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으로 읽는 환경 ⑭] 오늘 마신 생수와 지구의 연결고리
[제품으로 읽는 환경 ⑭] 오늘 마신 생수와 지구의 연결고리
  • 이한 기자
  • 승인 2021.05.1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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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조원 규모 생수시장...환경 관련 이슈는?
생수 PET병 뒤의 숙제...폐플라스틱 적체와 환경오염
줄줄이 떼는 상표띠...생수 시장에 부는 무라벨 바람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가 한 해 동안 약 1010만 개 판매됐다. (롯데칠성음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소비자들이일상적으로 마시는 생수 제품은 환경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사진은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 (롯데칠성음료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류는 물 없이 살 수 없다. 밥과 반찬 없어도 며칠은 버티는 게 가능하지만 물은 그러기가 어렵다. 우리가 어떤 물을 마시는지, 그 물을 유통하고 소비하고 또 버려지는 과정에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세상 모든 제품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제품 중에 물처럼 인류의 삶과 밀접하고 중요한 걸 찾기 어려워서다.

“물을 왜 돈 주고 사 마시느냐?”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시판 생수를 마시는 게 낯설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어서다. 물론 저런 얘기를 들어본 사람도 있을터다. 기자도 들어봤다. 30여년 전, 초등학생도 아니고 ‘국민학생’이던 시절에 말이다. 돈 주고 물 사먹는다는 얘기에 기자의 조부모님들은 ‘봉이 김선달’ 얘기를 하며 혀를 끌끌 차셨다. ‘라떼’ 중에서도 너무 오래 전 얘기다. 지금은 시판 생수를 사먹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아마 더 힘들겠다.

제주삼다수가 지난해 공식 채널을 통해 생수 음용 패턴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편리함 때문에 생수를 마신다고 답했다. 응답자들 중 절반 가까운 48%가 온라인 몰에서 삼다수를 구매한다. 제주삼다수의 소매유통을 담당하는 광동제약에 따르면, 삼다수앱 매출은 지난 2020년에 직전 연도(2019년) 대비 2배 성장했다. 온라인 매출 역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생수 제품은 환경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2편에 나눠 살펴본다. 

◇ 연간 1조원 규모 생수시장...환경 관련 이슈는?

앞서 언급했듯 물은 인간과 동식물의 생명줄이다. 인류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환경 관련 이슈가 매우 많지만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은 환경에 앞서 생존의 문제다. WHO는 인간이 기본적인 생활과 최소한의 건강 유지를 위해 하루에 50~1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최소한 이만큼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저 물을 모두 마시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에게는 1.5~2L 정도의 물을 매일 마시라고 권한다. 500ml 생수병 기준으로 3~4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사용하는 물의 양에 비하면 적지만 시장 규모로는 크다. 이코노미조선이 지난 3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 가량이며 최근 5년간 국내 생수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세다. 이코노미조선은 유로모니터를 인용해 “국내 생수 시장이 2023년에는 2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조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이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생수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제품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시장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두가지 시선에서 볼 수 있다. 물을 퍼올려 생수로 만드는 과정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 그리고 제품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에서의 영향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두번째 문제를 먼저 짚어본다. (첫번째 문제는 다음회차 기사에서 다룬다) 

최근 생수시장을 둘러싸고 자주 언급되는 환경 관련 이슈가 있다. 바로 ‘페트병’문제다. 요즘 생수 및 음료 등의 제조사들은 제품명 등이 적힌 라벨을 처음부터 제거한 ‘무라벨’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와 제주개발공사(삼다수) 등을 비롯해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관련 제품을 출시하거나 계획을 밝혔다.

생수에서 라벨은 제품의 얼굴이다. 투명페트병에 담긴 생수 입장에서는 라벨이 브랜드와 제품명을 알리고 타사 제품과 차별화하는 유일한 홍보수단이었다. 하지만 이 라벨이 속속 제거되고 있다. 소비시장 전반에 불어닥치는 ‘재활용이 잘 돼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재활용이 잘 되게 하는 기본 원칙은 같은 재질끼리 버리는 것인데, 비닐 라벨이 투명 PET와 섞여 버리면 재활용이 어려워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PET를 버릴 때는 부착상표와 부속품 등 본체와 다른 재질은 제거한 후 배출해야 한다. 서울시 등 지자체들도 PET병은 라벨 등을 모두 제거하고 꽉 눌러 압착한 다음 뚜껑을 닫아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뚜껑을 함께 버리냐 아니면 따로 버려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여전하지만 라벨은 모두 떼라고 권유한다.

◇ 생수 PET병 뒤의 숙제...폐플라스틱 적체와 환경오염

생수에서 라벨이 사라진 것은 일시적인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환경적인 고려와 정책적인 배경이 있다. PET가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 것은 구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6월, 국내 폐플라스틱 적체해소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해 PET 등을 포함한 일부 품목 폐플라스틱 수입제한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적체가 심한 폐플라스틱 품목의 수입을 제한해 국내 적체 상황을 해소하고 오염된 저급 폐플라스틱의 수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초 유가하락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폐 페트 및 재생원료 국내 적체가 심화됐고 이런 가운데 매년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꾸준히 늘어 국내 재활용품 수거체계의 불안전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에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을 시행했다. 이 밖에도 재생페트를 의류, 가방, 신발 등 고품질 제품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업계와 협력을 강화해왔다.

이후 환경부는 재활용이 쉬운 투명페트병 생산을 늘리기 위해 10개 먹는샘물 제조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 내로 상표띠(라벨) 없는 투명페트병을 사용하고, 올해 말까지 출시되는 먹는샘물 제품 중 20% 이상을 해당 제품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선언하는 협약이다.

환경부는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이상 가나다순) 농심·동원에프엔비·로터스·롯데칠성음료·산수음료·스파클·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코카콜라음료·풀무원샘물·하이트진로음료 등과 함께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 사용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10개 먹는샘물 제조업체는 올해 상반기 내로 상표띠(라벨) 없는 제품을 출시한다. 제품들은 묶음 포장용으로 우선 출시하며 향후 개별 포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상표띠 없는 페트병을 2만 톤 이상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는 시중에 출시되는 먹는샘물 페트병 생산량 10.4만 톤의 20%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10개 업체는 먹는샘물 생산량 전체 시장에서 74%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11번가가 출시한 무라벨 생수 ‘올스탠다드 샘물’. (11번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11번가가 출시한 무라벨 생수 ‘올스탠다드 샘물’. (11번가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줄줄이 떼는 상표띠...생수 시장에 부는 무라벨 바람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에 대해 2019년 12월 25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재활용 용이성 평가에서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부여한다. 또한, 환경부는 용기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20~30% 줄이는 '먹는샘물 용기 경량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먹는샘물 용기를 얇게 만들고 내부에 공기 대신 질소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기업들도 일제히 실천에 나섰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 4월 말 무라벨 용기를 적용한 먹는샘물 ‘석수’ 2L 6입팩을 출시했다. 개별 용기 전면에 부착하던 라벨을 떼고 6개입 묶음 포장재 겉면에 제품명과 용량, 수원지, 무기질 함량 등을 표기했다. 농심도 이달부터 무라벨 백산수 판매를 시작했고 앞으로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농심은 올해 말까지 백산수 전체 판매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다.

무라벨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개발공사도 무라벨 삼다수 출시 계획을 밝혀서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제주삼다수는 오는 30일과 31일 열리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제주삼다수 무라벨 제품을 공개한다. 국내 생수 시장 1위인 삼다수가 라벨 제거에 나서면 업계에 미치는 상징적인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풀무원샘물 역시 환경부 MOU 내용과 같이 자사 제품을 무라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도 비닐 포장재 없는 무라벨 생수 ‘올스탠다드 샘물’을 출시한다고 밝혔고 GS리테일과 CU도 라벨 제거 관련 움직임을 공개했다.

생수병을 적극 수거해 재활용하고 이를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사례도 있다. 효성티앤씨와 삼다수, 노스페이스가 협업한 사례다. 효성티앤씨가 투명 페트병 100톤을 재활용해 섬유를 만든다. 노스페이가 이를 활용해 의류와 가방 및 용품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한다. 제주도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들이 버려지지 않고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는 구조다. 제주도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친환경 섬유를 만들고 이를 옷 등에 적용해 친환경 제품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협업이다.

생수 문제를 다룬 책 <보틀 마니아>의 저자 엘리자베스 로이트는 “생수는 편리함을 좇는 현대인의 습성과 맞아떨어져 건강에 좋은 물, 안전한 물, 맛있는 물이라는 현혹적인 마케팅과 눈길 끄는 디자인으로 대중의 욕망을 건드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제기된 게 벌써 10여년 전이다. 이제는 생수의 유통과 소비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때다.

다음 회차 기사에는 지하수 등을 사용하는 생수업계가 수자원보호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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