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1천조·연간 4억톤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우리나라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 아시나요
플라스틱 용기·1회용컵 줄이고 재포장도 금지
재생원료 의무사용 확대...“재활용을 늘려라”
수년 내 온실가스 줄이고 2050 탈플라스틱 실현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스물 일곱번째 순서는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취지의 ‘탈플라스틱’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복합 재질 플라스틱 ‘OTHER‘은 다양한 원료가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섞인 비율과 재료가 다 달라 재활용이 어렵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는 플라스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주변에 놓인 제품들을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탈플라스틱’이라는 단어가 이슈다. 소비자들 몇 명이 플라스틱을 줄이자고 얘기하는 차원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공식 발표했다. 플라스틱에서 벗어나는 건 정말로 가능할까?

시계의 추를 잠시 뒤로 돌려보자. 지난 2019년 10월, 환경부가 블로그를 통해 ‘플라스틱 없이 한 달 살기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2016년 출간된 책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내용을 바탕으로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기 팁을 소개한 글이다.

이 책의 저자인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은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행성’에서 지구를 뒤덮은 플라스틱의 적나라한 영향을 눈으로 목격하고 플라스틱 없이 살기에 도전한다.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남편, 세 아이와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던 인물이다. 이들 가족은 플라스틱 없이 잘 살았을까?

기자도 그 책을 읽어봤다. 우선 제목이 놀라웠다. 플라스틱 없이 산다는 도전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미션으로 다가와서다. 저자가 보았다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감독 베르너 보테도 “그물망처럼 우리 주변을 완벽히 포위하고 있는 플라스틱을 거부한다고? 그걸 해낼 사람이 과연 누구란 말인가?”라는 말로 책 추천사를 썼다.

◇ 시장 규모 1천조·연간 4억톤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직관적으로 봐도 플라스틱은 여기저기 너무 많다. 그러면 요즘 플라스틱은 얼마나 생산될까. 전 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한해 800조~1000조 규모로 추정된다.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 비즈니스 리서치는 2019년 전 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약 1조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포춘코리아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70년 연간 2,500만 톤에서 2018년 4억 톤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0년 이후 두 배로 성장한 플라스틱 수요는 2050년 또다시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매년 바다에는 약 800만 톤의 폐플라스틱이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환경 프로그램은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버려지는 양이 거의 그대로 지구 어딘가에 쌓인다는 것도 문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환경과학경영대학원 롤런드 가이어 교수는, 1950년 이후 생산된 플라스틱의 90.5%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율은 8.4%에 불과했다.

많이 사용하고 빨리 버려지는 건 경제성과 관련 있다. 플라스틱은 싼 가격에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졌을 때는 플라스틱 가격도 내려갔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인력 등이 투입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플라스틱을 수거해 제대로 분류해서 재사용하는 것 보다 새로운 제품 하나를 더 찍어내는 게 싸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들기가 어렵지도 않고 가격도 싸므로 가성비와 속도에서 장점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환경적인 문제가 생긴다.

◇ 지난 연말 발표한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 아시나요

플라스틱을 정말 줄일 수 있을까. 정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20차 국정현안조정점검 회의에서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늘어나는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을 줄이고, 해양 플라스틱과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동안의 1회용 플라스틱 감축 대책에 더해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사용된 생활용 폐플라스틱은 다시 원료로 재사용하거나 석유를 뽑아내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시 정세균 총리는 “1인당 플라스틱 원료 사용량이 세계 3위로 높은 편이며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2030년까지 모든 업종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이 사라지도록 사용금지 업종을 확대해 나가고 재포장과 이중포장 등도 엄격히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추진과정에서 산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국민들께서도 불편하실 수 있겠지만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덧붙인 바 있다.

발표 당시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년 대비 택배가 19.8% 음식 배달이 75.1% 늘었고 이에 따라 폐플라스틱 역시 전년 대비 14.6% 폐비닐은 11% 각각 늘어난 상황이었다. 정부는 투명 페트병을 별도 배출해 고부가가치 의류나 가방 병 등을 생산하거나 잔재물이나 폐비밀 등은 화학적 반응을 거쳐 석유 추출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책을 보자. 정부는 플라스틱 용기류 생산과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용기류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생산 비율을 설정해 권고하기로 했다. 2022년부터는 순환이용성 평가 제도를 활용해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플라스틱 용기는 생산 목표를 낮추고, 대신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유리한 유리병은 생산 목표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2017년부터 연근해에서 폐사한 거북이 44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가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 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약 1조 달러,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1970년 연간 2,500만 톤에서 2018년 4억 톤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는 연구 조사결과가 있다. 이렇게 큰 시장이 정말 축소될 수 있는걸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플라스틱 용기·1회용컵 줄이고 재포장도 금지

당시 정부는 전체 용기류 중 플라스틱 용기 비율을 현재 47% 수준에서 2025년 38%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관련 업계와 소통해 제품군별 특성을 고려한 전환 목표를 설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식배달 플라스틱 용기는 단계적으로 두께 제한을 신설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배달용기 무게를 20% 감축하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1회용컵에 대해서는 2022년 6월부터 보증금 제도를 신설한다.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매장에서 제품 가격 외에 일정 금액의 컵 보증금을 내고 사용한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이를 돌려받는 개념으로, 환경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한 바 있다.

재포장 행위 금지 관련 내용도 논의했다. 유통을 쉽게 하거나 많이 팔려는 목적으로 제품에 한 개를 덤으로 붙여주는 이른바 N+1, 사은품이나 증정품을 함께 묶어 포장하는 행위, 그리고 판매되는 제품을 3개 이하로 묶음 포장하는 행위가 금지된다는 내용이다. 다만 합성수지 재질의 재포장이 아니거나 완전히 덮은 포장 형태가 아닌 테이프로 붙이는 형태의 포장은 허용하기로 했다. 제품 여러개를 함께 파는 행위를 금지하는게 아니라, 비닐 등으로 다시 한번 포장하지 말라는 취지다.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던 과대포장 검사는 업체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미리 전문기관에서 과대포장인지 여부를 사전에 평가하도록 한다. 사전 검사를 통해 제품 포장을 디자인하는 단계부터 친환경 포장을 유도하고, 업체도 애매한 포장으로 인한 논쟁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1회용 비닐봉투와 쇼핑백은 현재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다. 오는 2030년에는 모든 업종에서 사용이 금지된다. 아울러 관리 대상 업종 외에서 사용되는 경우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원료를 사용한 비닐봉투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 재생원료 의무사용 확대...“재활용을 늘려라”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를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계획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에서는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수거를 12월 25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2022년까지 플라스틱 분리수거통을 4종 이상 설치하기로 했다.

계획에 따르면, 사용량이 많은 플라스틱 재질은 분리수거통을 추가 설치하되 시군구 수거업체와 재활용업체의 분포상황을 고려해 그 종류를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분리수거통 배치가 곤란한 단독주택에는 폐비닐, 스티로폼 등의 재활용 품목별 배출·수거 요일제를 도입해 이물질 혼입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당시 기준 종이와 유리, 철에만 적용하던 재생원료 의무사용제도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플라스틱에도 신설해 2030년에는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재생원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생산자가 재생원료를 사용한 양에 비례해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을 줄이고, 재생원료로 만든 재활용제품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일정비율 이상을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19년 12월부터 음료·생수병에만 적용되고 있는 투명 페트병 사용 의무화를 다른 페트 사용 제품까지 확대한다. 라벨 없는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에는 제품 판매자가 재활용업체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현재 페트병 기준 kg당 147원 정도 내는 생산자분담금을 50%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포장 용기류 중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의 비율을 현재 34%에서 2025년에는 15%로 절반 이상 줄일 계획이다.

◇ 온실가스 줄이고 2050 탈플라스틱 실현...가능할까

해외로부터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은 2022년부터 전면 금지한다. 지난해 6월, PET, PE, PP, PS 4종의 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수입금지 대상을 모든 폐플라스틱으로 확대하고,플라스틱 재생원료인 펠릿은 품질기준을 마련해 저품질 플라스틱 재생원료 유입도 줄여나가기로 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제품 수출 확대를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는 재활용마크 인증을 통해 홍보를 지원하고, 제품 생산자가 재활용한 실적에 따라 재활용업체에 지원하기 위해 내는 재활용 분담금 지원 비율을 높여나간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생제품의 수출규모를 현재 300억원 에서 2025년까지 500억원 규모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발표 당시 기준으로, “복합재질 플라스틱 함지박의 경우 우진리싸이클과 영진테크에서 미국으로 각각 연간 1천톤 규모의 수출을 하고 있으며, 알엠 등 12개사에서 페트로 플레이크를 만들어 베트남, 미국, 태국, 이탈리아에 연간 2만톤, 100억원 수출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당시 “탈플라스틱 대책을 통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고,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현재 54%에서 2025년까지 70%로 상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석유계 플라스틱을 줄여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 줄이고, 2050년까지는 산업계와 협력하여 석유계 플라스틱을 점차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하여 탈플라스틱 사회를 이루려는 것이 이번 대책의 목표”라고 밝혔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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