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으면 안 되지만, 없으면 안 되는 탄소
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온난화에서는 뭘 줄일까
탄소중립·제로, 배출한 만큼 흡수한다는 의미
포집과 활용...탄소 줄이기 위한 노력들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스물 다섯번째 순서는 ‘탄소’입니다. 너도나도 탄소배출 줄여 탄소중립을 이루자고 말하는데요, ‘탄소’는 나쁜 물질일까요? [편집자 주]

탄소가 세계적인 이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탄소중립 계획을 밝혔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도 일제히 탄소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가 세계적인 이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탄소중립 계획을 밝혔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도 일제히 탄소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탄소가 세계적인 이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탄소중립 계획을 밝혔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도 일제히 탄소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탄소가 나빠서 그런걸까? 하지만, 탄소는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물질이 아니다. 기후변화 관련 뉴스에 등장하는 탄소 관련 내용들을 한번 살펴보자.

탄소를 줄이겠다는 선언이 곳곳에서 이어진다. 최근 뉴스만 찾아봐도 금방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사실을 알리면서 “탄소저감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수돗물 분야 탄소저감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SK그룹의 탄소중립에 관한 최근 기사도 있고, 전통 굴뚝산업과는 다른 분야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넷플릭스도 “탄소를 줄이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한국미래기술교육원에서는 탄소중립과 기업의 대응방안에 대한 컨퍼런스도 개최할 예정이다.

탄소저감과 탄소중립이 환경과 경제 분야 중요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탄소는 매우 익숙한 단어가 됐다. 그런데 전해지는 뉴스의 맥락상 부정적인 뉘앙스로 느끼는 분위기도 관찰된다. 기자는 (화학 분야 등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은) 일반 소비자 여러명에게 ‘탄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몸에 나쁠 것 같다” “마시면 안되는 물질이라고 들었다” “탄소 때문에 공기도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 과연 그럴까?

◇ 많으면 안 좋아도, 없으면 안 되는 탄소

탄소가 뭔지부터 짚어보자. 기억의 추를 잠시 뒤로 돌려본다. 기자는 과거 1990년대 중반, 학교에서 ‘주기율표’라는 것을 배웠다. 지금도 기억난다. 시작은 수소와 헬륨, 그 다음 ‘리베비씨, 질산플네, 나마알규’같은 주문(?)을 외웠다. 기자와 비슷한 또래라면 한번쯤 암기해 본 기억이 있을터다. 주기율표는 원소를 양성자 수에 따라 배열한 표다. 앞서 언급한 수소와 헬륨이 각각 1, 2번이다. 여기서 ‘씨(C)’에 해당하는 6번이 바로 탄소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 탄소는 ‘없어져야 하는 물질’이 아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화학백과’에 따르면, 탄소(carbon)는 우주에서 수소, 헬륨, 산소 다음 네 번째로 큰 질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각에서는 15번째로 풍부한 원소다. 탄소는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로, 인체 무게를 분석했을 때 약 18%의 질량을 차지한다. 이는 산소 다음으로 가장 많다.

지식백과는 탄소에 대해 “우리의 주변과 삶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라고 설명한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보자. 백과에 따르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형태로 존재하며, 금속 염의 형태로 지각에 존재하기도 한다. 생명체 외의 물질 중 고분자나 화석 연료 등에도 포함되어있다. 그러므로 ‘탄소중립’을 ‘탄소가 없어져야 한다’라고 받아들이는 건 잘못된 해석이다. 실제로, 기자가 참여하고 있는 환경 관련 오픈채팅방에서는 “탄소는 지방과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너무 많으면 안 좋을 수 있지만, 없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역사를 봐도 탄소는 인류에게 ‘미움(?)’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지식백과 내용을 조금 더 확인해보자. 고대로부터 탄소는 숯(목탄) 형태로 많이 사용됐고, 기본적인 연료 외에 철 등의 금속 제련 용도로도 사용됐다.

◇ 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온난화에서는 뭘 줄일까

탄소라고 다 같은 탄소가 아니다. 일산화탄소가 있고 이산화탄소도 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일산화탄소는 탄소성분이 불완전 연소시 발생하는 무색, 무취의 유독성 가스다. 주요 배출원은 주로 수송부문이 차지한다. 산업공정과 비수송부문의 연료연소, 산불같은 자연발생원도 있다. 아울러 주방이나 담배연기, 지역난방 등의 발생원도 있다. 사전은 “인체에 노출되면 혈액의 산소 운반기능을 저하시키고, 고농도는 유독성이 있어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는 주요 온실가스다. 1990년 부속서 I 국가(기후변화협약 상의 온실가스 의무감축국가·선진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1%를 차지했다. 교토의정서에 담긴 6가지 온실기체 중 하나로 주로 화석연료의 연소를 통해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인간활동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지구온난화지수(GWP) 1로 다른 온실가스들의 온난화효과 비교시 기준이 된다.

기후위기 관련 뉴스나 소식에서 줄이자고 언급하는 것은 대개 이산화탄소다. 탄소를 줄이자는 건 최근만의 경향이 아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개념이나 움직임 등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예전부터 많이 알려졌던 개념 중 하나가 ‘탄소발자국’이다. 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CO2)의 총량을 뜻한다. 온실가스 발생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해 표시한다.

이를 활용한 ‘탄소발자국제도’도 오래전부터 시도돼왔다. 제품의 생산에서 사용 및 폐기까지 생애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산정하고 평가해 이를 인증하고 그 결과를 상품에 표시해 소비자가 구매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제도다.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이 제도는 지난 2007년 영국이 최초로 도입해 제도화했고 우리나라는 2009년 2월에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2011년 '저탄소제품 인증', 2012년 '제품군 검증체계 인증', 2014년 '탄소중립제품 인증' 제도가 도입됐다. 이후 2016년 '환경성적표지제도'로 통합되었으며, 탄소중립제품 인증은 '탄소중립제품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순환경제를 통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포장재 감량과 신제품 생산시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탄소 제로’라고도 부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탄소중립·제로, 배출한 만큼 흡수한다는 의미

그러면 탄소중립은 뭘까.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직접 관련 계획을 밝혔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해당 계획에 따른 세부 내용과 일정 등을 잇따라 공개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탄소 제로’라고도 부른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한 후 배출량만큼을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석탄·석유 발전소를 대체할 에너지 시설에 투자하거나 자발적 감축실적을 구매해 상쇄하는 방식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추진전략 발표 당시, 경제구조 모든 영역에서 저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주 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적극 전환하고, 고탄소 산업부문에 대한 혁신정책을 추진하며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재정지원, 녹색금융 등을 통해 탄소중립 친화적 제도설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과제다. 제조업 비율과 탄소 다배출 업종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이 구조를 바꾸고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면 비용부담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국제적인 흐름이어서 우리나라만 그 추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 포집과 활용...탄소 줄이기 위한 노력들

탄소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앞서 기사 서두에 언급한 기업뿐 아니라 여러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언론에는 탄소공개 프로젝트(CDP)가 자주 등장한다. 지난 2000년 세계 금융투자기관들이 기후변화가 기업에 심각한 위기와 중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기후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보 수집을 위해 자발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기구이자 프로젝트이다.

CDP는 전세계 금융기관을 대신해 전세계 주요 기업에 기후변화 이슈와 관련해 그 기업이 가지는 기회와 위험, 온실가스 배출, 감축계획 등의 성과, 거버넌스 등에 관한 질문서를 보내고 이에 대한 응답을 분석,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탄소공개리더십지수(CDLI)는 기업들의 응답 내용을 분석해 기업의 탄소정보공개 수준을 수치화시키기 위한 방법론이다.

탄소를 둘러싼 환경 관련 기술도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과 처리기술(CCS)은 화석연료를 연소·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하지 않고 모으는 기술이다. CO2 배출원으로부터 CO2를 모으는 포집기술과 그것을 땅속이나 바닷속에 저장하는 저장기술로 구분된다. 전체 비용의 약 70-80%가 모으는 데 들어간다.

포집과 활용 기술(CCU)도 있다.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집해 이를 재활용(자원화 및 고정화)하는 기술이다. 환경부는 “CCS 기술의 문제점들(저장여건, 막대한 비용, 누출가능성 등)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축 잠재력에 따라서 기존 원료의 대체를 통한 CO2발생 저감기술과 장기 CO2고정을 통해 탄소배출을 제한하는 기술로 분류한다.

탄소중립이나 탄소제로는 공기 중의 탄소를 무조건 없애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고,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를 다시 흡수한다는 뜻이다. 공기 중 농도가 자꾸 늘어나지 않도록 조절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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