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 힘든 배달음식...문제는 쓰레기, 어떻게 처리할까
반찬과 식기 최대한 빼고, ‘원팬요리’ 스타일로 주문
일회용 용기, 쓸 수 있는 방법 찾아 여러번 더 사용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배달음식에서 일회용품 줄여봤습니다. [편집자 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3개를 배출하게 됐다.(김동수 기자) 2020.2.22/그린포스트코리아
배달음식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사진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모습.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는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배달음식으로 사는 건 ‘맛’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기도 하다. 재료를 준비해 요리하고, 다 먹은 다음 치우는 과정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메뉴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3~40분, 길게는 2시간 가까이를 줄일 수 있다.

기자는 금수저가 아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내 시간을 써야 돈을 벌 수 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돈 버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잠자고 밥먹는 시간을 빼면 남는 시간은 기껏해야 하루에 5~6시간 남짓이다. 이 시간을 남을 위해서가 아직 오직 나를 위해 쓰는 게 기자 인생의 중요한 숙제다.

요리와 설거지 시간을 줄여주는 ‘배달음식’은 그래서 기자에게 소중한 존재다. 작년 6월 이후로는 (코로나19 때문에) 외식을 전혀 하지 않고 있어서 배달음식 의존도는 특히 더 높다. ‘귀차니즘’에 굴복한 걸 수도 있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 위해서’라고 변명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배달음식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여러 이유로 집밥 횟수를 늘리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배달음식을 완전히 끊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 끊기 힘든 배달음식...문제는 쓰레기, 어떻게 처리할까

문제는 쓰레기다. 그릇을 다시 가져가는 동네 중국집을 빼면 배달음식은 반드시 1회용 용기에 담겨 온다. 수저를 빼달라고 요구해도 그릇이며 뚜껑이 한번에 몇 개씩 쌓인다.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돈가스가 먹고 싶었다. 집에서 튀김 요리를 하는 건 매우 번거로운 뒷정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름만 닦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튀김옷을 입히려면 반죽이 필요하고 그걸 만들고 치우려면 반나절은 금방 지나간다.

결국 파채 돈가스를 시켰다. 리뷰 이벤트도 신청했다. 배달앱에 리뷰를 쓰는 대신 카레를 서비스로 받는 형태다. 배달 받아 맛있게 먹었다. 파채가 얹어진 돈가스, 밥과 양배추 샐러드, 김치와 단무지가 일회용 도시락통 하나에 담겨왔다

문제는 소스와 국물류다. 매운맛과 순한맛 소스 각 1종, 파채소스, 스프와 메밀국수가 각각 따로 담겨왔다. 서비스로 받은 카레까지 일회용 그릇이 총 6개, 뚜껑까지 계산하면 플라스틱 조각 12개다. 식전빵은 비닐에 담겨왔고, 빵에 발라먹는 딸기잼도 2개가 왔다. 도시락까지 포함해 (뚜껑까지) 플라스틱 14개, 비닐 3개가 쓰레기로 쌓인다.

기자가 이 가게를 좋아하는 이유는 맛과 양, 그리고 다양한 구성이다. 소스도 2종이라 취향껏 먹을 수 있고 카레도 있으면 식사가 훨씬 다채로워진다. 따듯한 스프와 시원한 메밀국수 모두 돈가스와 제법 잘 어울린다. 돈가스 하나로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어 좋다.

플라스틱 용기가 많이 쌓이는 건 가게 잘못이 아니다. 2가지 소스를 섞어 담을 수도 없고, 돈가스에 소스를 부어서 배달하면 금새 눅눅해져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일 확률이 높다. 포장쓰레기 줄인다고 스프나 메밀을 구성에서 제외하면 당장 ‘이 가게 변했네’소리를 들을터다.

◇ 반찬과 식기 최대한 빼고, ‘원팬요리’ 스타일로 주문

용기를 줄이려고 가끔 식당에 직접 그릇을 가져가서 포장해온다. 하지만 집에서 가깝고 시간도 충분하면 모를까, 늘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 배달음식 쓰레기를 도대체 어떻게 줄이면 좋을까

무릎을 탁 칠만한 묘수는 없다. 그저 줄일 수 있는 대로 줄일 뿐이다. 줄이는대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사이드 디시나 식기를 임의로 줄이거나, 아니면 마치 ‘원팬요리’처럼 커다란 그릇 하나에만 담겨오는 요리를 골라 주문하거나.

기자가 쓰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수저와 나이프 등은 안 받는다. 두꺼운 당면처럼 얇은 쇠젓가락으로 먹기 불편한 음식도 있는데, 어차피 집 곳곳에 나무젓가락이 쌓여있다. 김치나 단무지 같은 기본 반찬도 가능하면 생략한다. 김치는 어차피 집에 있고, 단무지는 대체 가능하니까.

다양한 맛을 즐기려면 여러 소스가 필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별도 추가 없이 기본 소스 위주로만 먹는다. 그리고 애초에 메뉴를 정할 때부터 여러 곁들임 반찬이나 소스가 있는 음식보다는 커다란 용기 하나면 해결되는 메뉴 위주로 고른다. 예를 들면 피자나 떡볶이, 찜닭같은 메뉴다. 반대로 보쌈이나 족발, 회 등은 곁들여야 하는 채소나 소스, 반찬이 많아 가능하면 피한다.

일회용 용기는 몇 번 더 쓴다. 지금도 기자 집에는 포장용 죽 용기와 배달 받은 찜닭 용기가 있다. 밀폐용기처럼 쓸 수 있는 죽 용기는 비닐포장된 상태로 남은 채소나 과일을 담아두는 용도로 쓰고, 찜닭 용기는 간단하게 과일을 깎아 먹거나 견과류를 먹을 때 쟁반 대신 사용한다. 다용도실에 종량제 봉투를 세워두는데, 그 봉투를 받치고 있는 커다란 플라스틱 그릇은 마라탕을 배달시켜 먹었던 용기다.

쓰레기를 줄이는 문제만 생각하면 배달음식을 끊는 게 좋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무조건 옳다고만 우길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결국 필요한 만큼 이용하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기업들이 배달음식 용기를 재활용 잘 되는 소재로 통일하는 게 필요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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