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출범 앞둔 LX홀딩스, 국토정보공사 법정싸움 되나
동일문자 상표로 쓰는 공기업-사기업 다수 존재
LG, 대화 통해 현안 해결하자는 입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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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출범을 앞둔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가 ‘LX’ 상표권을 두고 국토정보공사와 분쟁 중에 있다. (키프리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건오 기자] 5월 1일 출범을 앞둔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가 암초를 만났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LX홀딩스를 상대로 상표권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LG가 신설지주회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명을 LX홀딩스로 정한 것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의 5’에 명시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공사 측의 강경한 반응이 안일한 상표권 관리에 대한 면피용 대응 혹은 공기업 초유의 ‘한 지붕 두 사장’ 사태에 대한 물타기 전략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과 사기업이 동일한 문자를 사용한 상표를 공존해 사용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다 상표법상 어느 누구도 특정 문자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정보공사 김정렬 사장은 “LX라는 명칭을 써서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적극 못쓰게 할 건 아니다. 대화하고 윈윈하면 좋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이번 강경 대응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4월 6일자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김 사장은 “국민들에게 혼동·오인을 주지 않도록 서비스 영역이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하거나 디자인 일부를 변경하거나 추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양측은 실무자 회의를 통해, LG측은 사명 변경 대신 상생하는 방안과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하자는 입장을 전달했고 국토정보공사에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언론보도 등을 통해 국토정보공사가 공식적 입장을 전했고 LG에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본격적인 법적 다툼으로 끌고 갔다.

(키프리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인 키프리스에서 ‘LX’라는 상표를 검색해봤다. (키프리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루이비통도 ‘LX’... 공기업과 사기업 동일문자 상표 다수 존재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인 키프리스에서 ‘LX’라는 상표를 검색해봤다. 1,000건 이상이 검색됐으며, 이 중 약 500여건이 상표로 최종 등록돼 있고 일부로 포함한 것을 제외하고 ‘LX’만을 사용한 것도 다수 발견됐다. 루이비통말레띠에는 2010년 5월 LX를 상표로 출원했는데, 이 후 2010년 12월과 2011년 12월 ‘LX’에 디자인을 더한 다른 출원인의 상표도 등록됐다.

이와 관련해 국토정보공사의 입장은 LX홀딩스가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고 사업 확장에 따라 사업 영역이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라서 불가하다는 주장은 ‘이중잣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LG측은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업 영역의 경우 양사가 합의점을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

공공기관과 사기업이 동일한 문자가 포함된 상표를 사용하는 다른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전력거래소는 2002년부터 영문 약칭 KPX가 포함된 상표를 사용하고 있으며, 사기업인 KPX홀딩스도 2009년 KPX가 포함된 상표를 등록해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04년 SH를 상표로 등록했는데, 이후 2013년에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와 에스에이치해양수산개발도 SH가 포함된 상표를 등록해 사용하고 있다. 각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이 전혀 달라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우려하는 ‘국민 혼선’이 발생했다고 보긴 무리가 있어 보인다.

동일한 문자를 포함한 상표 사용이 가능한 이유는 문자에 도형이나 독특한 필체 등 ‘이미지’를 더해 식별력을 높일 경우 동일한 문자를 사용하더라도 각 상표의 상표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 10년간 ‘상표’ 관리 없어... 내부 문제 ‘물타기’ 시도?

다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국토정보공사는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나 행정적 조치는 다 취할 예정”이라며, “LX홀딩스가 출범하면 소송 상대자가 생기는 만큼 5월 중 ‘LX’ 상표 사용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토정보공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정부·공공기관의 유사명칭 사용금지를 골자로 하는 관련 법안 발의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국토정보공사의 강경 대응에 일각에서는 안일한 상표 관리에 대한 책임 문제를 피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LX’ 브랜드 홍보를 위해 332억원이나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상표 출원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또한 국토정보공사는 최근 ‘한 지붕 두 사장’ 사태로 홍역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슈 전환을 위한 ‘물타기’ 작전이나 국토부 눈치를 살핀 ‘면피성 대응’이 아니겠냐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까지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명 문제와 거론된 대내외 상황은 서로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업계관계자는 “공공과 민간이 서로 혼동되지 않는 선에서 상표, 브랜드를 사용하고 상생과 협력의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양사의 다툼은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LG그룹은 당초 예정대로 계열 분리를 통한 LG상사와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판토스를 내달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대화를 통해서 현안을 해결하자는 당초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LG측은 “양사 간의 원만한 협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상생과 협력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kuno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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