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째 방치된 전기장판...왜 아무도 안 치웠을까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마흔 아홉번째 사진은 잘못 버려져 3주째 수거되지 않고 있는 쓰레기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한 달 가까이 버려져(?)있던 전기장판. (이한 기자 2021.4.7)/그린포스트코리아
한 달 가까이 버려져(?)있던 전기장판. (이한 기자 2021.4.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이 사진은 지난 4월 7일 찍었다 (14일 다시 확인했을 때는 없었다). 서울 송파구 한 주택가 이면도로 초등학교 담장 앞에 버려진 전기장판이다. 그런데 이 전기장판은 근처 빌라 1층 분리수거함에 3월 12일 이전에 버려졌던 물건이다. 기자가 날짜를 기억하는 이유는 당시 그 사진을 찍어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45’기사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기장판이 수거되지 않은 이유는 버리는 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기장판은 대형폐기물이다. 아무렇게나 내다놓는 게 아니라 지자체에서 정한 방법대로 버려야 한다. 플라스틱이나 비닐과 같이 분리배출 하는 품목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전기장판이 수거되지 않은 걸 한 달 가까이 보고 있으면서도 버린 사람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기장판은 처음 버려진 빌라 출입구 바로 앞에서 놓여있었다. 매일 오가며 전기장판을 보았을 주인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면 집에서 멀리 나와 일부러 투기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그냥 버텼을까. 기자로서는 모를 일이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