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수많은 친환경 소비자...기업도 많아지길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서른번째는 살짝 결이 다르지만 결론은 같은 얘기입니다. 쓰레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기자는 SNS에서 더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편집자 주]

상자가 바람에 날려 길 한가운데 놓였다. 상자의 원래 주인은 저기 버린게 아니므로 잘못이 없을까? (이한 기자 2020.11.20)/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가 직접 촬영한 쓰레기 사진 중 한 컷. 기자는 이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린다. 그곳에서 환경에 관심 많은 소비자나 단체들과도 종종 소통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일방통행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의 인스타그램 계정 중에 쓰레기 사진 51장이 올라간 계정이 있다. 지인들과 소통하는 개인 SNS가 아니고 오직 쓰레기 사진을 올리려는 용도로 만들었다.

그린포스트에 연재 중인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기사 중 제대로 버려지지 않은 쓰레기 사진을 그곳에 올린다. 특별히 해시태그를 달거나 이곳저곳에 홍보하지는 않는다. 아카이브 겸,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의 모습을 그저 몇 사람이라도 보고 느끼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느새 팔로워가 늘었다. 수원시 칠보 생태환경체험교육관, 비건베이커리, 미추홀구 마을협력센터, 대학생기후행동 연세대(미래)지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효산건강환경재단, 유기농창작그룹, 그린무브공작소, 국제지속가능인증원, 제로웨이스트샵, 사단법인 환경교육센터, 그리고 제로웨이스트나 용기내 프로젝트에 관심 많은 일반 소비자들이 그 계정을 팔로우했다. 기자도 그들을 팔로우했다.

어떤 팔로워는 기자의 사진을 보고 지자체에 신고 하라고 권했다. 어떤 팔로워는 기자에게 DM을 보내 자신이 사는 동네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 모습을 제보하고 싶다고 했다. 기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플로깅 동호회 와이퍼스와, 청년기후수호대 가오클 멤버들을 인터뷰해 본지에 싣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시작된 인연이다.

환경단체 등의 공식 계정도 있지만 그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보통의 소비자들도 있다. 그분들은 작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집 앞에 나가 담배꽁초를 줍고,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대신 가게에 직접 용기를 들고 가서 음식을 받아온다. 그리고는 그런 사진을 공유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집 근처 학교 담장에 붙은 스티커를 떼고, 버려진 페트병을 주워서 일일이 발로 밟아 뚜껑을 닫아 재활용 수거함에 넣는 사진도 올렸다. 오늘 아침에는 우유팩을 모아 기부한 사진, 신문지를 봉투처럼 접어 과일바구니로 활용하는 사진, 일회용 커피잔이나 음료수 페트병을 연필꽂이로 사용하는 사진도 봤다.

그곳에는 정말 많은 ‘환경인’들이 있다. 그들은 환경부가 만든 분리배출앱을 서로 소개하고 플라스틱 관련 전시회 정보를 공유하며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솔직한 리뷰를 나눈다. 비건레스토랑 정보도, 제로웨이스트샵이 어디 있는지도 요즘은 인스타 피드에서 찾아본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자를 팔로윙한 계정도, 기자가 팔로우한 계정도 모두 소비자 아니면 환경단체다. 기업은 없다. 친환경 빨대를 제조하는 기업이나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물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건 ‘대기업’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대기업 SNS에서 굳이 기자를 팔로윙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기자 역시 그들을 팔로윙하지 않은 건 원하는 정보를 그 인스타에서 얻을 수 없어서다.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정보,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구할 수 있는 정보 말이다.

기자는 앞으로도 계속 쓰레기 사진을 찍어 올릴 계획이다.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소비자들과도 계속 인스타그램에서 소통할거다. 언젠가는 이름이 많이 알려진 큰 기업과도 소통하면 좋겠다는 꿈을 꿔본다. 쓰레기를 더 많이 줄일 수 있는 건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이니까. 소비자 한명 한명의 실천이 모이면 큰 파도가 되지만, 기업의 움직임은 그것보다 더 큰 파도가 될 수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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