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로, 쓰레기를 지금보다 더 줄일 수 있을까?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는 쓰레기를 늘렸습니다. 도전기가 아니라 ‘실패기’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겠네요. [편집자 주]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다보니 일회용 용기 배출이 늘어 집밥 위주로 식단을 짜기로 했다. 그런데 반찬을 사먹으니 또 플라스틱 용기가 생긴다. 어떤 습관을 들여야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을까? (이한 기자 2021.3.21)/그린포스트코리아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다보니 일회용 용기 배출이 늘어 집밥 위주로 식단을 짜기로 했다. 그런데 반찬을 사먹으니 또 플라스틱 용기가 생긴다. 어떤 습관을 들여야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을까? (이한 기자 2021.3.2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음식물쓰레기나 불필요한 포장재 또는 용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 중 하나는 ‘집밥 자주 해먹기’였다. 편의점 도시락이 편리하고 배달음식은 그것보다 더 편리한데다 선택지까지 풍부하지만, 한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용기와 뚜껑들이 신경 쓰여서다.

일회용 용기 안 쓰겠다고 냄비 직접 가져가 포장해오고, 배달음식 먹을 때는 곁들임 반찬이나 식기는 최소한 빼는 편이지만 그래도 집에는 늘 용기가 쌓인다. 그래서 최근에는 집밥 비율을 늘렸다. 시간이 들고, 물이랑 전기도 더 쓰겠지만 그래도 환경적인 영향이 배달음식보다는 덜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난관에 부딪힌다. ‘오늘은 뭘 해 먹지?’에 대한 답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다. 만든 걸 한 끼에 다 먹지도 못하고, 오늘 먹은 메뉴를 내일 또 먹기가 왠지 싫고, 재료 손질해 조리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조리도구와 식기까지 줄줄이 쌓인 설거지가 부담이다. 밥먹는 시간은 30분인데 조리하고 치우는 시간은 두배가 넘는다는 얘기다. 그걸 매일 아침저녁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잘 하고 계시는 분들께는 이 자리를 빌어 경의를 표한다)

고백하자면, 최근 일회용 용기를 7개나 들여왔다. 반찬가게에서다. 기본적인 반찬 몇 가지가 있으면 식단을 짜기가 쉬워서 선택했다. 하지만 반찬을 용기에 따로 담아오기가 어려웠다. 물론 방법은 있다. 반찬을 종류별로 쌓아놓고 따로 담아 판매하는 곳에 그릇을 직접 가져가면 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시장은 동네 반찬가게보다 멀고, 메인요리 하나를 커다란 그릇에 담는 게 아니라 반찬 여러종을 작은 그릇에 담아오는게 상대적으로 힘들고 귀찮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국, 현실과 타협하고 일회용 용기 7개, 뚜껑까지 14개를 집에 들였다.

본지 기사를 통해 밝힌 바 있는데, 기자는 비닐봉투 한 개를 8개월간 사용한 적이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그런 작은 실천들 사이에서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일상적인 일회용품이 여전히 많다. 그럴 때 마다 ‘쓰레기를 정말 줄일 수 있는건가’하는 마음이 든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일회용품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사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 문제는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사용하고 버려진 것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활용 할 것인지다. 재활용 잘 되는 소재로 물건을 만들고 버려진 것들을 효과적으로 모아 다시 활용하는 것 기업과 정부가 해야할 일이겠지만, 소비자들도 버려지는 걸 줄이려고 노력할 필요는 있다. 

사전적인 의미의 ‘제로(0)’ 웨이스트는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로우’ 웨이스트는 꾸준히 실천하자는 게 이 연재의 취지다. 이번주는 실패(?)지만 도전은 이어갈 예정이다. 참고로 저 용기들은 깨끗이 닦아 일부는 다회용으로 사용한 다음 버릴 계획이다. 다행스럽게도, 저 용기는 혼합소재가 아니라 '페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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