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내 비건 라면 시장 ‘꿈틀’
가볍게 먹는 간식·소스도 식물성 제품 잇따라

비건 열풍은 라면부터 과자, 소스, HMR 등에 이르기까지 장르 구분이 없다. 사진은 정식 비건라면 인증을 획득한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정면'.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비건 열풍은 라면부터 과자, 소스, HMR 등에 이르기까지 장르 구분이 없다. 사진은 정식 비건라면 인증을 획득한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정면'.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최근 건강과 환경 그리고 윤리적 가치까지 생각한 가치 소비가 확산되면서 비건 인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비건식품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9.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육류 대신 식물성 단백질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일상 속에서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로 육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채식을 권장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학교나 직장 등에서 채식이 메뉴로 제공될 정도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중에 어떠한 비건 식품들이 출시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 지난해부터 국내 비건 라면 시장 ‘꿈틀’

비건 열풍은 라면부터 과자, 소스, HMR 등에 이르기까지 장르 구분이 없다. 국내 식품 업체 가운데 비건 식품 라인으로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은 풀무원과 삼양식품이다. 특히 풀무원은 국내에서 비건 트렌드를 주도하며 지난해 비건 김치 ‘비건 톡톡 썰은김치’, 비건 스킨케어 ‘브리엔’ 출시에 이어 올해는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선언하며 식물성단백질과 식물성 고기 사업에 본격 나섰다.

풀무원은 지난해 8월 라면사업 본격화를 선언하고 3개월 뒤인 11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한국비건인증원 비건식품 인증을 획득한 ‘자연은 맛있다 정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비건인증원은 국내 최초로 비건 인증 및 보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비건 인증은 동물 유래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교차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제품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만 주어진다.

풀무원 비건라면은 일반적인 비건라면이 갖는 슴슴한 맛을 넘어 12가지 채소를 로스팅하고 콩으로 만든 채수와 장으로 만든 밑국물로 진하고 칼칼한 매운맛을 구현했다. 정면은 출시 후 두 달 만에 100만 봉지 이상이 판매되는 등 비건 라면 시장에 순조로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어 삼양식품이 올해 3월 말 100% 식물성 원료로만 맛을 낸 ‘맛있는라면 비건’을 출시했다.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획득한 제품으로 감자 전분을 20.4% 함유한 쫄깃한 건면에 다양한 채소로 육수 맛을 내고 국물에 청양고추 조미유를 별첨해 칼칼함을 더했다.

비건의 개념이 식물성 음식을 섭취하는 식습관에서 더 나아가 환경 및 동물권 보호 등으로 확대되는 트렌드에 발맞춰 포장에도 녹색인증을 받은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했다.

삼양식품은 이밖에 해외에서도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맛있는라면 등에 대해서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Vegan Society)의 인증을 받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비건인구가 증가하고 선택적 채식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이 늘어남에 따라 비건과 논비건 소비자 모두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면과 스낵 등 다양한 비건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 가볍게 먹는 간식·소스도 식물성 제품 잇따라

라면 외에 간식으로 즐길 수 있는 제품군에도 비건 트렌드가 스며들고 있다. 국내에선 삼약식품의 사또밥이 지난해 11월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획득했다. 사또밥은 해외에서 먼저 비건 인증을 취득한 제품으로 수출용 사또밥 패키지에는 2018년 취득한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 인증 마크가 표기돼 있다. 

삼양식품은 국내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이후 올해 3월부터 정부가 부여하는 녹색기술제품 인증을 받고 사또밥에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했다. 환경독성물질 저감 잉크를 이용한 포장재 제조 기술이 적용함으로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76%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또밥 제품 뒷면에는 ‘녹색인증’ 마크가 표기돼 있다. 

비건 요거트도 등장했다. 풀무원다논의 액티비아는 올해 1월 우유 대신 코코넛으로 만든 비건 요거트 ‘식물성 액티비아’를 출시했다.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식품 인증을 취득한 제품으로 아시아권 주요 발효유 기업이 출시한 첫 비건 인증 대체 요거트다. 

식물성 액티비아는 기존 요거트의 주 원료인 우유 대신 코코넛, 콩, 오트 등의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요거트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살려 유제품 섭취가 어려운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 요거트 유산균 대부분을 그대로 담으면서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이 제로인 것이 특징이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비건 요거트 시장 규모는 약 16억 달러로 앞으로 매년 18.9%씩 성장, 2027년에는 약 6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간편식에서도 식물성 제품군이 눈에 띈다. 최근 풀무원에서 내놓은 ‘두부면 키트’ 2종과 ‘고단백 두부바 플레인’이다. 두부면 키트 2종은 ‘매콤라구파스타·직화짜장’으로 두부면에 특제 식물성 소스를 얹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HMR이다. 고단백 두부바 플레인은 일본에서 ‘두부바’로 출시되며 히트한 제품으로 완전조리 제품이다. 

가정에서 활용도가 높은 소스 제품을 통해 일상에서 더욱 쉽게 채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제품도 있다. 풀무원 계열의 올가홀푸드가 4월 초 출시한 베지소스’ 2종으로 ‘고소하고 깔끔한 베지 마요’와 ‘달콤하고 깔끔한 베지 머스타드’다. 

보통 소스류 베이스로 사용하는 동물성 원료인 계란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분리대두단백, 땅콩, 아몬드 등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올가가 기획부터 생산까지 관리하고 풀무원기술원이 연구 및 개발을 지원, 비건 상품 특유의 콩 냄새나 비린맛을 줄이면서 식물성 원료만으로 일반 마요네즈와 머스타드와 동일한 풍미를 냈다. 

송상민 올가홀푸드 마케팅 담당은 “최근 환경과 영양 균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식습관을 넘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비건’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식물성 소재로 제품을 개발하게 되었다“며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고 동물성 제품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까지 모두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전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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