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박은경 경제부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기승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시대가 도래 했다. ESG가 메가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너도 나도 일단 'ESG'를 외치고 본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ESG인지 정의할 수 없다. 하나의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탓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자주 먹으면 질린다. 과한 건 독이 된다. ESG가 남발될수록 ESG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진정성도 흐려진다. 독자와 소비자에게는 ESG에 대해 피로감을 줄 수 있고, 인사말처럼 굳어지면 ESG활동에 대한 노력도 당연시되기 마련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볼멘소리다. 눈에 보이지 않는 ESG를 하라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뭘 하면 ESG를 잘했단 소리를 듣는지 책상에 모여 머리를 맞대지만 명쾌한 해답은 없다. 남들 하는 탈석탄금융도 하고, 온실가스 감축 시스템도 구축하고, 기부도 했는데 뭘 더 해야 하는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다. 통일된 가이드라인과 지표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각 주요 기관마다, 내놓은 지표는 있다. 정부도 ESG를 공시화하겠다고 말했지만 ESG를 어떻게 무엇을 갖고 공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ESG를 정의할 통일된 기준을 세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지 모른다. ESG란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가치를 데이터화해 계량하거나 측정할 수 없다. 먼지를 셀 수 없고, 내가 들이마신 공기의 무게를 잴 수 없듯이 말이다.

때문에 각 기관과 기업들은 ESG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ESG를 외치기 전에 진정 ESG라는 이념과 부합하는 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녹색금융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얼마나 환경에 기여하는지 살펴보면 거리감이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나무를 심는 것도,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ESG다. 만일 내가 재활용되는 용기를 사용하면 이것도 ESG일까? 선한 가치를 추구한단 건 맞지만, ESG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적용하기는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지금의 ESG는 두루뭉술하고 모호하다. 언제까지 ESG만 붙이면 착하다고 칭찬해줄 수만은 없다. 친환경도 하고, 사회 환원도 하고, 지배구조도 개선하면 된다지만 세 분야는 사실 각각 다른 파트다. 이 세 분야가 잘 맞물려 ESG라는 거대한 흐름을 생성하기까지 냉정한 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ESG라는 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ESG를 잘한다는 것인지, 통일화된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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