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책임 영역을 폐기물 재활용까지 확대
재활용 등급제에 따라 EPR 분담금 차등 적용
기업이 내는 EPR 분담금 순환 시스템에 활용

우리나라는 재활용 강국으로 불리고 있지만 통계처럼 현실에서는 재활용률이 높지 않다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분리배출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수거 체계와 제품 출시 단계에서부터 안고 있는 한계로 ‘탈 플라스틱’을 위한 노력이 벽에 부딪치기 일쑤입니다. 

소비자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원순환의 첫 걸음은 생산 단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재활용 체계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제품의 설계부터 포장재 선택까지 결정권을 갖고 있는 생산자입니다. 그렇기에 기업이 포장재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그린포스트는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EPR 제도란 생산자의 의무 범위를 생산자가 만든 제품과 포장재로 발생한 폐기물 재활용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기업에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의무 불이행 시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2021년부터는 재활용 용이성 등급에 따라 EPR 분담금이 차등 적용 시행됩니다. EPR 제도가 무엇이며 각 기업이 생산자책임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과 함께 짚어봤습니다. 이번 회차에선 EPR 제도를 왜 시행하고 있는지와 함께 EPR 분담금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최근 먹는샘물과 음료 용기에서 비닐 라벨이 사라지고 유색 페트병이 투명 페트병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재활용 용이성 등급과 EPR 제도와 관련이 있는 움직임이다. 사진은 11번가 올스탠다드 무라벨 생수. (11번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먹는샘물과 음료 용기에서 비닐 라벨이 사라지고 유색 페트병이 투명 페트병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재활용 용이성 등급과 EPR 제도와 관련이 있다. 사진은 11번가 올스탠다드 무라벨 생수 이미지. (11번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최근 유통업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한 가지 있다면 포장재의 변신을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먹는샘물과 음료 용기가 유색 페트병에서 투명 페트병으로 전환되고 병에 붙어 있던 비닐 라벨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올해부터 재활용 용이성 등급에서 ‘어려움’ 판정을 받은 포장재에 ‘재활용 어려움’ 표기가 붙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환경부는 2019년 12월부터 포장재 재활용이 얼마나 쉽게 되느냐에 따라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4단계로 등급을 나눠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어려움’ 등급을 받은 포장재는 올해 3월 24일부터 의무적으로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해야 한다. 더불어 생산자책임재활용(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분담금도 20% 더 내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재활용 용이성 등급 제도 도입 이후 대부분의 생산자가 포장재를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실제로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하는 페트병 출고량은 2019년 15만8000천여톤에서 지난해 9만1000여 톤으로 40% 이상 줄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활용 어려움’이 붙은 제품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눈이 부담스러운 데다 EPR 분담금까지 더 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환경부는 지난 2월 국내 먹는샘물 제조업체 10곳과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 사용’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라벨 없는 투명페트병 대상으로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부여하고 제품 표면에 해당 등급을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EPR 분담금도 최대 50%까지 적게 내도록 했다. 

재활용이 쉬우면 EPR 분담금을 적게 부과하고 재활용이 어려우면 EPR 분담금을 더 많이 내게 하는 것이다.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 생산 확대를 위해 EPR 제도가 일종의 유인책으로 활용된 셈이다. 

◇ 기업이 내는 EPR 분담금 순환 시스템에 활용

그렇다면 재활용 등급과 붙어서 기업에 당근과 채찍이 되고 있는 EPR 제도는 도대체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환경부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EPR 제도는 기업의 책임 영역을 제품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에까지 확대한 것이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한 업체에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에 대한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재활용에 들어가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내게 하는 제도다. 1992년부터 운영하던 예치금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해 2003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즉 자원재활용법 제16조에 의거하고 있다.

EPR 제도 이전까지 기업의 책임은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까지만 있었다. 제품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EPR 제도가 시행되면서부터는 폐기물의 재활용 영역에까지 생산자의 책임이 늘어났다. 제품 기획과 포장재 선택에 대한 결정권이 큰 만큼 해당 기업이 재활용 체계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EPR 제도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에만 책임을 묻는 제도는 아니다. EPR 제도에는 생산자는 물론 제품을 소비하고 분리배출하는 소비자와 법률을 제정하는 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있다. 구체적으로 제품이나 포장재 ‘생산자’가 재활용 의무를 이행한다면 ‘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서 재활용 분담금을 관리하고 ‘한국환경공단’에서 생산자별 재활용 계획과 실적을 확인한다. ‘소비자’는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분리수거한다. ‘환경부’는 법령 제·개정을 비롯해 매년 품목별 재활용의무율을 산정해 고시하는 등 전반적인 제도 운영의 역할을 맡는다. 

재활용 의무 대상은 제품과 포장재로 세분화돼 있다. 먼저 포장재의 경우 종이팩, 금속캔, 유리병, 합성수지포장재 4개로 분류되고 제품은 윤활유, 전지류, 타이어, 형광등, 양식용 부자, 곤포 사일리지용 필름, 김발장, 필름류 5종 등 8개 품목으로 나뉜다. 여기에서 필름류란 완충재와 세탁비닐, 종량제 봉투를 제외한 플라스틱 봉투, 1회용 비닐장갑, 식품 포장용 랩을 말한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비닐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재활용의무율 및 분담금 단가는 품목마다 다르다. 

생산자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의무량에 비례하는 분담금을 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내는 것으로 재활용 의무를 이행한다. 기업이 내는 EPR 분담금은 재활용 처리업체뿐만 아니라 수거와 선별업체 지원 등 순환 시스템에 활용, 직‧간접적으로 재활용의무를 공동으로 이행하는 데 사용된다.

분담금은 시장상황과 연동해 차등화를 두는데 시장상황이 악화되면 분담금을 더 내야 하는 식이다. 재활용이 잘 되는 품목은 분담금이 낮고 재활용이 복잡한 재질은 재활용 과정에 비용이 더 드는 만큼 분담금도 높게 책정된다. 분담금 비율은 매년 바뀌어 당해 출고량부터 적용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품 생산이 많으면 분담금을 많이 내게 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재활용 부과금을 내게 된다”면서 “부과금은 환경개선특별회계에 납입돼 폐기물 재활용 및 감량화 사업과 R&D 등 법령이 정하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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