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 빨대와. 빨대 없이 살기...그 중간 어딘가 즈음에서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서른 한번째는 굳이 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물건과 작별하는 과정입니다. 기분 좋게 이별할 수 있을까요? [편집자 주]

한 달 전 동네 카페에서 대나무 빨대 2개를 받았다. 식초와 소금을 넣고 끓인 물에 소독한 다음 가끔 사용하고 있다. 물을 마실때 대나무 향이 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는 한다. (이한 기자 2020.2.3)/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는 크게 3종류로 나뉜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그리고 습관적으로 한번 쓰고 버리는 것. 사진은 기자가 사용중인 대나무 빨대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쓰레기를 줄이자’는 말은 쉽지만 어렵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넘어가면 그때는 불가능에 가까운 숙제가 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우선 얘기해 둘 것은, 이 글은 보편타당한 정답이 아니라 기자의 개인적인 ‘체험기’다.

기자가 생각하기에, 쓰레기는 크게 3종류로 나뉜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그리고 습관적으로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다. 기자가 줄여보려고 애쓰는 것들은 주로 3번째다. 2번째 경우는 객관적으로 봐도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버리고, 습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사용할 방법이 있다고 판단하면 다시 쓴다. 1번째는 그냥 가지고 있거나 누구와 바꾸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는 방법이 있다.

과거의 기자가 습관적으로 한 번 쓰고 버렸던 것들은 크게 5가지다. 빨대와 일회용 용기. 비닐봉투, 나무젓가락, 그리고 물티슈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때,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을 때 주로 버릴 것들이 많이 나왔다. 설거지 대신 렌지에 한번 돌려 뚜껑만 열고 밥을 먹은 다음 물에 휘휘 헹궈 버리고 식탁은 물티슈로 한번 문지르면 끝이어서 무척 편리했다. 그 사이에 일주일에 3번 재활용품을 버리는데도 매번 플라스틱이 잔뜩 쌓였다.

쓰레기를 줄이기로 마음 먹으면서 사용하지 않기로 다짐한 게 있다. 일회용 빨대와 나무젓가락이다. 대나무 빨대를 비롯해 다회용 빨대를 2개 돌려가며 사용하고 배달음식을 시킬때는 나무젓가락과 포크를 꼭 빼달라고 요청한다. 비교적 잘 지키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뭐하러 대나무 빨대를 써? 그냥 빨대를 안 쓰면 되잖아”라는 얘기를 듣고 요즘은 빨대도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빨대를 꼭 사용해야만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기자는 그런 케이스는 아니니까.

일회용 그릇을 안 쓰기 위해 배달음식은 직접 용기를 들고 가서 포장해온다. 물론 늘 그러지는 못한다. 기자 역시 시간에 쫓기고 귀차니즘에 밀려 배달앱을 켜는 날이 여전히 있다. 그럴때는 작은 그릇의 반찬통과 양념그릇이 줄줄이 딸려오는 메뉴 대신 그릇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메뉴 위주로 고른다. 그리고 그 그릇은 깨끗이 닦아 여러 번 재사용한다. ‘일회용’ 이지만 질 좋고 튼튼해서 여러번 사용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꼭 신선한 식재료만 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기자가 생각하기에 배달음식이 담겨온 일회용 그릇은 앞서 언급한 쓰레기 분류 중 2번과 3번에 모두 해당한다. 음식을 먹고 나면 ‘이제는 쓰임새를 잃은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관점을 달리하면 다시 쓸 수 있다. 기자의 집에는 손질하기 전의 채소를 담아두는 일회용 냉면용기, 그리고 손질한 채소를 담아두는 일회용 죽 용기가 주방에 있다.

비닐봉투는 여전히 사용한다. 그런데 ‘일회용’이 아니다. 기자는 작년 5월에 받은 편의점 비닐봉투와 12월에 받은 횟집 비닐봉투 2개를 지금까지 계속 사용한다. 작은 크기로 접어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장바구니 대신 쓴다. 비닐봉투 하나를 가지고 무슨 궁상이냐 싶겠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안 찢어지고 튼튼하다. 한번 쓰고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물티슈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집에서는 행주를 빨아쓰고 밖에서도 냅킨을 사용한다. 물론 냅킨도 일회용이지만 여기저기 여러곳에서 받아 쌓아둔 게 집에 많아서 그걸 쓴다. 일반 쓰레기로 버려져도 물티슈보다는 쉽게 잘 탈 것 같아서 물티슈는 끊었다. “그러면 집에 물티슈가 없느냐?”고 묻는다면 부끄럽지만 그건 아니다. 하지만 비상용(?)으로 쓴다. 예전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물티슈로 이곳저곳을 다 닦지는 않는다.

“빨대를 뭐하러 사용하느냐”고 말했던 지인은 “일회용 휴지 사용도 더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 지인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얼굴이나 몸을 닦는 용도로 하나, 그리고 다른 곳을 닦는 용도로 하나, 이렇게 두 개다. 기자보다 쓰레기를 더 잘 줄이는 지인인데 기자 역시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일회용 빨대 대신 다회용 빨대를 사용하는 것, 빨대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 기자는 그 사이 어디 즈음을 걷고 있다. 기자의 방식이 옳으니 소비자들이 모두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쓰레기를 줄이고 잘 버리려는 노력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각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될 일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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