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는 언제 많이 버려질까?
식재료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버려지는 양 줄어든다
냉장고 파먹기가 환경에 미치는 뜻밖의 영향들
냉장고는 적당히만 채워야, 기후위기에 좋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서른 번째 주제는, 지금까지의 연재와는 조금 다른 방향입니다. 유행 키워드가 환경에도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례를 소개합니다. 자취생과 1인 가구 등을 중심으로 한동안 유행했고 요즘도 사람들에게 관심 많은 ‘냉장고 파먹기’입니다. [편집자 주]

'냉장고 파먹기'는 식비를 아끼고 건강도 챙기는 레시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건 탄소배출 줄이고 기후위기를 막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냉장고 파먹기'는 식비를 아끼고 건강도 챙기는 레시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건 탄소배출 줄이고 기후위기를 막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포털 게시판에 ‘냉장고 파먹기’를 검색하면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온갖 레시피가 나온다. 유명 동영상 플랫폼에 같은 단어를 넣어도 살림, 연예인 이름, 또는 식비 0원 등 여러 제목을 앞세워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미니멀리스트의 1주일 식단: 냉장고 파먹기’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가 4만 5000건을 넘겼다. ‘만개의 레시피’에서 업로드한 냉장고 파먹기 레시피도 조회수 4만을 넘겼다. 냉장고를 파먹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을까?

‘냉장고 파먹기’가 최신 유행어는 아니다. 그러니까, 요 근래 새로 생긴 ‘신조어’가 아니라는 얘기다. 자취생이나 1인가구를 중심으로 ‘냉장고 파먹기’ 레시피가 유행한지는 이미 몇 년 됐다. 가지고 있는 재료를 충분히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자는 취지로, 출발은 경제적인 키워드였다. 소비욕을 자극하는 경제·마케팅 키워드가 환경적으로는 뜻밖의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있는 재료를 활용하자는 취지여서 이 키워드는 환경적으로도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냉장고 파먹기’는 일부 네티즌만 쓰는 말이 아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도 등록돼있다. 사전에서는 “생활비를 최소화하는 짠테크의 일종으로 냉장고에 있는 음식 재료를 다 먹을때까지 장을 보지 않거나 장보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투리 재료를 꼼꼼하게 활용해서 집밥을 만들어 먹자는 취지다.

출발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돈을 아끼자’는 의도였다. 사먹는 음식은 상대적으로 비싸니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 먹자는 의미다. 집밥 위주 식단으로 건강을 챙기자는 의도도 함께 관찰됐다. 이런 지점에서 자취생이나 1인가구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식재료를 모두 사용하므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냉장고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환경적으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생각해볼 질문, 음식물 쓰레기는 언제 많이 버려질까?

냉장고 파먹기가 환경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은 ‘음식물 쓰레기’다. 둘 사이의 관계를 깊이 알아보려면 음식물 쓰레기를 보는 시선을 바꾸는 게 좋다.

통계 먼저 보자.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이 2019년 9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매뉴얼 ‘환경 그린라이트’를 발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만 3,465톤이다. 국민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280그램 배출한다는 의미다.

음식물 쓰레기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밥을 남기지 마라’는 조언을 떠올린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의 범위가 넓어서다.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먹고 남은 음식물은 30% 내외다. 그것보다 더 많은 음식이나 식재료가 유통·조리과정(57%)에서 버려진다. 보관만 하다가 결국 폐기되거나(9%), 하나도 먹지 않은 상태(4%)로 버려진다.

여유식품 중개플랫폼을 만든 서울대 청년스타트업 다인테이블에 따르면, 유통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소비되지 않고 미판매로 전환되어 ‘폐기처리’되는 식재료도 많다. 이 과정을 통해 연간 570만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그 중 1/3은 소비 단계 이전에 발생한다. 배불러서 남긴 음식이 음식쓰레기의 주범이 아니라 식재료가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해 버려지는 것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 식재료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버려지는 움식 줄인다

냉장고 파먹기는 이 문제의 힌트가 된다. 식재료 구입비를 아끼거나 오래 보관했다 버리는 게 (경제적으로) 아까워서 냉장고 속을 뒤지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환경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한 통계를 바탕으로 숫자로만 판단해보자. 유통과 조리과정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를 모두 없애고 만들어 놓고 안 먹는 음식이나 쓰지 않는 식재료를 차단하면 음식물쓰레기의 약 70%가 줄어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상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먹고 남은 음식보다 다른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이 많고 이걸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냉장고와 버려지는 음식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요리 하려고 식재료 잔뜩 샀다가 많은 양이 남아 그대로 보관하다 결국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집밥’을 차려본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그런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외식 줄이겠다고 식재료를 한꺼번에 구매했다가 결국 냉장고 안에서 시들어가거나, 단위당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대용량 제품을 샀다가 결국 버려 본 경험이 기자에게도 있다.

물론 이건 냉장고 책임이 아니다. 냉장고가 스스로 식재료를 줄일 수는 없으니 사용하는 사람이 직접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냉장고를 무조건 꽉 채우지는 말라는 의미다. 본지는 지난해 3월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특집과, 11월 ‘제품으로 읽는 환경 냉장고 편’ 등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냉장고를 어떻게 비우고, 그게 환경에는 무슨 공헌을 하는지 다시 한번 짚어보자.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건 과거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만일 꽉 채우기만 하고 제대로 먹지 못해 식재료를 버린다면 당신의 냉장고는 비경제적이고 비환경적인 물건이 될 수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건 과거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만일 꽉 채우기만 하고 제대로 먹지 못해 식재료를 버린다면 냉장고는 비경제적이고 비환경적인 물건이 될 수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냉장고 파먹기가 환경에 미치는 뜻밖의 영향들

냉장고 파먹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식재료를 효율화하지 않아서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지 못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앞서 언급한 학교보건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면 연간 1,600억원의 쓰레기 처리 비용이 줄어든다. 에너지 절약 등으로 5조원 규모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돈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버려지는 음식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4인 가족이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배출하는 연간 온실가스를 없애려면 소나무 149그루가 필요하다. 서울과 부산을 승용차로 4.8회 왕복할 때 나오는 양과 비슷한 규모다. 이걸 줄여 얻을 수 있는 환경적인 효과도 생긴다.

환경부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 전국 가동현황 시설은 346곳이다. 이곳에서 매일 평균 1만 2831톤을 처리한다. 두 곳을 예로 들어보자. 서울 송파구 전역과 종로구, 중구, 성동구 등에서 반입되는 음식물류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에서 일평균 495톤을 처리한다. 강동구 전역과 광진구, 관악구 등에서 반입되는 양을 처리하는 시설에서는 299.56톤을 처리한다. 해당 시설 일 최대치가 각각 515톤과 360톤이다. 음식물 쓰레기 양이 이미 포화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행인 것은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비율이 비교적 높다는 사실이다. 본지가 지난해 3월 특집 당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음식물류폐기물은 일반적으로 90% 이상이 사료, 퇴비, 바이오가스 등으로 재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기준 음식물쓰레기의 41.6%가 사료화됐고 32%가 퇴비로, 16.8%가 기타(바이오가스 등)로 재활용됐다.

하지만 문제는 버려지는 양이 기본적으로 많다는 데 있다. 자원순환 문제 해결의 근본은 재활용률을 높이는 게 아니라 버려지는 양을 줄이는 것이라는 지적이 여러곳에서 제기된다.

◇ 식재료 구매와 보관 단계에서의 효율화 추구해야

냉장고를 파먹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덜 채우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다. 살림 경력이 오래된 소비자나 요리업계 종사자들은 ‘식재료 구매 단계에서부터 효율화를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스튜디오 ‘sik_kuu.(식구.)’ 조한별 대표가 본지에 이 문제에 대해 조언한 적 있다. 조 대표는 요리 전문 에디터 출신으로 푸드 관련 콘텐츠 제작사를 운영하면서 직업상 요리연구가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셰프 등과 자주 협업한다. 조 대표는 “평소 집에서 양문형 냉장고 대신 아닌 작은 사이즈 일반 냉장고를 쓴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대표는 평소 냉장고에 고춧가루와 쌀, 닭가슴살 약간만 보관하고 채소나 나물 등은 필요할 때마다 소량 구매한다. 중대형 슈퍼나 마트는 제품이 대부분 이미 포장뙈 있어서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재래시장 등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조 대표는 “구매 패턴을 바꾸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하면서 “냉장고에 넣어 둔다고 신선함이 늘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냉동 보관 후 해동 과정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리가 끝나면 남은 재료도 다른 요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둔다. 채소나 고기가 남으면 재료를 다져서 뭉쳐둔다. 이튿날 완자 등을 만들어 먹거나 반죽해놓은 것을 팬에 부쳐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먹는다. 조 대표는 “이런 과정을 습관화하니 못 먹거나 썩어서 버리는 음식이 줄었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조 대표의 조언 대로 냉장고 파먹기에 도전해 본 바 있다.

요리 고수들은 평소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짜라고 조언한다. 식단에 맞춰 재료를 정량만 구매하고 제철 근거리 식재료 위주로 낱개 포장된 제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 장을 본 다음에는 바로 손질해야 한다. 냉동 재료는 1회분씩 소분하고 자투리 식재료는 따로 담아 보관한 다음 뭐가 들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 용기에 담는 게 좋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한 소비자가 이 문제에 대해 기자에게 조언한 바 있다. 43년차 전업주부인 이 소비자는 “냉장고에 쌓인 식재료의 전체적인 양을 줄여 결과적으로 식탁 회전율을 높이는 게 집안일의 가장 큰 숙제이자 쓰레기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는 ‘냉장고 파먹기’가 식비도 줄이고 환경적인 면에서도 의미있다”라고 말했다.

냉장고는 될수록 온도가 낮은 곳에 설치해야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사진=Pixabay)
냉장고를 적당히 채우고 보관된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잘 꺼내먹는 게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위해 더 좋은 일이다. (픽사베이 제공, 본사 DB)

◇ 냉장고는 적당히만 채워야, 기후위기에 좋다

인류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책임지는 냉장고는 소비자의 삶과 지구 환경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냉장고와 얽힌 환경과 사회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목소리는 과거에도 있었다.

심효윤 아시아문화연구원 연구원은 과거 중앙일보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우리는 식품을 ‘구매’하는 간단한 행위로 문제가 해결되는 편리성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히면서 “여기에서 문제란 좁게 말하면 당장 오늘의 반찬거리를 고민하는 일부터 크게는 동물복지와 관련하는 생명윤리, 환경과 오염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썼다.

철학자 강신주는 2013년 경향신문 칼럼에서 “자본주의적 삶의 폐단은 모두 냉장고에 응축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칼럼에서 “냉장고를 없애라”고 조언하면서 “한 번에 없앨 자신이 없다면, 냉장고의 용량이라도 줄여라. 가족 건강 문제, 생태 문제, 이웃 공동체 문제, 재래시장 문제가 그만큼 해결될 테니까 말이다”라고 썼다.

강신주는 해당 칼럼을 통해 음식을 필요한 만큼만 조리하고 남으면 곧바로 이웃과 나누던 과거의 삶을 지금과 비교했다. 그러면서 오래 먹으려고 식재료를 온갖 플라스틱 통에 담아 보관한 냉장고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 주장에 어느 정도 선까지 동의할지는 각자의 자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쓰레기와 탄소를 내뿜는다.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게 과거에는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냉장고를 적당히 채우고 보관된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잘 꺼내먹는 게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위해 더 좋은 일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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