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제 용어사전 ㉙] 지구 바꾸는 제로웨이스트? 기업이 먼저 실천해야
[환경경제 용어사전 ㉙] 지구 바꾸는 제로웨이스트? 기업이 먼저 실천해야
  • 이한 기자
  • 승인 2021.04.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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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하게 사용되고 한 번 만에 버려지는 물건들
플라스틱 소재 자체보다 ‘일회용’이 문제
여러 번 쓰고 재활용 잘 되는 물건...기업이 먼저 만들어야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스물 아홉번째 순서는 쓰레기를 없앤다는 취지의 ‘제로웨이스트’입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쓰레기가 줄어들까요? [편집자 주]

필환경은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 널리 통용되는 단어다. 네이버 어학사전 오픈사전에는 '반드시 필(必)과 환경의 합성어로, 필수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없는' 칫솔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이들은 사용하는 물건을 바꿔서라도 일회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높이려고 애쓴다. 그런데, 기업이 먼저 나서서 그런 제품을 많이 만들면 어떨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제로웨이스트’다. 쓰레기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의미인데 사실 사전적으로만 쓸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쓰레기를 하나도 만들지 않는 사람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살 수는 없어서다. 그러면 제로웨이스트를 누가,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까?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 환경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슈 중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 쓰레기 줄이기다. 물론 폐기물 문제를 큰 틀에서 들여다보면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보다 건설폐기물 등이 훨씬 더 많고 크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실천은 쓰레기를 덜 버리고 제대로 버리는 일이다. ‘제로웨이스트’ 또는 ‘로우웨이스트’ 키워드는 그렇게 접근하는 게 좋다.

제로웨이스트는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생활 속 쓰레기를 줄이는 문제부터 접근해보자. 환경 문제의 주범 취급을 받는 소재가 있다. 플라스틱과 비닐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제로웨이스트 활동은 대개 이 제품들과 연결된다. 배달음식 용기를 줄이기 위해 그릇을 들고 가 포장해 오거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제로웨이스트숍에서 (용기 없는) 물건만 사는 경우가 바로 이런 사례다. 이번 기사에서는 플라스틱을 포함해 비닐 등 일상 속에서 쉽게 사용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제로웨이스트의 가치를 짚어본다.

◇ 불필요하게 사용되고 한 번 만에 버려지는 물건들

플라스틱이나 비닐은 얼마나 버려질까? 그린피스가 지난해 3월 발간한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40%가 다른 물건을 포장하는 데 쓰였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9년 12월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를 통해서는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며 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 포장재”라고 밝혔다.

한 번만 쓰고 버려지는 것들도 많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12월 31일 발간한 <1회용 포장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보증금제도 도입 방안>보고서에 따르면, 1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은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47~60%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제품의 유통을 위해 포장재로 한 번만 사용된 후 버려지는 쓰레기로서 생활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다양한 포장재가 개발되고 그 사용량 또한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온라인 유통이 강화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됐다. 김경민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조사관은 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배달문화가 발달해 특히 포장재 폐기물 발생이 심각하며,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포장재 폐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플라스틱폐기물의 처리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 비해 2020년 재활용폐기물은 11.2%, 폐지는 29.3%, 그리고 플라스틱은 15.6%늘었다. 플라스틱은 하루당 734톤(2019년)에서 848톤(2020년)까지 늘어났다. 이와 같은 경향은 포장재 폐기물의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지난 2019년,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에서 ‘제품 선택시 개인에게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선택권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대해 ‘선택권이 없다’고 답한 소비자가 53.3%였다.

제로웨이스트는 그 무엇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는 삶, 말 그대로 쓰레기가 제로인 상태를 지향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람들은 플라스틱이 나쁘다고 말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자체가 '사라져야 할 물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습관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플라스틱 소재 자체보다 ‘일회용’이 문제

플라스틱은 나쁜 소재일까?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플라스틱이 개발된 건 코끼리 상아로 만들던 당구공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였다. 플라스틱으로 봉투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나무를 잘라 만드는 종이 봉투 사용을 줄이려는 취지도 있었다. 처음의 플라스틱은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도 일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이런 취급을 받기 시작했을까?

문제는 ‘일회용’이다. 적잖은 플라스틱이 한 번만 쓰고 버려진다. 싼값에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 있고 오래 쓸 수 있다는 게 플라스틱의 장점인데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게 많아서 문제다. 버려지면 재활용도 가능한데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어딘가에 함부로 쌓이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또 문제다. 여러번 사용하고 제대로 버려 재활용을 잘 하면 된다는 얘기다.

기자도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한다. 쓰레기를 0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로우웨이스트다. 지난해 5월과 12월에 받은 비닐봉투를 여전히 사용하고, 냄비를 가져가 음식을 포장해온다. 배달음식을 먹고 플라스틱 그릇이 생기면 깨끗하게 씻어 여러번 사용한다. 일회용 빨대 대신 다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대나무 빨대와 함께) 사용한다.

기자는 고체비누와 고체치약을 사용한다.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가끔 생기는 일회용 컵은 깨끗이 닦아 물건을 담아두는 용도 등으로 다시 쓴다. 라텍스 장갑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것도 깨끗이 빨아 말려서 청소할 때 다시 쓴다. 플라스틱 용기가 없이 물건만 파는 상점도 이용해봤다.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수는 없지만, 위험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여러 번 다시 사용하려는 노력들이다.

◇ 여러 번 쓰고 재활용 잘 되는 물건...기업이 먼저 만들어야

여러 번 사용하기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건 잘 버리기다. 잘 버리는 방법은 뭘까. 간단하다. 섞지 않고 깨끗하게 버리면 된다. 종이는 종이대로, PET는 PET끼리, 플라스틱은 같은 플라스틱과 함께 모아 배출하라는 얘기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이 함께 만든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에도 이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잘 버리기 어려운 제품이 많다. 국내 유명 식품브랜드의 참기름 제품은 플라스틱 마개가 강력하게 고정돼있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연말, 기자도 그 제품 마개를 떼려고 칼로 여러번 긁어내야 했다. (아래 두 사례 모두 지난해 12월 확인 기준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글로벌 브랜드 오렌지주스는 주스병 입구 부분이 플라스틱이다. 물론 생수나 음료수 등은 뚜껑이 대개 플라스틱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뚜껑이 아니라 입 닿는 부분이 플라스틱었다. 병은 PET인데 입구는 플라스틱이라는 의미다.

또 다른 국내 브랜드 조미료병은 본체 대부분을 스티커가 덮고 있어 라벨을 제대로 뗄 수 없다 병목 부분을 제외하면 아래쪽으로는 모두 스티커였다. 제품성분 표기 등이 필요하므로 라벨은 필수겠지만 환경적인 시선으로는 과하게 보인다. 이 제품들이 특별히 나쁘다는 게 아니다. 저 내용은 기자의 취재원이 지난 연말 제보해 기자도 확인해본 것 뿐이다. 많은 제품들이 저렇게 재활용이 어렵게 설계돼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건 문제다. 한 번 만 쓰고 쉽게 버리지 않도록,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자원순환구조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기들이 서로 다른 소재로 만들어지거나, 라벨과 뚜껑 등이 깔끔하게 제거되지 않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이 부분 역시 소비자들의 실천에 앞서 기업의 변화가 먼저 요구되는 지점이다.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자원순환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라는 요구는 그 다음에 하는 게 옳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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