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100, 제3자 PPA 제도 실효성 우려 해결
ESG 경영과 맞물려 사회적 트렌드 넘어 필수로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기후위기 상황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방안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결국 내용은 과도하게 배출되고 있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의 온도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은 경제 및 산업 분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빠른 대응과 준비가 향후 주도권 싸움에 핵심이 될 것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분야는 ‘에너지’입니다. 이에 화석연료 및 원자력 등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태양광·풍력·수소·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발전 형태와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은 수급 안정에 기여한 바도 있으나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서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프레임과 새로운 시도 과정에서 갈등과 가짜뉴스로 인한 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에 그린포스트는 그린뉴딜, 탄소중립 등 에너지 전환을 위한 다양한 시도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와 갈등, 해결 방안 등을 다양한 시선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진짜 에너지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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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PPA가 허용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한전, 전력거래소 등 제3자를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건오 기자] RE100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4년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최초로 소개한 RE100은 기업이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2018년 약 160개사에서 15일 현재 298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RE100은 선택에서 의무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기 기업들은 온실가스 저감, CSR, 고객 요구, 리스크 관리 등의 이유로 가입했으나, 최근의 기조는 기업의 ESG 경영과 맞물리면서 사회적 트렌드를 넘어 필수사항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한국형 RE100인 ‘K-RE100’ 정책 추진에 나섰다. 글로벌 RE100 캠페인은 연간 전기 사용량 100GWh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참여를 권고하나, K-RE100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자 하는 국내 산업용, 일반용 전기 소비자 모두 한국에너지공단 등록을 거쳐 참여할 수 있다.

산업부가 지난 1월에 발표한 K-RE100의 이행수단은 다섯 가지다. ①일반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전력에 붙는 추가 요금인 녹색 프리미엄을 더해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녹색 프리미엄제’ ②RPS 이행에 활용되지 않은 재생에너지 REC를 직접 구매하는 ‘REC 구매’ ③한전 중개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소비자 간 직접 전력거래계약을 맺는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 ④기업 등 전기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지분 투자’ ⑤자가용 재생에너지 설비로 생산한 전력을 직접 사용하는 ‘자가 발전’으로 나뉜다.

◇ ‘직접 PPA’ 허용... ‘K-RE100’에 큰 영향 줄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전이 중개하는 제3자 PPA 제도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한전이 전력계약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전력 소비자(기업)와 생산자(발전소)가 직접 계약을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PPA가 이뤄지더라도 한전이 전력 중개와 가격결정을 다 한다면 의미 없는 거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PPA는 Power Purchase Agreement의 약자로 전력 생산자와 구매자가 사전 동의된 기간 및 가격으로 전력 구매를 고정 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PP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RE100 주요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직접 PPA 허용’ 및 ‘기존 10%의 RPS 의무공급 비율 25%까지 상향’ 등의 내용을 담은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직접 PPA가 허용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한전 등 제3자를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재생에너지 사용과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게 된 셈이다. 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참여할 수 있 K-RE100 추진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환 의원은 “오래전부터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조속히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기업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에너지 전환은 경제 문제이고 제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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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활동가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직접 PPA' 도입을 요구하는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업계 환영하는 분위기... “세밀한 정책 판단 이어져야”

그린피스는 ‘직접 PPA’가 허용된 것에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린피스는 “마침내 국내에서도 기업을 포함한 전력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며 국내 전력 소비의 50%를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의 관련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예상했다.

그린피스 장다울 정책전문위원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는 등 탄소 과배출 기업들이 더 이상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경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제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한 제도가 충분히 마련된 만큼 기업들의 100% 재생에너지 약속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발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간 PPA 허용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언급한 솔라플레이 안병준 대표는 “REC 가중치가 작은 대규모 발전소들은 기업 간 PPA(직접 PPA)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생산자(발전소)와 소비자(기업) 간에 자율적인 계약에 의한 전력거래는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고, RE100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과의 무역과 영업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직접 PPA 뿐만 아니라 한전이나 전력거래소를 중개로 하는 제3자 PPA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이 RE100에 참여하고 싶어도 신용이 약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없는 것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대기업과 전력판매계약을 하면 발전소를 건설할 금융조달이 되겠지만, 중소기업과 전력판매계약을 하면 발전소 개발을 위한 금융 조달이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 PPA가 허용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겠으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이 가능한 대기업에만 좋은 일로 보인다”며, “전력에 대한 또 다른 독점 현상과 전기요금 상승도 우려된다. 정부의 세밀한 정책 판단을 통한 지원과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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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가 RE100 기업들에게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RE100 회원들이 전 세계에 공급하는 재생에너지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국내 ‘직접 PPA’ 시대 개막... 대기업 참여 이어지나

지난 2018년 6월,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미국·중국·유럽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2019년 92% 달성에 이어 2020년 100% 전환을 달성했다. 국내 사업장 곳곳에 태양광·지열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등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전 세계 사업장 소비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에서 RE100 선언은 요원하다.

TrendForce가 발표한 2020년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는 대만기업인 TSMC이다. 점유율 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7%로 2위에 랭크돼 있다. TSMC는 이미 지난해 7월 반도체 기업 최초로 RE100 선언을 하고 1.2GW의 해상풍력 직접 PPA 체결을 완료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직접 PPA’를 통한 RE100 이행이다. 우리나라와 전력 시스템이 비슷한 대만의 경우, 앞서 직접 PPA 관련법을 시행했으며, 실질적인 직접 PPA법이 시행된 지 2년 만에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PPA 체결을 완료했다. 또한, 구글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폭스콘 등 애플에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이 대만의 직접 PPA를 통해 RE100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거나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RE100은 사회적 트렌드를 넘어 필수사항이 되고 있으며, 기업경영과 시장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직접 PPA’ 시대를 맞이해 많은 기업들이 직접 전력구매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이며 재생에너지 시장도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kuno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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