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주우면서 또 다른 쓰레기는 만들지 말자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스물 아홉 번째는 요즘 핫한 플로깅과 줍깅에 도전해봤습니다. [편집자 주]

모든 소비자가 텀블러를 들고 다닐 수는 없다. 일회용컵 사용 자체를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일회용컵을 아무데나 버리는 건 문제다. 손 닿는 모든 곳을 쓰레기통처럼 쓰는 저런 사람들은 유치원에서 뭘 배웠을까? (이한 기자 2020.12.20)/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를 줍는 건 환경적인 일이다. 하지만 쓰레기를 많이 버리지 않고 제대로 버리는 게 환경적인 일이다. 선후관계를 분명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초등학교도 아니고) 국민학교 출신이다. 5~6학년때 한 달에 한 번 토요일날 학교 근처 호수와 공원에서 전교생이 쓰레기를 주웠다. 왜 줍는지는 모르고 그냥 그걸 하는 날이었다. 쓰레기를 주우라는 선생님 말씀은 잘 안 듣고 그냥 교실 밖에 나가서 뛰어다니는 게 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쓰레기를 줍는 건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었나보다.

중학교 때는 좀 신기한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그 분은 점심시간마다 커다란 집게와 마대자루를 들고 다니며 복도와 운동장에서 쓰레기를 주우셨다. 소위 ‘쌍팔년도’ 학교 문화가 남아있던 시절이어서 그랬을까. 심한 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있으면 그 집게로 엉덩이를 맞기도 했다. 기자는 선생님에게 체벌을 당하는게 낯설지 않은 세대였지만 쓰레기를 직접 줍는 교장선생님은 낯설었다. 모르긴 해도, 쓰레기를 치우는 건 더럽고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쓰레기를 줍는 게 유행(?)이다. 유행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좀 이상하지만 확실히 그런 느낌이 든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으면 ‘플로깅’이나 ‘줍깅’을 검색해보자. 줍깅은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을 한다는 의미의 (줍다+조깅) 줄임말이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스웨덴어의 줍다(플로카 업)과 영어 달리기(조깅)의 합성어인 ‘플로깅’으로 불린다. 스웨덴어가 먼저 나오는 이유는 이 활동이 그곳에서 시작한 사회적 챌린지여서다. 건강을 챙기면서 환경적인 영향력도 줄 수 있어서 SNS 등을 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기자도 쓰레기를 주워보기로 했다. 방법은 많다. 요즘 은근히 유행이라 기업에서 이벤트도 많이 진행했다. 플로깅에 필요한 용품을 공짜로 주고 쓰레기 줍기 활동을 인증하면 친환경 관련 굿즈를 선물로 주는 곳도 많았다.

줍깅 이벤트를 찾아보면서 솔직히 좀 의아했다. 여럿이 모여 쓰레기를 줍는 건 당연히 환경적인데 굳이 가방과 청소도구를 나눠주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요즘같은 시국에 맨손으로 쓰레기를 주워담을 수는 없으니 비닐장갑이나 쓰레기를 담는 봉투 등이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구나 집에 일회용 장갑이나 남아도는 비닐봉투가 있을텐데 그걸로 주우면 되는 일 아닐까?

그래서 이벤트에 굳이 참여하지 않고 그냥 혼자서 동네 쓰레기를 주워보기로 했다. 기자가 사는 동네는 월·수·금요일 저녁에 재활용품 수거차량이 다녀간다. 집앞에 모아둔 재활용품을 사람이 손으로 옮겨 차에 싣고 떠나면 그 과정에서 일부가 바람에 날려 흩어진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길가에 쓰레기가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아침 7시에는 그걸 청소하는 분들이 오신다. 그분들은 구청 로고가 찍힌 청소도구로 기자의 집앞 길을 청소하신다. 그래서 기자는 그 사각지대(?)를 담당하기로 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중 하루를 골라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거다. (솔직히, 매일 하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

원칙을 하나 세웠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것.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3리터짜리 작은 종량제봉투를 가지고 나간다. 창고에 놓여있던,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도 모르는 낡은 집게를 사용하고 일회용 장갑은 끼지 않는다. 쓰레기 더미를 헤짚고 다니거나 손으로 줍는 건 아니니까.

기자는 쓰레기 사진을 찍는다.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 모습을 통해 분리배출과 쓰레기 잘 버리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서다. 사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잘 버리면 플로깅이든 줍깅이든 하지 않아도 될 일이니까. 다만, 버려진 쓰레기를 줍겠다고 나섰으면 그사람부터 버려지는 걸 줄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플로깅 등을 직접 실천하는 단체 ‘와이퍼스’의 운영자 황승용씨도 기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황씨는 본지 인터뷰를 통해 “기업 연계로 이루어지는 플로깅 중에, 환경 자체보다는 굿즈(기념품)나 회사의 이미지만을 위해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많이 쓰는 회사나, 패스트패션 위주 기업이 갑자기 플로깅을 한다고 하면 오히려 플로깅 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깎는 행동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쓰레기를 줍는 것, 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 실천을 하는 건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이 되는 게 좋다. 기자는 앞으로도 쓰레기를 주울 때 집에 있는 도구를 가지고 나갈 생각이다. 밖에서 쓰레기 담은 봉투를 집 안에 들여 놓는게 찝찝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럴때는 쓰레기를 가득 채워오면 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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