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의 환경영향...소재 문제인가 아니면 횟수 탓일까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마흔 일곱번째 사진은 40년이 넘었는데도 튼튼한 플라스틱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조금 있으면 태어난지 50년이 되는 플라스틱 머리빗과 화장품 케이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는 특징은 플라스틱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걸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이한 기자 2021.3.6)/그린포스트코리아
50살 생일을 앞둔 플라스틱 머리빗과 화장품 케이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는 특징은 플라스틱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걸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이한 기자 2021.3.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1년 2개월간 환경경제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다. 기자는 현재 플라스틱 관련 기획기사를 준비 중이고, ‘플라스틱을 줄이겠다’고 주장하는 기업발 보도자료가 이 순간에도 메일함에 가득 차 있다. 플라스틱은 왜 이렇게 애물단지가 됐을까?

플라스틱이 상용화된 건 ‘착한’ 이유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당구공을 코끼리 상아로 만들었다. 만들 수 있는 당구공 숫자도 제한적이었다. 당구공을 많이 만들고 코끼리들의 안전도 보장한 소재가 바로 플라스틱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지금 환경오염의 주범 취급을 받고 있다. ‘썩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진 속 머리빗은 기자의 어머니가 결혼 전부터 쓰던 제품이다. 40년을 훌쩍 넘겼다. 썩지도 않고 부러지지도 않고 (겉보기에는) 크게 더러워지지도 않았다. ‘타미나 칼라샤도우’라는 이름이 적힌 저 팩트도 40년을 넘겼다. 어딘가에 함부로 버려졌다면 저 상태 그대로 굴러다니다 어떤 동물의 목숨을 위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버리는 걸 줄이면 어떨까? 값싸고 튼튼하고 오래 가는게 플라스틱이 가진 (장점이자) 환경적인 문제라면, 그리고 인류가 이제는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한번 얻은 플라스틱을 버리지 말고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것도 환경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다. 버리지 말자. 쓸모를 찾자. 플라스틱 소재의 문제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회용’의 문제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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