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여서, 기후생태위기에 대응하는 변화 만든다”
“감당하기 어려운 기후위기, 중요한 건 모이는 것”
“교육 받아야 하는 건 학생이 아니라 기성세대다”
“나와 이웃, 자연과 동물을 함께 돌보자”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 우리나라 말로 하면 기후 수호대, 줄여서 가오클. 히어로 영화의 제목을 떠올리는 이들은 비거니즘을 지향하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 갖고 실천하는 14명의 청년들이다. (가오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 우리나라 말로 하면 기후 수호대, 줄여서 가오클. 히어로 영화의 제목을 떠올리는 이들은 비거니즘을 지향하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 갖고 실천하는 14명의 청년들이다. 요즘 참고로 요즘 청년 활동가들은 현수막을 굳이 만들지 않는다. 골판지 상자를 재사용하면 되니까. (가오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후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름부터가 청년기후수호대다. 가디언즈(Guardians) 오브 클라이밋(Climate), 줄여서 ‘가오클’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신들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기후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이름을 달았다.

환경운동을 하고 기후를 지키자는 청년들인데 꿈은 소박하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제 명대로 살다 가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게 제법 쉽지 않다는 걸 말이다. 날로 더워지고 날씨가 변화무쌍해지는 지금의 지구라면 특히 더 그렇다.

대규모 단체는 아니다. 멤버는 14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거니즘을 추구하고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이 뭔지 고민하고, 같은 고민하는 사람들을 찾아 서로 연결도 해준다. 이들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윙하는 사람도 어느덧 1200명을 넘어섰다. 이 청년들은 지구의 생태와 기후를 위해 뭘 하고 있을까? 마침, 오늘(22일)이 지구의 날이라 이 인터뷰가 더 의미 있다.

 

“함께 모여서, 기후생태위기에 대응하는 변화 만든다”

가오클 멤버들은 비거니즘을 지향하며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이다. 환경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따로 활동하다 ‘기후생태위기에 대응하는 변화를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해 한데 모였다. 이들은 올 봄 일찍 개화한 벚꽃을 보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가오클 멤버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나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개인의 활동과 메시지를 꾸준히 사회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이들은 그 두 가지 일을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청년들이다.

청년기후수호대라는 이름이 왠지 든든하고 멋있게 들립니다. '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은 유명한 영화 제목도 떠오르고요. 이름을 정한 과정을 먼저 듣고 싶어요. 어떤 의미를 담으려고 했고, 어떻게 들리기를 원했는지 궁금해서요

처음에는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을 많이했어요. 좋은 이름을 모아 투표도 했고요. 최종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한글 청년기후수호대)을 골랐어요

뉴스펭귄에서 '10여명의 친구들이 모여 만든 단체'라고 쓴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초기 멤버들이 어디에서 알게 된 사이인지 궁금합니다

멤버 중 한 친구가 처음 사람들을 모았어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거나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커뮤니티 여러 곳에 ‘함께 기후생태위기에 대응하는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모집글을 공유했고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였어요. 처음에는 서로 모르는 멤버도 많았어요. 모집할때 비거니즘 가치를 함께 추구하면 좋겠다고 밝혔는데. 그런 공통점을 통해 멤버들이 결이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은 멤버가 늘어났나요 아니면 처음 모인 분들 위주로 꾸준히 활동 중인가요

조금씩 멤버를 더 모집해서 지금은 14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어요. 하지만 주 활동멤버는 항상 달라진답니다.

인스타에서 본 '기후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 '고민하는 지구인들'이라는 문구가 저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 기후문제는 인생의 고민거리 중 어느 정도의 순위에 있나요

멤버 모두에게 기후문제는 상당히 상위에 있는 것 같아요. 상위에서 동물권, 그리고 생계 유지에 대한 고민과 엎치락뒤치락합니다. 평소에 일상을 살다가도 앞으로 기후는 어떻게 될까?하는 고민이 계속 들어요. 이번 봄, 일찍 개화한 예쁜 벗꽃을 볼 때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더라고요. 생각보다 이른 개화에 올 여름 날씨가 어떨지부터 걱정됐어요

한 유명 영화에 "고민이 너무 길면 그 인생 고달퍼"라는 대사가 있어요.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는데요. 가오클이 들여다보는 기후 문제 중에서 지금 가장 큰 고민, 그리고 오늘 이후 가장 먼저 하려고 계획 중인 실천은 뭔가요

가오클은 개인이 당장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 흩어져서 지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국가나 기업이 해야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활동과 메세지를 꾸준히 사회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걸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sns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가오클데이와 북클럽처럼 쉽게 모여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멤버들 중에 제로웨이스트나 비건을 실천하는 분도 계시다고요. 답변자분은 어떤가요

가오클 멤버 전원은 비건지향을 목표로 합니다 전 페스코 채식을 약 6년간 해왔고 가오클과 함께한 후 비건지향으로 살고 있어요. 완벽한 비건식단을 실천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길고 꾸준히 노력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가오클은 한 사람의 완벽한 비건보다는 다 함께 비건지향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주위에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가오클 멤버들은 기후와 생태 관련 위기가 너무 거대한 문제여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큰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고 믿는다. 작은 고민과 각자의 마음이 모이면 뜻밖의 대안이 생각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 생긴단다. 이들은 “지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SNS 등 가까운 주변에서 동료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가오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가오클 멤버들은 기후와 생태 관련 위기가 너무 거대한 문제여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큰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고 믿는다. 작은 고민과 각자의 마음이 모이면 뜻밖의 대안이 생각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 생긴단다. 이들은 “지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SNS 등 가까운 주변에서 동료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가오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감당하기 어려운 기후위기, 중요한 건 모이는 것”

가오클 멤버들은 기후와 생태 관련 위기가 너무 거대한 문제여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큰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고 믿는다. 작은 고민과 각자의 마음이 모이면 뜻밖의 대안이 생각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 생긴단다. 이들은 “지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SNS 등 가까운 주변에서 동료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멤버들이 가오클 활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버리는 식습관이 조금 더 환경적으로 변하게 된 경우도 있나요

이미 환경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러다 보니 예전부터 다들 노력하던 부분이에요. 하지만 서로의 실천에 자극 받아서 더 열심히 유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 예로 어떤 멤버는 가오클에서 자연식물식 챌린지를 기획하면서 자연스럽게 식단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고민이었나요

비건식단이어도 내 몸에 일부 해롭거나 생태계 또는 다른 노동자를 착취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자연식물식 챌린지를 통해 동네 시장에서 구매한 채소, 못난이 채소 등을 구입해 간소하게 차리는 식단과 더 친해졌다고 합니다.

이런 것도 궁금해요. '가오클 단톡에서는 어떤 논쟁이 가장 치열할까' '무슨 얘기를 할 때 가장 의견이 잘 모일까' 하는 궁금증이요. 어떤 얘기들이 오가나요

주로 환경과 관련한 인터넷 기사를 많이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눠요. 기온 상승이나 빙하의 융해, 난민 이야기 같은 정보성 기사를 서로 나눌 때도 있지만 정부 정책방향, 세계적인 기업의 방향 설정, 국내 기업 이슈도 챙겨봐요. 이런 의사결정에서 인식변화가 일어나고 실제로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논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사소한 방향 설정이나 다양한 방법론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직접 실천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죠. 가오클 멤버들이 실제로 모여 활동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었다면 그게 뭘까요

우리가 모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고민, 하나의 마음도 모여서 이야기하면 치유가 되고 대안이 나오고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기후생태위기라는게 너무 거대한 문제여서 개인이 감당하기 쉽지 않잖아요. 사실 '기후위기에 대응해 내가 뭔갈 할 수 있을까' 상상하는 것조차 어렵기도 한데요, 막상 활동을 해보니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더라고요. 일단 ‘마음 맞는 사람들과 모여서 수다를 떠는 것!’을 모두에게 권하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거나 힘이 되는 게 뭔지도 궁금합니다

동료의 지지 없이는 개인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힘들어요. 기후위기 이슈와 끝없이 마주치면서 우울감을 겪을 때, 같이 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동료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에요. 대응 방법에 대한 정보도 얻고,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 서로가 창구가 되어줍니다.. 지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sns로 동료들을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해요.

제가 가오클 활동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고고챌린지 참여자에게 감사와 지지를 보내지만 환경부의 고고챌린지는 거부한다'는 글이었습니다.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야 할 환경부가 미시적이고 눈에 잘 띄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죠. "아무개가 고고챌린지에 참여했다"라는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을 보면서, 기자로서 좀 부끄럽기도 했어요. 이런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하면서, 언론에 대한 불만은 없나요

물론 있습니다. 가장 아쉬운 건 이상 기후 현상을 보도하는 뉴스에서도 정작 이런 이상 기후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소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반 시민들은 아무래도 듣고 보는 것에 따라서 이해를 하기 마련이잖아요. 기후가 왜 이렇게 바뀌는지 깨달으면 모두 함께 실천하기 쉬울텐데, 그런 것을 알려주는 미디어가 너무 적어 아쉬워요. 그리고 그 선두에서 가장 열심히 알려야 할 언론의 기능이 생각보다 좀 아쉬운 건 사실이에요.

기후 문제를 다루는 언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가오클 멤버들은 모두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을 꾸준히 하면서도 '더 실천할 건 없는지' 고민하는 친구들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이 웃으면서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들자’고 하니 참 허탈했어요. 현실은 재활용된 플라스틱조차 순환되기 어려운 시스템을 방치하고, 기업의 과대포장 및 일회용품 생산을 규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에요. 최근에야 기후생태위기에 대한 보도가 조금씩 나오는데 관점 자체가 아쉬울 때가 많아요. 단순히 '긴박함', '공포심'만 강조하는 접근, 풍요를 유지하기 위한 '녹색성장'을 이야기하는 경우 등요. 언론이 좀 더 기후생태위기의 피해를 최전선에서 받을 당사자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보도 해주길 바래요. 농민, 실외노동자, 여성, 장애인, 무주택자, 노약자와 같은 분들의 이야기를요.

가오클은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것은 '현재 성장동력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가오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가오클은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것은 '현재 성장동력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가오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교육 받아야 하는 건 학생이 아니라 기성세대다”

이들은 환경 관련 제도와 사회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비판했다. 소비만을 조장하는 마케팅,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사회와 언론, 청년들의 얘기에 귀를 잘 기울여주지 않는 기성세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것은 '현재 성장동력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개인의 실천이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제도와 규정이죠. 극단적인 예로, 재활용 잘 되는 물건만 만들면 소비자가 제로웨이스트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요. 가오클이 생각하는 지금 가장 부족한 제도, 필요한 규정들은 뭔가요

너무 많아서 손꼽아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소비'에만 집중된 것 같아요. 물건을 판매하는 것까지만 기업이 관리할 뿐 그 이후의 규정은 없는 게 아쉬워요. 폐기물에 대한 인식 없이 무조건 많이 팔려고 하는 마케팅이 과소비를 조장한다고 생각해요. 패키지+상품의 폐기까지 기업이 관리하도록 규정한다면 보다 친환경적인 패키지나 상품 개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배달음식, 카페 일회용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소비자가 제품뿐만 아니라 포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알맹이만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제도나 규정을 보면서 우리에게 뭐가 필요한지도 고민할 것 같은데요

보통 교육이라면 초중고 학생과 청소년을 떠올리는데 진짜 교육을 받아야 하는건 기성세대라 생각합니다. 모든 생애주기 시민들에게 기후생태위기에 대한 교육을 무상으로 또 의무로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 될 수 있는 정치기구가 필요합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2021년에도 신규로 짓고 있고 신공항도 지으려 하잖아요. 정부와 여당에서 밀어부치니 슥슥 통과되고요. 우리는 단지 살고 싶다, 건강하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절박하게 외쳐요. 그리고 정책적 제안들이 전혀 닿지 않는 현실을 보며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라고 느낍니다. 정부·시민사회 거버넌스에 참여했던 친구들의 경험을 들어봐도 청년은 구색 맞추는, 유스워싱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나 탄소 얘기를 하면 다들 2050년을 얘기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기성세대에게 2050년은 먼 미래지만, 청년세대는 2050년이 되어도 여전히 한창 나이잖아요. 기후위기가 미래, 후대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내 얘기로 받아들여질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들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듣고 싶어요

사실 큰 고민이 됩니다. 지금은 청년들은 미래를 긍정적으로 꿈꾸기 어려운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노력하고 성취하는 것과 별개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기후라는 자연은 나 혼자의 힘으로 바뀌지 않잖아요. 조금 무력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도 이렇게 막막한데, 다음 세대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래에 아이를 낳는 것이 옳은가? 하는 고민도 듭니다.

그러면 미래는 바뀔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도 지금이 전 세계적인 경제상황과 정치상황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전의 룰이 적용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새로운 '환경'이라는 기준이 생겼죠.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소비재, 미니멀 라이프스타일(제로웨이스트), RE100처럼 과거 중앙에서 컨트롤하던 자본들이 탈중앙화되고 가격 조정도 되고 있어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나며 미중 갈등 등 여러 가지 정치상황도 일어났죠.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것은 '현재 성장동력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자본주의나 인간 중심 사회구조가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에 저도 공감합니다. 중요한 건 그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겠지요. 가오클이 생각하기에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인 것 같아요. 우리가 식재료로만 대하는 많은 생명체를 포함해서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존중한다면, 현재 시대에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서로의 고통에 연대하는 것이 필요해요.

가오클 멤버 말고 주위의 지인들을 생각해보면 어떤가요. 기후변화 대응이나 환경 관련 문제에 관심들이 많고 실천도 적극적으로 하나요

많지는 않지만 이전보다는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멤버도 있고 정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습에 놀란다는 멤버도 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청년에겐 각자 먹고사는 문제 만으로도 쉽지 않은 삶이라는 걸 떠올리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가오클 멤버들의 꿈은 소박하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그게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필요한 게 많다. 지구가 건강해야 하는 것도 당연히 이뤄져야 할 전제조건이다. (가오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가오클 멤버들의 꿈은 소박하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그게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필요한 게 많다. 지구가 건강해야 하는 것도 당연히 이뤄져야 할 전제조건이다. (가오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나와 이웃, 자연과 동물을 함께 돌보자”

가오클 멤버들의 꿈은 소박하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그게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필요한 게 많다. 지구가 건강해야 하는 것도 당연히 이뤄져야 할 전제조건이다. 이들은 청년으로서의 일상을 살면서 기후 문제에 관심까지 갖는 게 쉽지많은 않다고 말한다. ‘현생’을 사는게 바빠서다. 기성세대들이야 본인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더 팍팍하다고 주장하겠지만 누구나 자신의 인생 무게가 가장 버거운 법이다. 가오클은 그 어려움을 푸는 열쇠를 ‘연대’에서 찾는다고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로웨이스트는 못하고) 로우웨이스트라도 해보려고 하는데요. 분리배출 정말 열심히 하고 쓰레기 덜 버리려고 노력해도, 1층에 잔뜩 쌓인 다른집 쓰레기를 보면 기운이 탁 빠질 때가 있습니다. '나 혼자 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혹시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경우는 없었나요

매일 느끼고 있어요.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1회용 봉지를 쓰기 싫어서 가져간 주머니에 담아오거나 재활용 봉지에 가져와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마트 마당에 사람 키보다 더 많이 쌓여있는 1회용 비닐 쓰레기 더미를 볼 때 힘이 탁 빠집니다. 그렇다고 나 하나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 없으니 나도 그냥 쓸래.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아요 ‘내가 비닐 한장을 덜 쓰면 그 비닐에서 발생한 수많은 미세플라스틱은 아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쓰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아예 공장에서 포장되어 나오는 식재료는 그런 선택권마저도 없으니, 제도가 정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물줄기를 바꾸니까, 가오클 멤버들의 활동도 그런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겠지요. 그럼 이렇게 여쭤보면 어떨까요. 본인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나요

코로나19 이후 '비건' 이나 '기후위기' 라는 단어를 받아들이는 일반인들의 반응이 달라진 것은 느껴요.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너무 공포 분위기로만 정보를 전달하거나 '아나바다'식의 행동만 추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에너지, 채식식단, 정부 정책과 규제에 대한 홍보들이 필요해요.

사실 청년들은 많이 바쁘죠. 해야할 게 많잖아요. 세상 경험도 쌓아야 하고, 직업을 얻기 위한 경력도 쌓아야 하고요. 그러다 보면 지금 당장의 개인적 문제들에 몰두하느라 다른 일을 돌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많이 어려워요. 힘을 냈다가도 빠지기 일쑤고, 그만큼 나를 돌보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인스타에 “기후위기 해결은 마차 조별과제와 같아서 무임승차자 때문에 해결이 어렵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무임승차자에는 기후위기를 부정하거나 관련 이슈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지만, 청년들의 경우에는 '현생이 어려워서'가 주된 이유일 것 같아요. 체력이나 시간 문제에서 저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럴수록 '연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가오클은 환경문제 뿐만 아니라 함꼐하며 회복하는 시간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각자의 짐은 더 가벼워지겠죠.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작게라도 동참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나가는 방법이 해결방안이 될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는 늘 '청년이 미래다'라고 말하죠. 하지만 정작 청년의 얘기에 잘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요. '아직 세상을 잘 몰라서 그런다'며 여러분의 얘기를 한 귀로 흘리는 경우도 많겠죠. 가오클 활동을 하면서 그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나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크게 반감을 가지신 분들은 잘 없지만, 시스템적 변화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에게 어려움을 많이 토로하십니다. '다양한 의견들 때문에, 절차 상 이렇게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기성세대는 청년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하고, 청년들은 미래가 어둡고 불안하다고 말해요. 청년 세대로서, 이런 간극은 어디에서 왔다고 느끼나요

과거와 달리 산업은 고도화됐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요. 갈수록 빠르게 고도화되는 산업에 따라가는데 청년들은 피로감과 부담을 느꼈고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세대 간 간극은 언제나 있었겠지만 이전에는 없었던 속도 때문에 이 간극을 해소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우리는 의지를 동반해서 서로를 이해해야 해요. 이어령 교수님이 유튜브에서 '청년이 나이를 먹으면 기성세대가 되고, 기성세대는 청년을 지나왔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서로에 대한 탐구와 세상사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제 명대로 살다 가는 것'이 가오클의 최종 목표라는 글을 봤습니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 지금 사람들은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돌보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나를 돌보는 일, 이웃을 돌보는 일, 자연과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잘'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려면 어떤 생활방식으로, 어떻게 살아야 내 주변 환경이 유지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면서요. 자신의 생활에 대해 뜯어서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이 음식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왔을까. 이 옷은 어디에서 누구의 손을 거쳐서 왔을까. 이 전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완벽하게 모든 과정을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인간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인식하고 자연과 생명공동체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구에는 나 혼자만 사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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