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사회의 숙제...재활용 늘리기
재활용이라고 다 같은 재활용이 아니다???
참새클럽은 물질재활용, 라면봉지는 에너지재활용
약해진 재활용 시스템 체질 개선해야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스물 여덟번째 순서는 평소 늘 듣는 단어인 ‘재활용’입니다. [편집자 주]

재활용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고,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재활용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고,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누구나 ‘재활용’을 한다. 기자도, 기자의 옆집에 사는 사람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재활용품 버리는 날’이 정해져 있을터다. 기자는 오늘 저녁이 바로 그 날이다. 플라스틱과 비닐, 종이 등을 일반쓰레기·음식물류폐기물과 구분해 따로 내다놓는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는 쓰레기나 재활용에 대해 잘 알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쓰레기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종량제봉투에 쓰레기를 담고 분리배출도 매일 하니까 심리적으로는 익숙한데, 버려진 것들이 어떻게 재활용되고 왜 그렇게 버려야 하는지, 버려진 쓰레기를 소각하는지 아니면 매립하는지 그런 것들은 잘 모른다는 얘기다.

당시 홍 소장은 “쓰레기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활용되는 품목과 쓰레기로 버리는 걸 구분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이 분리 배출하느냐’에 몰두하면서 양에만 집착했고, 재활용품을 종량제봉투에 버리면 안 된다는 인식은 높은데, 반대로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가 분리배출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행적으로 눈을 감거나 잘 모르고 넘어갔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이후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배출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차례 기사화했다. 그러면 우리는 재활용을 어떻게 늘려야 할까, 그리고 재활용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질까.

◇ 정부와 사회의 숙제...재활용 늘리기

우선 최근의 재활용 관련 이슈들을 먼저 짚어보자. 재활용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이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 2월 생활폐기물 분리배출부터 선별-재활용까지의 전 과정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오산시 소재 공동주택(아파트)과 인근 선별·재활용 시설 현장을 방문했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현장 정착과 함께 업계와 협력해 선별·재활용 시설 개선을 확대해 보다 품질이 높은 재생원료가 생산될 수 있는 기반시설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재활용 관련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재생원료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플라스틱 전주기 발생 저감 및 재활용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당시 정부는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을 줄이고, 해양 플라스틱과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용한 폐플라스틱은 다시 원료로 재사용하거나 석유를 뽑아내 재활용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당시 환경부는 재생원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생산자가 재생원료를 사용한 양에 비례해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을 감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재생원료로 만든 재활용제품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일정비율 이상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겠다고도 밝혔다. 재생원료 비율을 제품에 표기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재활용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 재활용이라고 다 같은 재활용이 아니다?

재활용의 개념을 짚어보자. 환경부 사이트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재활용은 “한 번 사용한 제품을 다시 자원으로 만들어,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이용하는 일”이다. 이는 폐기물을 일정한 공정을 거친 후 다시 원료로 사용하는 재생(Recovery)과정과 재사용(Reuse)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용을 의무화시켜 분리수거를 권장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쓰레기 재활용율은 2016년 기준 세계 2위다.

그런데 재활용이라고 다 같은 재활용이 아니다. 종류가 많고 방법이 다양하다. 재활용은 크게 물질재활용과 에너지재활용으로 나뉜다. 제품에서 원료를 회수해 그걸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게 물질재활용이고, 태워서 열에너지를 이용하는게 에너지재활용 또는 에너지회수라고 부른다.

소비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재활용은 플라스틱 등을 버리면 버려진 제품을 깨끗이 닦고 부수거나 녹여 다른 제품의 소재로 활용하는 일이다. 실제로 이런 형태의 재활용이 많이 이뤄진다. 소비자들이 페트병 뚜껑 등 작은 플라스틱을 보내면 그걸 가지고 에코 굿즈를 만들어주는 ‘참새클럽’에서도 이런 방법을 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모두 세척하고 분쇄해 그걸 가지고 원료로 쓴다. 물질재활용에 해당하는 사례다. 하지만 모든 재활용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사실 재활용은 편의상 부르는 단어에 가깝다. 방법 등에 따라 조금씩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홍수열 소장은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waterheat)를 통해 “재활용이라면 바로 Recycling이 떠오르는데 영어에서는 Recovery라는 용어와 Recycling, Reuse가 모두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물질과 에너지 두 가지로만 딱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홍 소장이 블로그에서 (플라스틱을 기준으로) 설명한 바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세척해 녹여서 재생펠릿을 만드는 ‘기계적 재활용’이 있고 플라스틱 분자구조를 활용해 순수한 원료상태로 되돌리는 방법도 있다. 홍 소장은 이를 ‘화학적 재활용’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법도 한가지가 아니다. 선별하고 파쇄해 고형연료로 성형하는 방법, 플라스틱을 열분해해 기름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 플라스틱을 소각로나 시멘트 소성로 등에 넣어 태우는 방법, 연료로 만들어 그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법도 있다. 홍 소장은 “(이 경우) 에너지 회수라는 용어가 해당 물질 활용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용어”라고 설명하면서 “태워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행위는 엄연히 원료를 이용하는 재활용 행위와는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복합 재질 플라스틱 ‘OTHER‘은 다양한 원료가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섞인 비율과 재료가 다 달라 재활용이 어렵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물질재활용과 에너지재활용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라면이나 과자 봉지 같은 비닐류다. 이런 것들은 평소 ‘재활용이 잘 안되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얘기가 많이 알려져있다. 하지만, 라면 비닐들은 비교적 재활용이 잘 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참새클럽은 물질재활용, 라면봉지는 에너지재활용

물질재활용과 에너지재활용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라면이나 과자 봉지 같은 비닐류다. 이런 것들은 평소 ‘재활용이 잘 안되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얘기가 많이 알려져있다. 기자의 지인들, 특히 제로웨이스트나 에코소비 등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 중에서도 과자나 라면 봉지는 일반쓰레기로 버린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라면 비닐들은 비교적 재활용이 잘 된다. 물질 재활용이 아니고 에너지 재활용을 통해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이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한 적 있다. 김 이사장은 “라면봉지나 과자봉지는 이물질이 묻어있거나 여러 가지 색깔로 글씨나 그림 등이 인쇄돼 있어서 재활용품 질이 떨어져 물질재활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쉽게 얘기하면 깨끗한(?)’ 비닐이 아니어서 그걸 가지고 재활용하면 재활용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재활용은 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라면봉지 등은) 에너지재활용에 주로 사용한다”면서 “에너지재활용도 정부 재활용분류에 의한 엄연한 재활용 방법인 만큼, 물질재활용이 어렵다고 해서 ‘재활용이 안 된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어감상 재활용은 그 물건을 재료로 또 다른 물건을 만든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태워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역시 재활용의 범위로 볼 수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도 “라면봉지와 과자봉지는 비닐류 재활용으로 분리배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자가 문자메시지를 보내 ‘에너지재활용으로 주로 활용한다고 보면 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 재활용 시스템 체질 개선해야

홍수열 소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블로그에 비닐의 재활용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재활용의 여러 갈래를 소개했다. 당시 홍 소장은 “비닐은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드는 방법과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법으로 재활용한다”고 언급하면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법은 그냥 태워서 나오는 열을 이용하는 방법과 비닐을 열로 분해시켜서 기름으로 만든 후 그 기름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나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일반 가정에서 분리배출한 비닐을 재생원료로 재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질 선별을 하지 않고 여러 재질이 섞인 상태에서 녹여 만드는데 이 경우 재생원료 혹은 제품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가정에서 분리배출한 비닐의 25% 정도만 이렇게 재활용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게시물에 따르면 가정에서 나오는 비닐의 70%는 태워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폐비닐로 폐기물고형연료제품(SRF)을 만드는 방식이다. 보일러 시설에 사용하기도 하고 발전소에서도 사용한다. 다만 당시 홍 소장은 SRF사용시설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닐 분리배출 방법을 다양화시켜서 고품질 물질재활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폐비닐을 태울 수 있는 시설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썼다.

한편, 지난해 12월 정부는 폐비닐로부터 석유를 추출하는 열분해 시설에 대해 2025년까지 공공시설 10기를 확충하기로 한 바 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민간 열분해시설이 11곳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열분해시설은 높은 온도에서 찌는 것으로서, 대기오염 문제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재활용은 단순히 제품을 깨끗이 씻고 부수거나 녹여 다시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재활용품을 버릴 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홍수열 소장은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재활용되는 품목과 쓰레기로 버리는 걸 구분하는게 분리배출의 핵심이고 재활용하는 쓰레기는 깨끗하게 버려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 두가지 원칙이 느슨해지면서 재활용 품질이 나빠지고 재활용 시스템 체질이 전반적으로 약해졌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니 깨끗하게 버리자. 물론, 기업들은 재활용 잘 되는 제품을 만들고 정부는 그걸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