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하면...주전자 물 끓을 만큼 에너지 소모”
세계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이, 국내 에너지 사용량보다 많아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네번째 시리즈는 인류가 점점 더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입니다.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는게 환경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편집자 주]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도 환경과 관련이 있다. '전기'를 사용해서다. 인류는 전기를 만들고 그걸 필요한 곳으로 가져와 쓰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게 많아질수록 전기 사용량은 늘어난다. 오고가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보관하기 위해서도 많은 전기가 필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도 환경과 관련이 있다. '전기'를 사용해서다. 인류는 전기를 만들고 그걸 필요한 곳으로 가져와 쓰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게 많아질수록 전기 사용량은 늘어난다. 오고가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보관하기 위해서도 많은 전기가 필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당신은 데이터 없이 살 수 있을까? ‘자연인’이 아니라면 아마 어려울테다. 아니, 어쩌면 ‘자연인’도 데이터가 많이 필요할 수 있다. 사전적인 의미의 데이터는 재료·자료·논거라는 뜻인 'datum'의 복수형을 뜻한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여러 가지 행위들과 그걸 처라히는 과정’을 다룬다. 쉽게 말해 소비자들이 “데이터 남았어?”라고 말할 때 사용하는 어감과 비슷한 의미다.

기자는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다. 기자의 하루는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면 단톡방 메시지를 확인한다. 유튜브 뮤직을 켜둔 채 운동하고 아침 먹으면서 SNS를 본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포털에서 뉴스와 콘텐츠를 본 다음 이메일을 확인한다. 오전 업무를 앞두고 기자들과의 소통은 메신저 앱에서 이뤄지고 기사는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 홈페이지에 업로드한다. 그때부터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와 노트북은 늘 기자의 손 닿는 곳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한다.

기자만 그런 게 아니다. 현대인은 대부분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어야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일하고 공부하고 놀고 쉬는 모든 과정에서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을 쓴다. 그래서 인류의 데이터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선비즈가 IDC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양이 175제타바이트(ZB)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제타바이트는 1조 1000억 기가바이트다

온라인에서 오가는 수많은 정보와 자료들은 데이터센터를 거친다. 보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가 집계한 결과 2020년 7월 말 기준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초대형) 데이터센터는 541개다. 이는 지난 2015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수십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 “인터넷 검색하면...주전자 물 끓을 만큼 에너지 소모”

인류가 사용하는 데이터의 규모는 이렇게 크다. 정보통신 기술 등이 발전하고 온라인에 연결될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나면서 데이터 사용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자원이 그렇듯, 온라인에 쌓여가는 데이터는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환경에 나쁜 것들에 대해 생각할 때 화석원료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굴뚝 산업 위주로 떠올린다. 아니면 자동차나 비행기가 내뿜는 배출가스를 상상한다.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비닐로 오염되어 가는 바다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모두 인류에게 주어진 절박한 숙제 맞다. 하지만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탄소발자국 전문가인 마이크 버너스 리 랭커스터 대학교 교수는 이메일 한 통을 주고받는데 4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터넷을 검색할 때도 0.2~7g, 간단한 SNS를 하나 남기는 데는 0.02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10분간 유튜브를 본다면 여기에 1g이 더해진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이광석 교수는 지난 2019년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탈리아 공유지(커먼즈) 이론가 마시모 데 안젤리스를 인용해 “단 몇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웹 검색에 소모되는 전력량은 보통 주전자 물을 끓이는 데 투여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쓴 바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는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비닐처럼 눈에 보이는 공간을 차지하며 쌓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는 기후변화 등과 적잖은 관련이 있다. 그리고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노트북이든 스마트폰이든, 화면 안에서 빠르게 오가는 정보들은 결국 화석원료 에너지 기반이다. 정보가 오가려면 서버가 필요하고, 서버를 운영하려면 충분한 전기가 필요하며. IT기업 데이터센터는 하루 종일 열기를 식히고 냉각시켜야 한다. KBS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지난 9년간 컴퓨터 센서 등으로 사용한 전기가 지난 9년 동안 40% 늘었다.

◇ 세계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 > 우리나라 에너지 사용량

그린포스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프랑스 비영리 환경단체 시프트 프로젝트가 온라인 동영상 재생 시간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분 동안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면 약 4kWh의 전력이 소비되고 1.6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자동차로 6.3km를 운전했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다.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보면 6.4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이는 25.2km를 운전한 것과 비슷하다.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이산화탄소가 왜 나올까.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데이터센터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이곳은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에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가져갈 수 있도록 24시간, 365일 운영한다. 그러기 위해 적잖은 전기를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꾸준히 냉방도 해야 한다.

본지가 당시 취재한 바에 따르면, 그린피스에서는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이 1조 9730억kWh로 추산했다. 이는 우리나라 1년 전기 사용량의 4배와 비슷한 숫자다. 특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앞으로 10여년 후에는 스트리밍 관련 용도에 사용되는 전력이 전 세게 사용량의 최대 4.1%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인터넷 사용을 효율적으로 바꾸면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한화그룹은 뉴스룸 홍보영상을 통해 이메일을 10% 삭제하면 이를 통해 매년 1톤의 탄소가 저감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기 위해 많은 전력이 사용되는데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결국, ‘데이터’를 줄이라는 건 IT기술을 축소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터넷 사용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자는 의미다. 나아가 데이터를 모아두고 관리하는 건물의 전력을 효과적으로 쓰자는 의미다.

줄여야 산다 2편에서는 인터넷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살펴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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