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다회용품은 최선의 선택일까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대나무 빨대를 사용한다. 일회용 빨대를 쓰지 않은지는 좀 됐다. 환경적인 고려 때문이기도 하고 주위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여름 플라스틱 소재 다회용 빨대를 구매해 사용하기 시작했고, 작년 6월 이후로는 코로나19 우려 때문에 카페에서 음료를 마신 적이 없다. 음료를 포장할 때는 텀블러에 담고 빨대는 안 받아왔다

올해 초에는 대나무 빨대 2개가 생겼다. 써보고는 싶었으나 이미 다회용 빨대가 있어서 구매하지 않았던 제품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고 말하면서 다회용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껴서다.

대나무 빨대가 생겼던 날, 동네 카페에 전화로 메뉴를 주문해놓고 찾으러 갔다. 부득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에 다회용 컵홀더를 들고 매장에 갔다. 대만에서 유행했던 제품인데, 종이로 만든 컵홀더 대신 천에 손잡이가 달려있어 차가운 음료를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다회용 제품이었다.

기자가 다회용품에 제품 담아가는 걸 본 점원이 대나무 빨대 2개를 권했다. 카페에 여분으로 몇 개 놓아두고 친환경 빨대를 요구하는 손님에게만 따로 제공한다고 했다. 괜찮겠다 싶어 받아왔다. 나무로 만든 제품이라 그런지 두께와 무늬, 색깔들이 모두 달랐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디자인이 완벽하게 똑같은 대나무 빨대는 없다고 했다.

이미 다회용 빨대가 하나 있으니 새로 생긴 대나무 빨대와 돌려가며 사용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끓는 물에 식초와 소금을 넣고 한번 끓여 소독한 다음 사용했다. 한번 쓰면 깨끗이 씻어 말려야 하고, 먼지가 쌓이지 않게 보관하는 것도 불편했다. 집에서 쓸 때는 괜찮은데 밖에 가지고 나가거나 사무실에 가져가려면 파우치나 세척솔이 필요했다.

광목천으로 만든 파우치를 사려다가 그건 또 다른 환경 낭비인 것 같아 주로 집에서 쓰고 밖에 가지고 나갈때는 가방 한곳을 깨끗이 닦고 거기에 넣어갔다. 그러다보니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귀차니즘을 견뎌내야 환경적일 수 있는 소비문화가 아쉬웠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대나무도 좋고 스테인리스도 좋은데, 빨대를 안 쓰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말이다. 그 사람은 “빨대를 안 쓰면 되는데 왜 굳이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기자는 “모든 사람들이 손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건 아니고, 빨대가 없으면 마실 수 없는 어린아이나 노약자도 있으며, 운전할 때 손으로 음료를 들고 마시는 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당신은 이미 어린이가 아니고 아직 노약자도 아니며, 목넘김으로 음료를 넘길 수 있을 만큼 건강한데다 운전할 때는 음료를 좀 참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솔직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무엇을 사고 어떻게 사용하든, 인류의 활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플라스틱이든 대나무든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손익분기’가 있지만 어쨌든 인류의 소비는 (어떤 의미에서는) 비환경적이다.

그렇다고 소비하지 않으며 원시인처럼 살 수는 없다. (어쩌면 원시인처럼 살아도 탄소가 배출될 것 같다) 그러면 문제는 불필요한 것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인데, 대나무 빨대를 사용한 건 기자에게 최선이었을까? 10여 년 전 인기 드라마의 유행어처럼,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다.

앞으로는 줄였다는데 만족하지 않고 더 줄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줄이고 있으니 기업과 정부는 사람들이 더 많이 줄일 수 있게 해달라'고 계속 요구할 생각이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환경적이면,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더 게을러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테니까.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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