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과 비닐을 줄이면 쓰레기가 정말 줄어들까?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스물 일곱 번째는 라면 비닐을 덜 버리기 위한 노력입니다. [편집자 주]

국내 대형마트에서는 봉지라면을 묶음 포장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낱개 판매는 찾아볼 수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진은 왼쪽부터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에 봉지라면 묶음 포장 제품들이 진열된 모습.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비닐 포장재를 줄이려고 먹거리를 바꾸면, 쓰레기가 정말로 확 줄어들까? 그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매장과 브랜드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수년 전, 체중을 16Kg 감량한 적 있다. 하루세끼 밥은 꼬박 챙겨 먹었지만 식단 조절하고 운동을 많이 했다. 처음 3주 동안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 찌는 음식’은 일절 먹지 않았고 그 이후부터는 기름진 메뉴들도 조금씩 먹는 대신 양만 줄였다.

온갖 메뉴의 유혹을 모두 견뎠는데 그 중에서 가장 참기 힘든 건 ‘라면’이었다. 소울푸드이자 훌륭한 야식이고 해장국이자 때로는 든든한 한 끼여서다. 목표 체중에 도달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뻗은 것도 어묵과 소세지를 잔뜩 넣고 끓인 라면이었다.

다이어트 기간 동안 오매불망 잊지 못한 라면을 요즘 조금씩 멀리하고 있다. 살을 다시 빼려는 건 아니고 비닐 쓰레기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라면 하나 끓이면 면 봉지 하나에 스프 봉지 두 개씩 나오고 5개 묶음상품을 사면 커다란 비닐이 하나 또 생기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고 안전하게 유통하는 과정에서 포장이 필수라는 제조사들의 말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닐에 대한 아쉬움은 늘 있었다. 해외 브랜드 컵라면 중 일부는 스프가 비닐 없이 고체형으로 만들어져 면과 함께 담겨있거나, 아예 면에 스프가 스며들어 있어 물을 부으면 우러나는 제품도 있었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라면 기준) 하나당 비닐 포장재 3개, 그리고 5개당 비닐 1개가 더 나오는 게 아쉬워서 라면을 줄이기로 했다.

대안으로 생각한 건 국수다. 소면을 삶아 먹으면 비닐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제품 하나에 5인분이라고 가정하면 비닐 하나로 5번을 먹을 수 있는 양이니까. 육수를 내서 말아먹기도 하고, 김치나 간장에 비벼먹기도 하면 훨씬 적은 쓰레기를 가지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벽에 부딪혔다. 요리가 서툰 기자가 만든 국수는 밍밍하고 맛이 없었다. 특별히 들어간 것 없이 맑은 국물인데도 진한맛이 나거나, 김치 하나만 넣었는데도 새콤달콤 감칠맛이 나는 국수 같은 건 없었다. 맛을 내려면 온갖 재료 또는 msg를 넣어야 했다.

육수용 멸치나 무 또는 양파를 사려면, 그게 귀찮아 육수용 티백을 구매하면, 비빔국수 맛을 내려고 양념장을 사면, 새콤한 맛을 내는 양념을 더 사면 그게 모두 플라스틱 용기고 일회용품 쓰레기였다. 커다란 통으로 하나씩 사두고 오래 먹으면 ‘쓰레기 손익분기’가 맞아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건 식구수가 많고 요리를 자주 해 먹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얘기다.

결국 기자의 국수는 늘 비빔국수다. 국물용 다시팩을 사자니 쓰레기가 늘고, 온갖 재료 넣고 끓여 육수를 내는 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두 수지가 안 맞아서다. 김치 썰어넣고 집에 있는 설탕이나 요리당을 넣고 적당히 맛을 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른쪽으로 비비고 왼쪽으로 비비는’ 기성제품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환경 관련 매체에서 일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작은 것 하나부터라도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작은 것 하나라도 쓰레기를 줄이기가 참 어렵다. 그걸 줄이려면 뭔가 다른 걸 써야 하는데, 거기서도 쓰레기가 생겨서다. 그리고 다른 걸 사용해서 기성품의 효율을 최대한 따라하는 것도 (살림꾼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이 문제는 기업이 해결해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가 아무리 혼자 애를 써도 쓰레기를 줄이는 게 쉽지가 않으니까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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