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기상청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더워지고 비 많이 오면...뿌리째 흔들릴 인류 미래
날씨 변화에 벼 옥수수 감자 수확량 줄어든다?
연간 폭염일수 10.1일에서 35.5일로 증가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자연보호 운동가들이 만든 날이지요. 설날과 추석,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입니다.

지구가 더워집니다. 날씨가 계속 변해서 큰일입니다. 북극곰과 펭귄만의 위기가 아닙니다. 일상생활이 조금 불편해지고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이대로 가면 인류가 삶의 터전을 잃고 심하면 목숨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특히 취약계층에게 더 큰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기후변화를 서둘러 막지 않으면 미래 지구에 어떤 문제가 생기고 그걸 막으려면 지금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그런 일을 앞장서서 실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봅니다. 지구의 날 특집이지만, 사실은 1년 내내 귀를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미래 지구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요? [편집자 주]

온실가스 배출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건 사실 신선한 주장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누구나 여러 곳에서 들어온 얘기여서다. 하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에는 중요한 의미가 하나 있다. ‘전 세계가 모두 힘을 모아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함께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의 기온 및 강수 변동성은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 및 장기적 기후 변동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한반도 생태계에서 기후변화 영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기자가 주장하는 말이 아니다. 녹색연합이 지난해 ‘기후변화와 한반도생태계’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맺음말 첫줄에 쓴 얘기다. 일부 환경단체에서 과격한 주장을 하는걸까? 그것도 아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함께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의 기온 및 강수 변동성은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 및 장기적 기후 변동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지구를 1년에 하루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기후변화주간’을 정해 일주일간 함께 실천하자고 입을 모으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구의 날씨는 크게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폭은 동·식물 전체는 물론이고 인류의 삶마저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환경부·기상청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 분포와 종 변화, 재배작물의 변화, 질병 발생 증가 등 사회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벼 생산이 감소하고 사과 재배적지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감귤은 강원도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지고 폭염일수가 지금의 3배 이상 늘어난다는 전망도 나왔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동물 매개 감염병이나 식품 매개 감염병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 더워지고 비 많이 오면...뿌리째 흔들릴 인류 미래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8가지 분야로 나누어 설명한다. 수자원과 생태계, 산림, 농업, 해양 및 수산, 산업 및 에너지, 보건, 인간정주공간 및 복지 등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다. 날씨가 더워지면 에어컨을 더 트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의 평균 강수량뿐만 아니라 가능 최대강수량, 확률강우량 등도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수량이 늘어나면서 토지이용 변화에 따라 유출 특성도 변해 한강 및 금강권역 홍수 발생 빈도와 크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돌발호우 등이 늘어나면서 홍수에 대한 취약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멸종위기에 놓인 많은 종들이 기후변화에 따라 서식지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도 전망했다다. 곤충류 개체군 풍부도는 기온 상승에 따라 13~3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감염병 매개체 곤충0 분포 범위가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며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흰줄숲모기는 2050년 국내 겨울철 평균기온이 10℃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국내 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 날씨 변화에 벼 옥수수 감자 수확량 줄어든다?

산림 분야 변화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2050년대에는 소나무림 지역이 지금보다 8%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고, 2080년대에는 15%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의 전체적인 탄소저장량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탄소흡수량은 현재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토양 탄소저장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수목의 지상부의 탄소저장량은 모델에 따라 기후변화 영향이 다르게 예측됐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식탁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업 분야에서는 월동작물을 제외한 벼, 콩, 옥수수, 감자 등 식량 작물이 21세기 중반까지 수량이 일정 수준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21세기 말에 이르면 급격한 수량감소가 예상된다. 벼는 25% 이상, 옥수수는 10%~20%, 여름감자는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1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병해충의 세대수가 크게 증가하고 겨울철 최저기온 상승에 따른 꽃매미 등 월동, 외래병해충 발생의 증가에 따라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바다도 위기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2100년에는 현재보다 약 2℃~6℃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해양의 성층 강화와 수직 혼합 약화로 영양염 공급이 감소하고 1차 생산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 산성화와 저산소화 현상이 현재보다 심해져 개체군 수준에서 생리·생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결국 생물 생체량과 종 다양성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소비의 경우 온난화에 따라 여름철 냉방 전력 소비 증가 추세와 겨울철 난방 전력 소비 감소 추세의 계절적 대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2020년대 중반 무렵부터는 여름철 냉방에 의한 전력소비가 겨울철 난방에 의한 소비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겨울철 난방을 위한 탄소연료 소비는 온난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산업별로 기후변화 취약성을 평가한 결과, 금융, 보건, 항공, 관광, 정유, 가스, 수송 장비 산업 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최대 위험 유형이 다르게 나타났지만, 가장 많은 기업이 규제적 위험을 최대 위험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리적 위험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산업으로는 농림수산업, 보험, 보건, 관광산업 등으로 나타났다.

◇ 연간 폭염일수 10.1일에서 35.5일로 증가

달라지는 날씨와 환경은 인간의 건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 폭염일수는 현재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35.5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기후요인만으로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추정은 미래 폭염 발생, 인구구조 변화, 건강 및 폭염 적응 수준 등 기후와 비기후적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위기가 취약계층의 삶을 더 많이 위협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폭염 강도가 크고,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른 여름에 폭염이 발생할수록 폭염 사망자가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성과 65세 이상 노인, 교육수준이 낮은 인구 집단, 심뇌혈관이나 호흡기계 질환 등 만성질환자가 폭염 위험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생태계 교란은 곤충 및 설치류 매개 감염병의 질병 발생 양상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로 인해 쯔쯔가무시증 발생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 (SFTS), 삼일열 말라리아 환자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날씨가 계속 더워지면 열대지방에서 서식하는 이집트 숲모기 서식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흰줄 숲모기 성충이 겨울철에도 생존하는 조건이 갖춰져 국내에서도 뎅기열, 치쿤구니야열 및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 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더불어 기온 상승으로 2090년대 식중독 발생 건수는 2002~2012년에 비해 42%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설사 질환 환자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공간 및 소득, 연령과 같은 사회적인 요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농어촌지역의 경우 저렴한 에너지 사용 접근성이 취약하므로 도시지역보다 기후변화에 의한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수도권 지역에서도 저소득계층의 피해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령 측면에서는 노인, 어린이, 저소득계층, 심혈관계 질환자 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를 지금 당장 막아야 하는 이유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