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건오 기자] 지난 3월 경북 영천에 이어 4월 6일 충남 홍성에서 ESS 화재가 있었다. 올해만 두 번째, 2017년 8월 이후 30여건에 이른다.

이번 홍성 ESS 화재는 대형 폭발이 먼저 시작됐다. 배터리 내부에 벤트가스 등 폭발성 가스가 차기는 하지만 이번 폭발은 그것과는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로 인해 관련 배터리 사는 자사 제품이 적용된 국내 ESS 설비에 대해, 90%로 제한됐던 옥외 ESS 충전율(SOC)을 80%로 낮추고 손해가 되는 10%를 보존해 주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 및 화재조사 등이 일시적인 대비책이 되겠지만, 일부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에 적용된 ESS를 제외하고 전멸된 상태인 ESS 시장의 회생을 위해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현재 국내 ESS에 대한 제조, 운영이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고 신규 투자는 전무하다.

그린뉴딜, 탄소중립 등 재생에너지 시장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나 ESS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화재 이슈에 대해서도 조사단의 몇 차례 브리핑이 있었지만 확실한 원인과 대안 마련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ESS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으니 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도 얼음장이다.

과거 ESS 산업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관점에서 계통 안정화를 위한 필수 요소로 주목받으며 성장해왔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기대감도 높았다. REC 가중치를 5.0까지 부여하며 속도를 냈고 많은 기업이 ESS 시장에 진출했다.

일각에서는 ESS 비즈니스로 관련 업자들이 이미 많은 수익을 챙겼다고 말한다. 실제 본격적으로 ESS가 보급되던 2017년 이후, ESS 업계는 호황 속에 큰 성장을 이뤘고 수익도 발생했다. 수익성만을 보고 전문성과 경험 없는 기업들도 시장에 많이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망한 기업들까지 모두 사업을 접었다. 비교적 초기산업이라 할 수 있는 ESS의 보조장치인 REC 가중치, 특례요금 일몰 등으로 대기업과 해외기업에만 의존하게 될 공산이 크다.

한때, 업계는 영세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 대기업까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과 기술 개선을 통한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마저 없어졌다.

이렇게 얼어붙은 국내 ESS 시장의 체감온도가 더 차게 느껴지는 이유는 글로벌 ESS 시장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비교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ESS 시장 규모는 2019년 3.7GWh로 2018년 5.6GWh보다 33.9% 감소했다. 글로벌 ESS 시장이 같은 기간 11.6GWh에서 16GWh로 37.9% 성장하는 사이 국내 시장만 역성장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2019년과 비교해 80% 이상 축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SS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위한 방법은 없는 걸까?

국내 전력시장 특성상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ESS와 관련된 재생에너지, 전력수급, 안전대책, 보급정책, 부품소재, 표준 및 인증, 소방 등 유관부서가 전문화되고 있으나 이를 통합해 전반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또 그동안 속도전에만 치우쳐 놓치고 있었던 안전과 ESS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력제약’ 최소화를 위한 계통안정화용 ESS 설치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비즈니스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야 산업이 산다.

kunoh@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