게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좋은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하나 사서 오래도록 아껴입으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소비가 됩니다. 업계 쪽 시선으로 보면 임금이 저렴한 해외공장에 일감이 외주화되면서 국내 공장들이 문을 닫고 퀄리티 높은 기술 구현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비건 소재가 동물성 소재보다 기능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부분이 있나요, 아니면 오해일까요?

박. 기능의 문제라기보다 인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소재의 특성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비교 기준을 오리털, 가죽, 실크에 두게 되면 동물성 소재에 얼마나 가까운지만 살피게 돼요. 그런데 동물성 소재는 그런 시선으로 보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서 실크는 섬세하고 약하지만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 소재잖아요. 아무도 실크를 가죽과 비교하면서 왜 이렇게 약하냐고 묻지 않아요. 소재 그 자체로 보니까요. 식물성 제품도 가죽과 달리 물에 강하고 오염이 덜 되는 등 강점이 많아요.

지속가능성이 낫아워스의 화두라면 제품 포장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브랜드 런칭 때부터 제품 포장에 어떠한 환경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나요?

박.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초반에는 오염 문제로 비닐포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제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종이포장을 했어요. 2018년부터 벌집모양의 종이 완충재 사용했고 해외에서 생분해 비닐을 소량으로 구입해서 쓰기도 했어요. 그러다 국내에서도 살 수 있게 돼서 생분해 비닐과 종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 과대포장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서 제품을 박스에 넣어 다시 택배상자에 싸는 대신 띠지나 종이완충제로 감싸서 보내는 등 택배 쓰레기와 부피를 줄이고 있어요. 소비자들도 그러한 포장 형태를 더 좋아해주고 있어요.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오래 쓸 수 있는 제품 만드는 것”

낫아워스의 두 대표는 2015년 한 패션 브랜드에서 직장동료로 만난 사이다. 당시 하던 일의 연장선으로 현재 박 대표는 디자인을, 신 대표는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다. 업무적으로 중요한 결정은 함께 내린다. 두 사람이 텀블벅 펀딩을 통해 페이크 퍼로 만든 코트를 선보인 건 2017년. 그때부터 비건 패션을 지향하고 있는 이들은 채식을 하고 있는 비건이기도 하다. 이들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두 분이 비건이 된 계기와 비건 라이프를 실천할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박. 정확한 계기가 생각나지는 않아요. 다큐멘터리와 시사잡지에서 환경문제를 접했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겨서 책을 찾아보다가 시작하게 됐어요. 한번 해볼까 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이었고 처음에는 동물보다는 환경문제 때문이었어요. 제가 비건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비건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채식하는 사람이 흔하지 않아서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주변에서 신기하게 보는데 일일이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알러지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밖에서는 먹을 게 전혀 없었죠. 이제는 배달음식과 롯데리아에서 비건 메뉴를 고를 수 있는데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에요. 그래서 요리실력이 늘었죠. 

신. 저는 2017년 마장동에 갔다가 배불리 고기를 먹고 나오는데 갑자기 피비린내가 역하게 느껴졌어요. 당시에는 과식했다고, 당분간 고기를 안 먹어야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게리 유로프스키의 강연을 보게 됐어요. 동물이 어떻게 착취돼 산업에서 다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사실 동물이 내 식탁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어요. 그 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하게 되고 알게 되면서 이렇게까지 고기를 먹어야 하나 싶었어요. 이후 책을 접하면서 비거니즘을 평생 실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처음부터 식단을 완전히 바꿨다기보다 옷과 화장품을 살 때마다 하나씩 바꿔나갔어요. 제 경우 세상도 변화하는 시기에 비거니즘을 실천해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처음에 박 대표 집에서 일을 했는데 그러면서 ‘스포일드 비건’이 된 면도 있어요. 바뀌게 되니까 사람 입맛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고기 비릿내가 느껴진 것처럼 입맛도 변하게 되죠. 사람들은 알고 싶지 않아 해요. 동물이 어떻게 착취 당하는지, 알아도 먹고는 살아야지, 알아서 뭐해 하며 외면하죠. 고기를 안 먹으면 힘들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알면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동물착취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어떠한 행동이나 질문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을까요?

박. 누가 안 알려주면 끝까지 모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이상하게 보이는 풍경이 있어요. 어릴 때 동물원을 좋아했는데 사실 야생에서 동물을 잡아와서 가둬두는 비극이잖아요. 이런 것을 누군가 알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책을 추천합니다. 어느 순간 스스로의 경험으로 깨달으면 좋겠지만 공부를 할 수밖에 없어요. 

신. 책도 좋고 커뮤니티 가입도 좋아요.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나의 비거니즘 일기’ 등을 검색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활동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넷플릭스를 통해서 다큐를 보는 것도 좋아요. 비건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더 게임 체인저스’라는 다큐를 추천합니다. 결국에는 동물이 고통 받지 않는 것이 포인트이기 때문에 환경, 건강, 동물권 등 무슨 이유로든 비건을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패션에는 의미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름답고 기능적이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낫아워스가 앞으로 어떠한 브랜드로 존재하고 성장했으면 하는지, 결국 지속가능한 패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해주세요. 

박.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만드는 속도보다 소비하는 속도가 빠르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튼튼하고 오래 썼는데 질리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정이 가는 아름다운 기본 제품을 잘 만드는 브랜드로 남고 싶습니다.

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이고 싶어요. 비건 소재, 질 좋은 소재를 사용하는 건 기본값이고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제품력과 실루엣으로 마음을 끌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눈에 시선을 끄는 디자인보다 계속 봐도 안 질리고 내년에 봤는데 더 예쁜 제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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