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금융 전환 가속화...ESG 선택 아닌 필수”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사가 대거 참여하는 ‘기후 리스크 포럼’을 설립하는 등 녹색금융 전환에 대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사가 대거 참여하는 ‘기후 리스크 포럼’을 설립하는 등 녹색금융 전환에 대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국내 금융당국이 P4G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녹색금융 협의체(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NGFS)에 가입한다. NGFS는 녹색금융을 위한 중앙은행·감독기구 간 글로벌 협의체다. 당국은 최근 금융사가 대거 참여하는 ‘기후 리스크 포럼’을 설립하는 등 녹색금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P4G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녹색금융을 위한 중앙은행·감독기구 간 글로벌 협의체 NGFS에 가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NGFS 활동을 통해 녹색금융 관련 국제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내 녹색금융 정책의 글로벌 정합성을 제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P4G 서울 정상회의 개최 등을 계기로 한국의 녹색금융에 대한 대내외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 NGFS를 통해 국내 금융권의 녹색금융 추진 노력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등에 따르면 가입 여부는 신청서 제출 후 1개월 이내에 회원기관의 승인을 얻어 확정된다. NGFS는 기후 및 환경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이행 지원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17년 12월 설립됐다. 기후리스크가 국가와 금융회사의 금융안정·재정건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하기 위한 권고안과 가이드를 마련한다. 

NGFS는 기후 및 환경 관련 금융리스크 감독방안, 기후변화가 거시경제 및 금융에 미치는 영향, 기후·환경리스크 관련 데이터 구축 등의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5월을 기준으로 현재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 70개국 90개 기관 및 14개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가입했다.

◇ 국내 금융권, 어떤 변화 맞나

금융당국이 NGFS에 가입하면 국내 금융시장은 어떠한 변화를 맞을까? NGFS는 기후 변화 위험으로부터 중앙은행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9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정책 운용에 기후 변화 위험을 반영하기 위해, 기존의 통화 정책을 바꾸지 않고도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크게 신용 거래, 담보물, 자산 구입 항목으로 나뉘고, 세부 내용으로는 상대 기업의 기후 연관성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화석 연료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채권은 충당금을 더 쌓도록 강제하거나, 그 반대로 저탄소 기업의 채권에는 이자율을 할인하는 방법 등 재무건전성 평가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NGFS는 3개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를 운영하는데, NGFS에 가입된 중앙은행은 오는 2050년까지 주어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은행 자산과 보험사 부채 등을 점검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해볼 수 있다.

시나리오는 △파리협정 목표인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21세기 말까지 2도 보다 낮게 유지하는 정책 △2030년까지 각국이 공약한 기존 탄소배출량 삭감 목표를 실현하는 것 외에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지구 온도 상승폭이 4도에 근접하는 경우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가격 인상 등의 추가 대책으로 경제에 큰 부담이 발생하는 경우 등이다. 

이처럼 NGFS가 발표한 권고안을 보면 궁극적으로는 중앙은행이나 금융당국이 나서 기업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보 공개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시킨다. 이렇게 될 경우 그린워싱을 행하는 기업들의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의 투자 위험성은 줄어들지만, 재무리스크는 반대로 늘어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NGFS 권고안은 기후리스크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충당금을 요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음을 제시할 뿐, NGFS 권고안을 반드시 따를 의무가 금융당국에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ESG 열풍 속에서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시중은행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이 국내 금융그룹 중 최초로 ‘탈석탄’을 공식 선언했고,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국내·외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채권 인수 등을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포했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그룹의 친환경전략인 ‘제로 카본 드라이브’(Zero Carbon Drive) 추진체계의 큰 축인 자산포트폴리오 배출량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 및 여신심사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ESG 주요 요소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탈석탄·탈탄소를 선포하고 전사적 차원에서의 ESG 경영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ESG 기획팀을 신설하는 등 녹색금융으로의 전환이 가속화 되는 시점”이라며 “국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지난 2019년 NGFS 가입 이후 금융당국의 가입이 이어지면서 투자 및 여신 심사에 ESG를 반영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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