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분리배출 문제보다 더 중요한 ‘제대로 버리기’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오십번째 사진은 남의 오토바이 위에 곱게(?)올려진 테이크아웃 커피잔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원래 주인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이한 기자 2021.4.16)/그린포스트코리아
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원래 주인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이한 기자 2021.4.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아아의 계절이 왔다. 기자는 ‘얼죽아’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더울 때 마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특유의 상쾌함이 있다. 일이 많아 정리가 안 될 때도, 일을 다 끝내 기분이 좋을 때도, 화가 치밀때도 아아는 기자의 소중한 친구다. 얼마나 소중한 음료인지 기자도 안다.

그런데, 그렇게 시원하게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남의 집 주차장, 그것도 오토바이 좌석 위에 올려두고 가는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오토바이 주인이 잠시 놔둔걸까? 모두 녹아 없어진 얼음 상태로 미루어 보면, 그리고 기자가 몇분 후 다시 저 곳에 가봤을때도 여전히 놓여있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저건 쓰레기를 버리고 그냥 가버린게 분명해보인다.

일회용컵과 빨대를 사용하지 말자는 얘기까지 갈 것도 없다. 먹고 남은 음료를 희석하고 정화하는데 꽤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할 단계도 아니다. 분리배출을 꼼꼼하게 잘 하자는 얘기도 저 사진 앞에서는 꺼낼 수 없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 앞에서 저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답답하고 참담할 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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