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ESG 워싱 막을 정책 수단 강화해야"
한국금융연구원 "ESG 워싱 막을 정책 수단 강화해야"
  • 이민선 기자
  • 승인 2021.05.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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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 "등급에만 주목하는 투자는 혼란 야기할 가능성 있어"
"감독당국, 포트폴리오 운용ㆍ성과, 광고 등 집중 점검해야"
최근 ESG 투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건전한 ESG 투자 흐름을 확립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투자자 오해나 'ESG 워싱'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ESG 투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건전한 ESG 투자 흐름을 확립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투자자 오해나 'ESG 워싱'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최근 ESG 투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건전한 ESG 투자 흐름을 확립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투자자 오해나 'ESG 워싱'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금융리포트의 'ESG 투자 위험의 증가와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기후ㆍ환경 변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기업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ESG 투자에 대한 투자자 관심과 투자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시연 연구위원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논의와 최근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국내외 그린뉴딜 및 탄소중립 목표 추진 등으로 기후ㆍ환경 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ESG 투자에 대한 관심과 투자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투자자 리스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평가의 불투명성과 투자 기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위 ESG 워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린워싱(Green washing) 또는 ESG 워싱은 기업, 상품 등이 실제 환경이나 ESG 요소에 미치는 유의한 영향 또 는 전략 실행 수준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의도적ㆍ비의도적인 명칭 부여(naming)나 홍보, 마케팅 등만으로 친환경 또는 ESG 친화적 기업 또는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는 위험이다. 

국내외 평가기관들은 최근 환경 부문 평가를 강화한 ESG 평가를 통해 기업별 ESG 등급을 산출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ESG 평가는 구성요소도 매우 다양하고, 평가기관 간 평가 지표나 방식이 크게 달라 동일한 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도 일관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시연 연구위원은 "동일 기업 내에서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 영역 간 유의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각기 다른 영역에 대한 평가 취합 방식이 불분명해 최종적인 통합 ESG 등급에 기반해 이뤄지는 투자는 향후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예를 들어, 지배구조 부문 평가는 우수하지만, 환경 부문에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의 통합 ESG 등급은 중간 수준으로 산출될 수 있는데, 통합 등급 정보에만 기반해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투자자는 환경 규제의 급격한 강화 등에 따라 해당 기업의 ESG 등급이 낮아질 수 있음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ESG 펀드 등 ESG 상품으로 명칭 된 금융투자 수단들의 실제 포트폴리오 운용 상황도 투자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2020)에 따르면, 뱅가드(Vanguard) 등의 ESG 펀드들이 높은 성과를 냈지만, 펀드 가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최다 보유 주식들이 대부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같은 시장을 주도한 기술주로 ESG가 아닌 다른 투자 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에서는 ESG 워싱을 방지하고 투자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속가능성 또는 ESG 명칭을 붙인 펀드 등 금융상품들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내 투자 의사결정 시 최소한의 ESG 고려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주시했다. 투자자들이 보다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그린워싱 등을 방지하기 위한 펀드 명칭 관련 규제 강화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한 바 있다. 

SEC는 투자자가 펀드 명칭에 의해 오해하거나 기만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명칭과 자산가치의 80% 이상이 일치하도록 요구하는 투자회사법상의 (펀드) 명칭 규정('Names Rule')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하지만 현재 투자 형태, 산업, 지역, 국가에는 해당 규정이 적용되나 전략으로 간주되는 'ESG'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SEC는 올해 4월 ESG 투자 관련 위험 경보(risk alert)를 발행해, ESG에 대한 표준화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문사나 펀드가 ESG의 정의 및 활용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SEC 조사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운용과 공시된 ESG 접근방식 간 불일치, 투자지침 유지ㆍ모니터링 등에 대한 내부통제 부족, ESG 접근 방식 관련한 오해의 가능성, ESG 관련 공시 및 마케팅과 실제 집행 간의 불일치에 대한 내부통제의 취약점 등의 문제가 투자업계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명시했다. 

한편, ESG 평가기관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거나 평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최근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ESG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만큼 상품 품질 보장을 위한 적절한 규제 요건이 있어야하고, 그린워싱이나 자본의 잘못된 배분(misallocation), 불완전판매 위험 등이 있어 ESG 등급 부여 및 평가 관련 규제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유럽위원회에 제시했다. 네덜란드 금융시장청(AFM)과 프랑스 금융시장청(AMF) 또한 ESG 평가에 대한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감독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상이한 평가로 인한 기업의 혼란 해소를 목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형 ESG 표준 마련을 위해 가이드라인 성격의 ESG 지표('K-ESG') 마련 계획을  발표했다"며 "ESG 평가 관련 규제는 그 기반이 되는 공시 기준을 확립하고 평가 절차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둬야하고, 정책적으로 평가지표나 방식을 표준화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재무정보는 모든 기업이나 산업 전반에 걸쳐 이미 상당부분 표준화되고 공통으로 비교 가능하지만, 이와 달리 ESG 요소 관련 비재무적 정보는 그 범위가 다양하며 산업별로 유의한 정보 유형에 큰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SEC 위원인 헤스터 피스(Hester Peirce)도 계속 진화하는 ESG 요소는 복잡해 기업 및 산업 전반에서 쉽게 비교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SG 공시 관련 기준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조차 자본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고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 창출의 다양성을 낮추게 될 것을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기업들의 공시 정보 범위를 확대하되, 강건한 유의성 검증을 통 해 선별된 정보에 대해서는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활용하는 평가기관의 평가 (등급) 도출 방식을 투자자들이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ㆍ감독 강화 방안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공시정보 외 활용된 추가적인 정보와 추가된 변수의 유의성 검증 내용, 등급부여 방식 등과 녹색산업 분류 체계 등 ESG와 관련된 공적인 정의ㆍ분류 또한 신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연합 및 주요국은 녹색산업 분류체계(green taxonomy)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녹색금융ㆍ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환경부의 K-taxonomy 마련 작업이 진행중이다.   그린워싱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하고 엄격한 녹색산업 분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출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들의 국제적 비교 가능성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위해서도 K-taxonomy는 국제적 분류체계를 고려해 신중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운용사 등 금융투자업자들의 ESG 투자상품 취급 관련 책임에 대해서도 적절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앞서 'risk alert'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에 따라 SEC는 투자회사들이 ESG 투자 방식을 정확히 공개하고, 공시 내용과 일치하는 정책ㆍ절차ㆍ투자 관행을 실행했는지를 확인하고, 포트폴리오 운용, 성과 광고 및 마케팅,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집중해 점검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급증한 수요에 따른 투자자 혼란이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자들이 어 떻게 각각 E, S, G를 반영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ESG 투자와 관련된 선관의무를 소홀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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