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 위기’ 이월 상품에 친환경 요소 적용하는 브랜드
브랜드 가치 유지하면서 환경 문제 해결할 ‘기부’
폐의류 처리 과정에 ‘업사이클링’ 도입

최근 재고 의류 폐기를 친환경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패션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로 재탄생시킨 한섬. (한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재고 의류 폐기를 친환경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패션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로 재탄생시킨 한섬. (한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아래 내용은 ['재고 상품' 불태운다? 지구 생각 좀 하세요]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업계에 따르면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의류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120억톤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재고 관리에 있어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옷은 입다 보면 결국 닳게 되고 의류 폐기물이 된다. 그러나 아직 입지도 않은 새 옷을 시즌이 지났다는 이유로 쓰레기로 분류하는 것은 자원 낭비에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비합리적인 방식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재고 의류 폐기를 친환경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몇몇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 브랜드 가치 유지하면서 환경 문제 해결할 ‘기부’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기부하는 방식으로 재고 처리 방식을 바꿨다. 버버리는 2017년 2860만 파운드(약 422억원) 규모의 재고 상품을 소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후 버버리는 재고 상품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버버리의 재고 상품은 구직 여성에게 무료로 면접 복장을 대여하는 사회적 기업 ‘스마트웍스’에 기부되고 있다. 

재고 기부를 선택한 기업은 또 있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은 남은 원단을 패션 전공 학생들에게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미국의 친환경 신발 업체 올버즈는 재고 상품을 자선단체 솔즈4소울즈에 공급하고 있다. 

기부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경뿐만 아니라 인권 등 도덕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지점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재고 폐기를 법으로 제안하면서 패션 업계에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지난해 초 통과시킨 ‘폐기 방지와 순환경제법안’ 얘기다. 재고 폐기를 금지하고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으로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명품 브랜드에서 실제로 재고 폐기를 대신할 현실적인 재고 순환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폐의류 처리 과정에 ‘업사이클링’ 도입

국내 패션업계에서도 판매되지 못한 폐의류 처리 과정에 업사이클링을 도입함으로써 친환경적인 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한섬은 올해부터 재고 의류를 본격적으로 업사이클링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로 재탄생시킨다. 그 동안은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매년 신제품 출시 후 3년이 지난 재고 의류 8만여벌을 소각해 폐기해 왔다. 약 60톤에 이르는 양이다. 

한섬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재고 의류 12톤을 친환경 방식으로 시범 폐기하고 올해 이를 통해 생산된 친환경 마감재 일부를 재매입해 브랜드 매장 내부 마감재로 사용했다. 이밖에 올해는 연간 재고 의류 물량의 절반 수준인 30톤 가량을 업사이클링해 처리할 계획이다. 

한섬에 따르면 소각 대신 친환경 방식으로 재고 의류를 처리하면 기존보다 비용은 6배, 기간은 최장 2주가 더 소요된다. 재고 의류 처리방식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면 연간 약 144톤의 탄소배출량이 감소되고 이는 30년산 소나무 2만여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섬 관계자는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재고 의류를 태워서 처리 하던 해외 유명 패션 업체들이 공익단체 등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재고 폐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의류로 전세계적으로 환경오염 등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친환경 재고 의류 처리방식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오롱FnC는 2012년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를 론칭했다. 소각 예정인 재고 상품을 해체해 그 원단으로 다시 옷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고를 값 싸게 처분하거나 기부하는 대신 다시 의미있는 상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래코드는 올해도 남성복 브랜드 재고를 해체해 여성복으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단추나 지퍼 등 재고 부자재를 티셔츠 등에 적용, 업사이클링한 제품을 내놓았다. 

아예 재고가 없는 지속 가능한 의류를 콘셉트로 한 브랜드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해 2월 론칭한 ‘텐먼스’다. 브랜드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1년 중 10개월간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작해 판매하는 콘셉트로 운영된다. 팔리지 않은 옷은 재고로 두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판매한다. 

업계에서는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의 재고 처리 방법 변화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미래 소비세대가 관심을 갖고 있는 큰 줄기가 환경 문제인 만큼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폐의류 처리에 있어서 환경적 책임이 큰 패션 업계가 전통적으로 유지하던 효율성 인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진짜 브랜드 가치를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패션 업계의 고질적인 과제 ‘재고 문제’를 해결할 더 새롭고 신선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