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축산, 제품 대비 자원소모 비효율?
“온실가스 배출 주요 원인 중 하나”
바이러스 팬데믹과의 연관성 지적도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서른 한번째 순서는 최근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공장식 축산’입니다. [편집자 주]

인간이 동물을 사육하고 먹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 역시 동물의 한 종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혹자들은 ‘동물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라는 서로 평등한 느낌의 단어로 둘을 구분하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이들은 이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환경 관련 업계에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한 대규모 시스템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달라진 기후가 다시 먹거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환경 관련 업계에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한 대규모 시스템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달라진 기후가 다시 먹거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장식 축산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견들을 다시 정리해본다.

인류는 동물의 고기를 먹고 가죽을 소비한다. 종교적인 이유나 윤리적인 이유 등으로 특정 동물을 먹지 않거나 채식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유롭게 고기를 먹는 사람이 더 많다. 수많은 인류의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인류는 수많은 동물을 기르고 도축하고 유통시키며 판매한다. 효율적으로, 많은 양을 생산하기 위해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 구조를 두고 ‘공장식 축산’이라고도 부른다.

네이버 지식백과(두산백과)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은 “최소 비용으로 축산물의 생산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물을 한정된 공간에서 대규모 밀집 사육하는 축산의 형태”다. 백과는 “인력 감축을 위해 동물 사육 및 축산물 생산 공정이 기계화,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이라 불린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축산업에서 공장식 축산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공장식 축산의 무엇이 문제일까? 본지에서도 이 문제를 여러 번 다룬 바 있다. 그만큼 환경적인 시선에서 꼭 한번 짚어보아야 할 의미여서다. 

◇ 대규모 축산...제품 대비 자원소모 비효율?

고기는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고 가죽 등은 생활 속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귀한 소재다. 하지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많이 필요하고, 또 인류가 그것을 얻는 과정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다.

하나씩 따져보자. 제러미 리프킨은 자신의 저서 <육식의 종말>에서 하루에 1억 3700만 마리, 해마다 500억 마리의 가축이 도축되고 있다고 썼다. 이 책이 출간된 게 19년 전이니 아마 지금은 더 늘었을 테다.

최근의 자료는 어떤 지적을 할까.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 3월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을 위해 1년 사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 크기가 파괴된다. 브라질에서는 약 7억평의 토지가 사료용 콩을 재배하기 위해 쓰인다. 목초지와 경작지 등을 얻기 위해 땅과 숲이 사라지는 사이, 인간의 식량과 주거, 동물의 서식처 등이 위협 받는다는 의미다.

서울환경연합은 뉴스레터에서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1만 5,500리터고 토마토 1kg을 기르는데는 단 180리터 밖에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축산업이 전체 담수 사용량의 70%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육류 생산을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소고기 400그램을 먹지 않으면 6개월 동안 샤워를 하지 않는 것 보다 더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도 관련 지적이 이어진다. 유명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장식 축산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 <우리가 날씨다>에서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자”고 주장했다.

포어는 환경적인 효율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인간이 우리가 키우는 동물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려고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의 59%를 이용하고, 인간이 쓰는 담수의 3분의 1은 인류가 키우는 동물에게 간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70퍼센트가 가축에게 사용되며 지구상 모든 포유동물의 60%가 식용으로 키워진다고도 지적했다. 서울환경연합의 지적과 숫자는 다르지만 논리는 같다.

◇ “공장식 축산은 온실가스 배출 주요 원인 중 하나”

공장식 축산과 환경의 연결고리에 대한 지적들을 요약하면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 ‘세계 비건의 날’을 맞아 후원자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위와 같이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그린피스는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메탄과 이산화질소의 근원”이라고 언급하면서 “동물 사료로 쓰이는 콩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메탄과 이산화질소는 지구 대기 중에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가장 많이 퍼진 온실가스다. 메탄가스는 가축들의 트림이나 배설물 등에서 나오고 이산화질소는 가축의 배설물이나 곡물 재배에 이용되는 비료에서 나온다. 앞서 언급한 미국 작가 포어는 “1960년 공장식 축산이 시작되고 1999년까지 메탄 농도는 지난 2000년 중 어느 시기의 40년과 비교해도 여섯 배 더 빨리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운동연합도 블로그를 통해 “메탄가스와 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각각 23배, 300배 더 강력하게 온실가스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유엔 농업식량기구(FAO) 보고서 ‘축산업의 긴 그림자’에 따르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5%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축산업은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발생시킨 온실가스보다 배출량이 더 많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지구상의 소가 하나의 나라라고 치면 이 나라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 3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조사 기준과 방법 등에 따라 수치가 조금 다르게 발표되는 경우는 있으나 위와 같은 주장들은 여러 곳에서 제기되어 왔다. 해외 단체 월드워치연구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51%가 축산업과 육류산업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축산업이 교통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지난해 7월 본지 인터뷰에서 위 자료를 인용하면서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가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축산업 등을 위해 수분만에 축구장 크기의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매년 우리나라 크기 정도의 열대우림이 사라지며 이 과정에서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 바이러스 팬데믹과의 연관성 지적도

기후변화 관련 문제만 이슈가 아니다. 공장식 축산이 전염병 바이러스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원복 채식연합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저병원성으로 시작했다가 변종을 일으켜 고병원성으로 바뀌어 사람에게 감염된 것처럼 위험한 바이러스의 공장이나 창고 역할을 (공장식 축산이)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4월 발표한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도 둘 사이의 관계를 언급했다. 보고서는 “영국 가디언지가 코로나 바이러스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공장식 축산(factory farming)을 지목했다”고 언급하면서 “식량 생산의 산업화에서 소외된 일부 소규모 농가들이 생계를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늘려 나갔고, 대규모 공장과 농장들에 밀려 점차 야생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박쥐 등에서 발생하는 야생 바이러스에 접촉되는 밀도와 빈도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가축 전염병이 퍼지면 사육 동물의 공장식 밀집 사육과 유전자 다양성 결여 때문에 급속도로 확산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축산으로의 전환과 함께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정책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축이 밀집 사육되는 환경에서는 (가축)전염병 등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근 지역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다른 농가들까지 대규모 살처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입법조사처 역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조류독감 등 가축 전염병 관련 살처분 비용으로 3조 7000억원을 지출했다”고 지적하면서 “농가와 정부에 경제적 부담이 되고 관련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대형 살처분 대신 선제적인 예방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른 사람에게 고기 먹지 말라고 강요할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다. 자신의 식습관을 타인에게 강권할 수도 없다. 기자도 고기를 좋아한다. 다만, 고기를 얻는 과정이 효율적이면서 한편으로는 환경적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한 시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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