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산다 #냉장고 ④] IT 기술로 냉장고 속 식재료 효율 높인 사례들
[줄여야 산다 #냉장고 ④] IT 기술로 냉장고 속 식재료 효율 높인 사례들
  • 이한 기자
  • 승인 2021.04.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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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음식 줄이려는 스타트업들
먹지 않은 음식은 필요한 곳에 전달한다
음식관리 기능 탑재한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앱으로 식재료 관리·구매하는 LG 씽큐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세번째 시리즈는 인류의 식탁을 책임지는 냉장고입니다. 냉장고를 줄이자?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편집자 주]

IT 기술을 활용해 냉장고 속 식재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쿠킹. 스마트싱스 쿠킹은 스마트싱스 앱을 활용해 식재료 구매에서부터 조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인의 성향에 맞춰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IT 기술을 활용해 냉장고 속 식재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쿠킹. 스마트싱스 쿠킹은 스마트싱스 앱을 활용해 식재료 구매에서부터 조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인의 성향에 맞춰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냉장고 속 식재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꼼꼼한 살림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고 알맞게 조리해 냉장고 속 먹거리의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살림을 막 시작한 자취생이나 1인가구보다는 오랫동안 요리를 해본 사람들이 냉장고 활용 노하우가 더 많다. 그런데, 식재료를 기술적으로 관리하면 어떨까. ICT 기술을 활용하거나 제품에 처음부터 그런 기능을 넣는 방식으로 말이다.

IT스타트업들이 이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수년전부터다. 미국에서 창업한 ‘린패스’는 카메라와 스마트저울을 사용해 주방에서 음식이 얼마나 버려지는지 체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식재료 주문양을 조절했다. 린패스 사례는 지난 2019년 전후로 국내 언론에도 다수 소개됐다. 앤드류 샤트맨 린패스 CEO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셰프들은 누구나 음식물을 절약하고 싶어하지만 매일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버려진 것들을) 정확히 계량하고 수치를 분석할 시간이 없다. 우리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돕는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2014년부터 린패스와 협업했다. 구내식당 식기반납 코너에 음식물 쓰레기 배출 현황 정보를 알리는 모니터도 설치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 도입 후 5년 동안 구글 본사 식당에서 2.7톤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를 감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는 이유는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잘 조직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 위스콘신 병원 GLHS도 음식물 쓰레기를 정확하게 집계하면서 식재료 구매량을 재조정하고 폐기량을 줄였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스마트 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8개월 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50%이상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 대학도 린패스 시스템을 사용해 식재료 낭비를 줄였다. 대학병원이 분석한 결과 주방에서의 음식 쓰레기가 2년간 34.5% 감소했고 약 6만 달러의 비용이 절약된 것으로 전해졌다.

◇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려는 스타트업들

식재료를 효과적으로 구매하는 것과 더불어, 생산된 식재료가 제대로 소비되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 스타트업 ‘임퍼텍트 프로듀스’는 외관상의 이유 등으로 대형 유통사에 판매되지 못한 ‘어글리 푸드’를 농가에서 구매해 소비자에게 싼 가격에 팔았다. 현지 농가는 폐기 위기에 처했던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한 식재료를 구매했다.

국내 청년스타트업 다인테이블은 유통기한이 원래의 절반 정도 남은 ‘여유식품’이 소비되기도 전에 버려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유통기한이 남은 음식을 시중가 대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을 구축했다. 신선도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제품명 인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

업사이클링을 식탁에 접목한 기업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스타트업 ‘리그레인드’는 맥주를 만들고 남은 곡물로 에너지바를 만들었다. 양조장에서 남은 곡물찌꺼기를 활용한 그래놀라 바다. 리그레인드는 도심 속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곡물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데서 착안해 그 재료를 가지고 에너지바를 만들었다.

미국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 스낵 브랜드 ‘야파’에서도 맥주 찌꺼기에 주목했다. 이들은 맥주 찌꺼기와 주스 착즙 과정에서 나오는 채소 찌꺼기 등을 닭고기와 섞어 스낵을 만들었다. 영국에서 설립된 ‘토스트 에일’은 자투리 빵으로 맥주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밀과 보리 등 곡물이 필요한데 사용하지 않은 자투리 빵 조각을 잘게 부숴 맥아 보리를 일부 대체해 화제가 됐다.

◇ 먹지 않은 음식은 필요한 곳에 전달한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 식당 등에서 팔지 못한 음식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서비스도 많다. 마트 등에서의 이른바 ‘마감세일’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 할인된 가격에 소비를 촉진하는 서비스도 있다.

스웨덴에서 출발한 ‘카르마’는 ‘팔리지 않은 식품을 구하라’는 취지로 시작됐다. 음식점이나 카페 제과점 등에서 남은 음식을 소비자에게 중개하는 시스템이다. 식당 측에서 남은 음식을 포장해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면 소비자들이 선택해 구매한다. 직접 찾아가도 되고 배달 받을 수도 있다. 먹고 남은 음식을 누가 사느냐 싶겠지만,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배달 등도 가능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남은 음식이지만 소비자가 깨끗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만 골라 판매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2015년 시작된 이 서비스는 1500개 이상의 업체와 50만명의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기자가 17일 오후 앱에 접속해봤더니 (유럽에 살았다면) 당장 구할 수 있는 음식이 매우 많았다.

덴마크 ‘투굿투고’도 남은 요리를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영국 ‘올리오’는 개인이 식재료를 거래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남거나 부족한 식재료를 타인과 소량 거래할 수 있어 음식 낭비를 줄인다. 일본에도 음식과 슈퍼에서 남은 음식을 싸게 판매할 수 있는 앱 ‘에이프런’이 사용되고 있다.

LG전자 디오스 스마트 얼음정수기 냉장고. 소비자가 냉장고 도어 디스플레이에 있는 씽큐 푸드 메뉴를 사용해 해당공간에 촬영된 사진을 모니터링하고 냉장고가 인식한 식품 목록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전자 디오스 스마트 얼음정수기 냉장고. 소비자가 냉장고 도어 디스플레이에 있는 씽큐 푸드 메뉴를 사용해 해당공간에 촬영된 사진을 모니터링하고 냉장고가 인식한 식품 목록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음식관리 기능 탑재한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이런 경향은 냉장고 제품 자체로도 이어졌다. 요즘 냉장고들은 인공지능이나 IT기술을 활용해 식재료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내 대표 가전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근 냉장고들도 이런 기능을 많이 갖췄다.

지난 3월 출시한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신제품은 사용자 개개인의 식생활 패턴에 맞춰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열대과일, 곡류, 과일·채소, 육류·생선 등 6단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멀티팬트리’가 냉장실에 탑재됐다.

멀티팬트리는 삼성 초프리미엄 냉장고인 ‘셰프컬렉션’에 적용됐던 기능으로, 올해 비스포크 냉장고 4도어 신제품에 처음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냉장·냉동·김치 등 식재료에 따라 맞춤형으로 변경 가능한 ‘맞춤보관실’에는 ‘화이트와인&맥주’ 모드까지 추가돼 맞춤형 기능이 총 7단계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CE2021 이후 패밀리허브에 대해 “단순한 음식 저장 공간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 온 패밀리허브는 2021년 더욱 진화한 음식 관리 기능을 탑재했다”고 밝힌 바 있다다. 그러면서 “직관적이면서도 사용자에 맞게 설정이 가능한 터치스크린을 제공하며, 요리, 엔터테인먼트, 메모 등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 줄 다양한 연결성을 갖췄다”고 공개했었다.

삼성전자는 CES 2021에서 AI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로 ‘스마트싱스 쿠킹(SmartThings Cooking)’도 소개했다. 스마트싱스 쿠킹은 스마트싱스 앱을 활용해 식재료 구매에서부터 조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인의 성향에 맞춰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사용자 취향과 식이요법에 맞는 식단 계획과 조리법을 추천하고, 보관 중인 식료품 관리를 도와준다. 레시피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며, 위스크(Whisk)의 푸드 AI를 탑재해 스마트한 요리 경험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8년 8월, 뉴스룸을 통해 “패밀리허브의 달라진 기능 중 주목할만한 것은 냉장고 속 식재료와 사용자의 음식 선호도를 기반으로 원하는 레시피를 추천해주고, 주·월 단위로 가족의 식단 관리를 돕는 밀 플래너(Meal Planner) 기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 설명에 따르면 패밀리허브 사용자는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발견할 염려가 없다. 보관할 식재료를 리스트에 등록하면 유효기한이 자동으로 입력돼 음식물의 상태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패밀리허브를 통해 냉장고 속 낭비되는 식재료도 줄이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요리로 손쉽게 식탁을 꾸릴 수 있다”고 밝혔다.

◇ 앱으로 식재료 관리·구매하는 LG 씽큐

LG전자는 지난 3월 ‘디오스 스마트 얼음정수기 냉장고'를 출시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신제품은 가전관리 애플리케이션인 LG 씽큐(LG ThinQ)와 연동해 스마트폰이나 냉장고 상단 도어 전면에 탑재된 21.5인치(in) 풀HD 투명 LCD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 제품은 냉장실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 3대를 활용해 신개념 수납공간인 매직스페이스와 야채칸에 보관중인 식품을 인식할 수 있다. 고객은 냉장고 도어 디스플레이에 있는 씽큐 푸드 메뉴를 사용해 해당공간에 촬영된 사진을 모니터링하고 냉장고가 인식한 식품 목록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메뉴는 스마트폰의 LG 씽큐 앱에서도 가능하다. 보관 중인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방법을 추천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정보도 알려준다.

씽큐 푸드 메뉴의 스마트 식품관을 이용하면 식품 구매 또한 편리하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스마트 식품관은 식품, 생활용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앞서 LG전자는 GS프레시몰과 손잡고 LG 씽큐 앱에 이 서비스를 최근 처음 적용한 바 있다.

소비자는 냉장고 도어 디스플레이 씽큐 푸드 메뉴를 통해 필요한 식품을 스마트 식품관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후 LG 씽큐 앱으로 결제하면 된다.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의 LG 씽큐 앱을 활용해 냉장고에 있는 식품을 바로 확인하고 필요한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GS프레시몰에 있는 약 3천개 식품 구매가 가능하다.

LG전자는 올해 CES 2021 전시회에서 LG 인스타뷰(국내명: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신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도어를 노크하면 안쪽 조명이 켜져 보관 중인 음식물의 종류와 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을 여닫는 횟수를 줄여 냉장고의 냉기 유출을 줄여준다 LG전자는 “노크온 화면은 이전 모델 대비 20% 이상 키워 더 편리해졌다”고 밝혔다.

양사 앞선 제품들도 관련 기능을 많이 갖췄다. 삼성전자 2020년형 패밀리허브는 '푸드 AI'를 적용해 맞춤형 식단과 레시피를 제공한다. 내부 식재료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식료품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푸드 서비스 관리'와 '식단 플래너' 기능이 추가됐다. 소비자가 미리 등록한 선호 음식을 바탕으로 자주 쓴 식재료가 뭔지 분석해 식단과 레시피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앞서 지난해 CES(2020)에서 'LG 인스타뷰 씽큐'를 공개하면서 기존 제품 대비 진화한 AI를 강조한 바 있다. 내부 식재료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남아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방법을 추천하고 식재료가 떨어지면 사용자가 주문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서비스였다.

냉장고는 인류의 식탁을 책임지는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 대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냉장고를 무조건 가득 채우기보다는 적당히 채우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기후변화 대응에 더 좋은 일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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