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줄이려는 작은 노력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서른 두 번째는 ‘필수품’으로 여겼던 물티슈와의 작별기입니다. [편집자 주]

한번 쓰고 버리는 물티슈를 빨아 쓰는 행주와 손수건으로 바꿨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번 쓰고 버리는 물티슈를 빨아 쓰는 행주와 손수건으로 바꿨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의 부모님은 뭘 버리는 분들이 아니다. 부모님 집에 가면 40년 넘은 물건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88올림픽 시절에 기자가 입던 ‘오리털 파카’도 그대로 있다. 기자는 그런 게 싫었다. 평생 아끼고 모으셨으니 이제 좀 펑펑 쓰면서 재밌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더 깨끗하고 더 좋은 것, 새로 나온 것들 쓰면서 편하게 사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부모님 집에서 ‘빨아쓰는 키친타월’을 본 적이 있다. 일회용처럼 생겼는데 씻어서 말리면 여러번 쓸 수 있는 제품이다. 권장 사용량이 몇 번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러번 사용하면 축 늘어지고 여기저기 찢어져 볼품없는 모습이 된다. 기자의 기준에는 버려야 할 시점이 지났는데 부모님은 계속 그걸 쓰셨다. 기자가 몰래 버리면 그걸 가지고도 뭐라고 하셨다. 그럴때마다 늘 하시던 얘기가 있다 “멀쩡한 걸 왜 버려!” 그럼 기자는 받아쳤다. “이게 뭐가 멀쩡해?” 좁혀지지 않는 생각의 차이였다.

부모님은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함부로 버리면 안된다’는 인식의 바탕에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 보다는 ‘경제적인 절약’ 마인드가 자리잡고 있다. 우유팩을 펴서 말려 김치 써는 도마로 쓰셨는데 벌건빛 물이 잔뜩 들 때까지 씻고 말리기를 반복하셨다. 요즘은 일회용 마스크도 햇빛드는 발코니에 말려 며칠씩 쓰신다. “다른건 몰라도 마스크는 바로 버리라”고 얘기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

◇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100매짜리 물티슈

그런 모습에 대한 기자의 시선이 바뀐 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다. 그린포스트에 입사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러니까, 쓰레기를 줄이는 것,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나서다.

인류의 모든 경제활동은 탄소를 만든다. 원료를 얻어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과정이 모두 ‘탄소배출’과 관계 있다. 사용하고 버려지는 물건들은 모두 (재활용품도 있지만) 쓰레기가 된다.

부모님의 습관을 기자도 따라하기로 했다. 일회용품 덜 쓰고, 부득이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그걸 깨끗이 씻어 몇 번 더 쓰기 시작했다. 앞서 연재한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내용들이 대부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 기자가 최근 줄인게 있다. 물티슈다.

과거의 기자는 물티슈 마니아였다. 주방에도 방에도, 컴퓨터 책상에도, 거실 쇼파 옆에도, 차에도, 가방에도 반드시 물티슈가 있어야 했다. 사무실 책상에도 100매짜리 물티슈가 필수였다. 청결에 대한 강박증이 있었던 건 아니고, 편리해서다. 

◇ 물티슈 역할을 대신하는 행주와 손수건

물티슈는 모든 걸 할 수 있었다. 뭘 흘려도 바로 닦을 수 있고 먼지를 주울 때도 좋았다. 더러운걸 닦는데 썼고, 더러운걸 닦느라 함께 더러워진 내 손을 닦을때도 유용했다. 밥 먹고 식탁을 치울 때도, 운동화에 더러운 게 묻었을 때도, 자동차 앞유리에 벌레가 달라붙어 죽었을때도 기자는 늘 물티슈를 찾았다. 뽑는데 1초, 닦는데 3초, 버리는데 1초면 충분했다. 5초만 투자하면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물티슈는 기자의 필수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환경적이지 않았던 습관이다.

오랫동안 버린 수 많은 물티슈 쓰레기를 생각하며 반성했다. 그만 쓰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그 문제에 한해서는 좋은(?)일이었다. 물티슈로 닦는 대신 행주나 걸레를 빨아서 쓸 수 있었으니까. 차 조수석에 행주를 놓아둘 수는 없지만 집에서는 물티슈로 얼마든 닦을 수 있다.

100개짜리, 20개짜리 물티슈를 일주일에 한두번씩 사던 습관이 자연스레 변했다. 물론, 지금도 집에 물티슈가 없는 건 아니다. 100개짜리 물티슈 하나가 주방 수납장에 있다. ‘비상용’으로 쓰려고 놔둔 물티슈다. 대신 주방의 작은 건조대에는 행주 2개와 작은 수건 하나가 빨린 처 널려 있다. 과거 물티슈가 하던 일을 대신하고 있다.

밖에서도 손수건을 쓴다. 생각해보면, 심각하게 더러운 물건을 만져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실수로 흘리거나 묻힌 것을 가볍게 닦는 정도라면 손수건 하나로 하루 종일 충분해서다. 쓰레기를 줄이겠다고 손수건을 사는 건 이상해서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던 손수건 3개를 돌려가며 쓴다.

세상에 나쁜 물건이나 나쁜 소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한번쓰고 버리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물티슈를 행주와 손수건으로 바꾼 건 그래서다. 혹시, 부모님도 그래서 빨아쓰는 키친타월을 마르고 닳도록 쓰셨을까? 다음에 가면 물어봐야겠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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