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쟁송 모두 취하하고, 10년간 추가 쟁송 않기로
양사 CEO, “한미 배터리 산업 발전과 미 친환경 정책 위해 공동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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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美 ITC 배터리 관련 분쟁이 2년만에 극적인 합의를 통해 종지부를 찍었다.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건오 기자] 2019년 4월부터 시작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美 ITC 배터리 관련 분쟁이 종지부를 찍었다. ITC 결정에 대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마지노선인 12일을 하루 남겨둔 11일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 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10일,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승소했으며, 3월 5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 최종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 패소 판결을 유지하고, 수입금지 명령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을 발효한 바 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2019년 10월 7일 제출한 최종 영업비밀 목록의 영업비밀 22건을 침해한 물품의 미국 수입, 수입을 위한 판매, 수입 후 미국 내 판매에 있어 관세법 제 337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침해 없이는 SK이노베이션이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데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하며 미국 수입금지 조치 기간을 10년으로 결정했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분쟁으로 양사는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는 공방을 이어갔다.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앞서 언급된 ITC의 결정이 그대로 가동되는 상황이었다. 그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10년 간 배터리 생산이 어렵고,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뤄진 미국 내 첫 배터리 공장(조지아주) 운영에도 제동이 걸린다.

양사의 극적인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명분을,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를 챙긴 셈이다. K-배터리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양사의 제품과 기술력이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하는데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양사의 이번 합의의 공동 발표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추가적으로 “소송 과정에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당사 주주, 고객, 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께 합의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합의는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됐다.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특히, 이번 합의를 통해 폭스바겐과 포드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고,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향후 배터리 관련 사업 추진에 관해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도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및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개화기에 들어간 배터리 분야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되는 한편, 양사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기간 지속된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준 한미 행정부와 이해관계자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 SK이노베이션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조지아주 주민들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주정부 관계자, 조지아주 상/하원,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도 감사를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쟁과 관련,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며, “무엇보다도 2022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포드 및 폭스바겐 등 고객사들의 변함없는 믿음과 지지에 적극 부응해 앞으로 더 큰 파트너십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배터리사업 운영 및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 됐으므로 △美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극적으로 성사된 양사의 이번 합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도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지난해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양사의 갈등은 많은 혼선을 불러왔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성사된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족쇄, 혹은 배터리 사업 내재화 도전으로 이어졌고,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 및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로 더욱 공격적인 비즈니스 추진이 이뤄졌다. 이번 합의는 계속되는 혼선이 이어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kuno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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